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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사 새로 쓴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월 9일 밤(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뿐이 아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 수상이 유력시되었던 ‘1917’의 3개 트로피보다 많은 4관왕 영화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는 지난 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제72회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7월 21일 국내 관객 천만 명 돌파에 이은 쾌거다. 그야말로 세계영화사를 새로 쓴 ‘기생충’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의 천만영화 기생충’이란 글을 이미 쓴 바 있지만, 박수나 치며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잠깐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의미부터 정리해보자. 먼저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이다.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역사 101년 만에 처음이다. 스포츠서울(2020.2.11.)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꾸준히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지만, 수상은커녕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외국어영화상 부문 출품작은 ‘춘향뎐’(2000)ㆍ‘오아시스’(2002)ㆍ‘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2003)ㆍ‘왕의 남자’(2006)ㆍ‘밀양’(2007)ㆍ‘마더’(2009)ㆍ‘피에타’(2012)ㆍ‘사도’(2015)ㆍ‘택시운전사’(2017)ㆍ‘버닝’(2018) 등이다. 문소리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오아시스’, 전도연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도 맥을 추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마더’나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피에타’, ‘왕의 남자’ㆍ‘택시운전사’ 같은 천만영화도 아카데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6년 백인들만의 잔치라며 보이콧운동이 벌어진 이후 있어온 아카데미의 변화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만큼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이 새삼 의미있게 와닿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작품상과 국제영화상 동시 수상도 최초이다. 각본상 역시 2003년 스페인어로 된 ‘그녀에게’(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받은 바 있지만 아시아 감독ㆍ영화로는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1956년 미국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다. 감독상도 대만 출신 리안 감독에 이어 아시아인 두 번째 수상이다.

 

단순히 한국뿐 아니라 세계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로 생각되는데, 봉감독 말처럼 로컬(지역)영화제일 뿐인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에 지구촌이 들썩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이자 중심이라 할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최되기 때문일 것이다. 수상자 선정 방식도 아카데미 시상식에 권위를 더한다.

 

아카데미는 소수의 심사위원들만 참여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된다. 회원들은 제작자ㆍ감독ㆍ배우ㆍ스태프 등 영화인들이다. 기자나 평론가는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 해 12월 기준 AMPAS 회원은 40여 명의 한국인 포함 9537명이다. 이번 시상식에선 8469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기생충’은 세계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모두 16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겨레(2020.2.11.)에 따르면 ‘기생충’은 “57개 영화제와 61개 시상식에서 각각 19개와 144개 상을 받으며 세계영화사에 그 존재감을 뚜렷히 새겼다.” 이런 인정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수상으로 이어졌고, 세계영화사를 새로 쓴 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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