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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제안] 등교하지 않는 개학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에듀인뉴스] 코로나19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3주간 연기한 학교의 개학을 더 이상 연기하는 것만큼은 피하여야 한다. 6.25 전쟁 때도 교육을 멈추지 않은 나라에서 개학을 무작정 연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등교하지 않고도 온라인 학습 등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좋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2월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자살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김황식 국무총리와 조벽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설립되어 범정부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하였다.


코로나 19에 대응하여 등교하지 않는 개학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교육부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학생에게 집에서도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정보통신 인프라부터 에듀테크 산업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학생과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교사를 지원하는 생태계를 조성하여야 한다.


정부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민간과 협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등교하지 않는 개학을 위한 범국가적 테스크포스(TF)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듣는 수업방식은 그 동안 21세기의 아이들을 19세기의 공장형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비판받아 왔다. 이러한 대량생산형 수업방식은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이번에 만약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가능성과 필요에 맞출 수 있는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한다면, 코로나19의 전염성도 차단하면서 오히려 위기를 교육발전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20세기 에듀테크가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하여 기존의 수업을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21세기 에듀테크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맞춤학습(adaptive learning)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온라인 학습플랫폼 기술의 확산으로 교사와 교수가 학생과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고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기회를 디자인해주는 방향으로 역할을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21세기 에듀테크를 전면적으로 학교교육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아직 없다.


문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교사가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모든 학생의 수요에 맞추어 개별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생태계(enabling ecosystem)’가 조성되지 못하고 심지어 이를 저해하는 규제의 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개강 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교수들의 1% 미만이 온라인 수업을 해보았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학 자체적으로 교수학습지원팀을 총동원하여 지원하는 동시에, 교육부도 온라인 수업이 전체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초중등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법규와 규칙을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주고 또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 위기가 끝난 다음에 이번 경험을 엄밀히 평가하여 법제화함으로써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학교에서 의욕 있는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려해도 과연 온라인 수업이 ‘수업시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조차 아직 교육부와 교육청의 방침이 서 있지 않다. 하루빨리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정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당장 모든 교사에게 일률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업결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학교와 교사부터 먼저 온라인 수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도록 유무선 연결이 가능한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하고 소외계층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위한 디지털 디바이스 지원과 통신지원비 확대도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와 경북의 모든 학생들이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맞춤학습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학습플랫폼 기술과 같은 21세게 에듀테크 도입과 더불어 교사의 역할 변화까지 포함한 학습혁명이 대구와 경북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3일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안내한 공공 콘텐츠들이 과연 사교육 시장에서 이미 인기를 끄는 민간의 AI(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학습 소프트웨어에 비하여 얼마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꾸준히 제안되었던 것처럼 교사에게 민간 에듀테크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고 교사가 판단하여 구입해 학생에게 배포하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영국 런던 소재 에듀테크 기업 지도(사진 출처=EDTECH: LONDON CAPITAL FOR LEARNING TECHNOLOGY 보고서)
영국 런던 소재 에듀테크 기업 지도(사진 출처=EDTECH: LONDON CAPITAL FOR LEARNING TECHNOLOGY 보고서)

교육청들도 영국에서 시작한 에듀테크 ‘시험학교(testbed school)’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민간 에듀테크를 학교현장에 시험 적용하면서 교사로부터 다양한 활용경험을 청취하고 개선방안 등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에듀테크의 경쟁력도 높이고 현장수용성도 증가시키는 노력을 시작하여야 한다.


길게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이 과정에서 교육을 멈추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19에 맞서서 등교하지 않는 개학을 가능하게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19 위기를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모든 아이에게 더 좋은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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