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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학습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양산하는 한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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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공부를 오래 했다. 초중고 12년, 학사 과정 4년, 석사 과정 2년, 박사 과정 6년을 했다. 24년 동안 학교에 다녔다. 공부가 재밌어서 가능했다. 공부는 누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 중고등학교 시절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마음일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부모가 자녀가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안정적인 직장과 경제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에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일은 결과도 좋게 나타난다. 따라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녀가 학습을 즐거워해야 한다. 자녀는 학습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 학습의 즐거움은 뒤로한 채, 참아내고 감수하면서 오로지 결과를 만드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돌이켜보면 필자는 공부가 재밌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수학이 참 재밌었다. 재밌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성적이 좋았다. 그리고 성적이 좋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칭찬을 들으면 의욕이 북돋웠다.

고등학교에서는 물리 과목을 처음 접했다. 수학 논리를 바탕으로 자연 현상이 해석되고, 일상에서 보던 복잡한 운동이 이해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마치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다. 오랜 세월 이 분야에 열중하며 오랫동안 공부했고,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선생으로서 목표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상담하거나 마주치는 학생에게 자주 “물리 재밌지?”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을 바라보면 또다시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하지만 대치동에서 공부하는 영재들의 현실은 3~40여 년 전의 필자의 학창 시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틈이 있다. 학생은 공부를 어떤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그저 부모의 결정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야 한다.

동네 놀이터나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사라진 지는 오래됐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를 사귀려면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한글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며,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수학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며 야단이다.

전에는 외국어 고등학교’라도’ 진학을 못 하고 일반고에 진학하면 망한다고 했고, 근래에는 과학 고등학교나 자사고 진학은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과목별 전문 학원을 잘 선택해서 시간표를 짜야 한다고 한다.

중학생이 되면 일반 학원이 아닌 잘하는 아이들과 팀을 구성해 유명한 선생님을 모셔야 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능력 있는 아이 뒤처지게 만드는 어리석은 엄마라고 한다.

필자가 대치동 강의를 시작했던 20년 전도 다르지 않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학원에 다녔던 학생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쫓아가지 못해서 뒤처지리라 생각했던 학생들은 뭘 하고 있을까. 선행 학습했던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더 잘살고 있을까. 학생의 행복을 위해 소중한 가치는 저버리고 사소한 것에 집착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학생을 매일 접하는 건 선생으로서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갖춘 영재가 자기 결정과 판단을 박탈당하고, 학습 방법과 성취동기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눈이 가려진 영재가 그저 부모가 이끄는 대로 더듬어 가는 모습을 보면 가르치는 즐거움마저 사라진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 대치동에서 겪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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