대입

학종 '서류 블라인드'? 지방 일반고에 직격타!

-가번호 부여로 평가서류 누락되거나 뒤섞이면 어쩌나 
-특수 대상자 전형 자격심사 불가능해 
-단계별 전형 대학, 서류 진위 파악 어려워 
-고교 프로파일 폐지도 ‘일반고 죽이기’ 
-‘서류 블라인드’, ‘고교 프로파일 폐지’ 백지화해야 

사진=에듀진


올해 대입부터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 ‘서류 블라인드’ 조치가 시행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시물레이션도 없이 2021 입시에 바로 적용되면서, 대입 선발 과정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는 2019년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종 면접 블라인드에 더해, 제출 서류에서도 지원자의 신상을 가리는 ‘서류 블라인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교육부는 2월 20일 16개 대학 입학팀장과 교육부 담당자간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나온 지침은 대략 이렇다. 대학이 지원자 명단을 교육부에 보내면, 원서접수대행업체가 학생부의 성명, 주민번호, 사진, 출신 고교명 등의 개인 정보를 가린 채로 가번호를 매기고, 서류를 온라인으로 대학에 제공한다. 대학에는 가번호와 수험생의 인적 정보를 매칭할 자료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학생 선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가번호 부여로 평가서류 누락되거나 뒤섞이면 어쩌나 


그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가번호 부여로 학종 평가 서류들이 제대로 제공될까 하는 점이다. 

학종을 실시하는 대학 중 많은 수가 학종 선발 시 학생부와 함께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자격서류 등의 서류를 보고 지원자를 평가한다. 그런데 서류 블라인드로 지원자에게 가번호가 주어지면 학생부와 함께 평가해야 할 여러 서류들을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범 실시 한 번 없이 이번 대입에서 바로 적용할 경우 시스템 오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A학생의 가번호 학생부에 B학생의 자소서, 추천서 등의 서류가 뒤섞여 제공되거나 아예 누락이 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할 우려가 크고, 불합격자들이 자신의 서류가 대학 측에 제대로 제공됐는지를 의심해 대학 측에 검증을 요구한다면 입시 현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수 대상자 전형 자격심사 불가능해 


또 다른 문제는 학생부에 인적정보가 없으면 특수 대상자 전형의 자격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어촌전형의 경우 해당 지원자가 농어촌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주소와 학교명 등이 블라인드 처리되면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학교별 추천 인원에 제한이 있는 지역균형전형의 경우에도 해당 학교에서 몇 명을 추천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저소득층 확인서, 특성화고교 학교장 확인서 등도 마찬가지다. 추가 서류를 요구해야 할 때도 지원자 인적정보가 없으니 연락이 불가능하다. 


단계별 전형 대학, 서류 진위 파악 어려워 


단계별 전형에도 문제가 따른다. 교육부는 대학이 서류평가를 하기 전 블라인드된 학생부를 1차로 제공하고, 평가가 끝난 후에 정보가 모두 공개된 학생부를 2차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2차 학생부를 제공하는 시점이 모호하다. 교육부는 그 시점이 서류평가 후인지, 면접평가 후인지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서류평가 후에 2차 학생부를 제공할 경우,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대학은 진위가 분명하지 않은 학생부만을 보고 당락을 가려야 한다. 면접 직후라면 서류 진위를 확인해 합격자를 가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원서접수 시 지원자가 학생부를 온라인에 제공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이때는 지원자의 학생부를 대학에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 경우 학생부 블라인드 항목을 어떻게 처리해 보내야 할지 모호하다. 


서류 블라인드, 지방 일반고 학생에게 직격타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제도가 가져올 결과다. 서류 블라인드로 선발할 경우 합격자가 특정 고교에서 대거 나오거나, 특목·자사고 등 특정 고교 쏠림현상이 커질 확률이 대단히 높다. 

교육부는 학교 정보를 가리면 특목·자사고의 후광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듯 보이나 크나큰 오산이다. 오히려 학교명을 가린 채로 기록 자체만 보고 평가하면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특목·자사고는 일반고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교육환경이 좋다. 학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학생 활동이 다양하고 심층적이며, 학생부 기록 수준도 높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일반고 지원자와 특목·자사고 지원자 학생부를 ‘계급장 떼고’ 맞붙이면 당연히 특목·자사고 지원자 학생부에 좋은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교 이름이 가려져 있다고 해서 지원자의 출신 고교를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특목·자사고 출신 지원자의 경우 일반고에서는 개설하지 않는 심화과목을 배우고 특정 과목 수업시수도 일반고보다 많다.

따라서 학생부의 이수 과목 이름이나 수업 시수만 봐도 출신 고교 유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블라인드하는 이유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학종은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딛고 학업과 활동에 매진해 성장을 이룬 학생을 높이 평가한다.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정시 수능전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종이 학생부와 서류 기록의 맥락을 살펴 학생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학종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고교정보가 블라인드되면 이런 맥락을 전혀 읽을 수 없어, 학생에 대한 정성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오로지 학생부에 적힌 기록 자체만 보고 평가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류 블라인드는 일반고, 그 중에서도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 일반고 학생들에게 직격타가 될 수밖에 없다. 


고교 프로파일 폐지도 ‘일반고 죽이기’ 


서류 블라인드 문제와 떼놓고 볼 수 없는 것이 고교 프로파일 폐지 문제다. 정부는 당장 올해 대입부터 학종 평가 과정에서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다.

쉽게 말해 일부 대학이 학종 선발 시 고교 프로파일을 보고 특목·자사고 등 특정 고교유형 출신 지원자를 가려 뽑고 있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고교 프로파일이란 고등학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일종의 학교 소개서이다. 대학은 고교 프로파일을 통해 해당 고교의 교육과정과 교육환경, 여건 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고교 프로파일 폐지가 대입 선발 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탁상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교 프로파일이 학종 평가에서 사라지면 서류 블라인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학생의 환경적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오히려 일반고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데, 교육부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류 블라인드’, ‘고교 프로파일 폐지’ 백지화해야 


학생부종합전형은 무조건 우수한 학생만을 선발하는 전형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대학이 학생의 개인정보와 고교정보를 알려고 하는 것은 특정 고교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지원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학종 평가 시스템을 제대로 알지 못한 정책 당국의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인해, 2021학년도 대입을 치를 대학과 수험생이, 그 중에서도 지역 일반고 학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현재 교육부가 취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행보는 고교정보 블라인드나 고교 프로파일 폐지 조치를 백지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독불장군 식의 일방통행 행정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고교, 대학과 충분히 소통한 뒤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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