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김인규의 동티모르 교육] '인성은 가정에서' ... 준 것 보다 얻은 게 많은 가정방문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동티모르로 교육 봉사를 떠난 김인규 베코라 기술고등학교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교단 일기를 시작한다. 천해의 자연 속에서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땅 동티모르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교 생활을 들여다 보자.


레띠시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니, 오빠, 엄마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외국인근로자로 일을 하러 가셨다.(사진=김인규 교사)
레띠시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니, 오빠, 엄마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외국인근로자로 일을 하러 가셨다.(사진=김인규 교사)

[에듀인뉴스] 레띠시아(Leticia)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갔다. 레띠시아는 수업 끝나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학생 집을 가보고 싶은데, 혹시 가능한 학생 있나요?”


레띠시아 집을 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레띠시아에게 부탁했다. 다행히 레띠시아 가족들이 나의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레띠시아는 산에 산다. 1시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니 딜리의 경치가 한눈에 보인다. ‘꽤 높은 곳에 사는구나. 매일 학교로 이 거리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등굣길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티시아의 집은 산 중턱에 있다. 갖가지 풀과 나무로 둘러싸인 이 집에 살면 욕심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사진=김인규 교사)
레티시아의 집은 산 중턱에 있다. 갖가지 풀과 나무로 둘러싸인 이 집에 살면 욕심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사진=김인규 교사)

레띠시아는 언니, 오빠, 엄마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하고 계신다. 우리는 미리 산 화장지와 동료 선생님이 만든 양파 장아찌를 어머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다른 집에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었다.


레띠시아 어머니는 우리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동티모르 문화에서는 손님이 오면 먼저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의자에 앉으니 어머니가 음료수를 내오셨다. 어머니 혼자 손님 대접하기가 힘든 것 같아 도와주려 하였으니 어머니께서 극구 사양하신다.


“선생님 가만히 앉아 계세요. 동티모르에서 손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야 해요.”


레띠시아는 대신 집을 구경시켜준다. 집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집 주변으로는 많은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있다. 또 어머니가 기르는 화분들도 있다. 주변에 산과 풀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화분까지 기르는 것이 신기했다.


어머니는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계셨다. 레띠시아 주변에는 코코넛, 야자수, 구아바, 바나나 등 과일가게에서 파는 모든 과일의 나무가 있다. 언제든지 신선한 과일을 따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이처럼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산다. 덕분에 동티모르 학생들은 순박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욕심내지 않고 소박한 마음을 지녔다. 서로 비교 하지 않고 사는 마음은 행복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런 예쁜 마음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 나도 마음이 항상 편안하다.


아이들과 앉아서 레띠시아의 어린시절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어린적 모습을 추억하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아이들과 앉아서 레띠시아의 어린시절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어린적 모습을 추억하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레띠시아, 어릴 적 사진 볼 수 있어?”


레띠시아가 방에 들어가더니 사진을 가지고 온다. 어릴 적 레띠이시아 모습이 정말 귀엽다. 레띠시아가 울고 있는 사진도 있다. 어머니에게 레띠시아가 왜 우냐고 물어 보니 배고파서 운단다.


그래서 레띠시아에게 먹을 것을 줄 테니 더는 울지 말라고 하셔서 다들 웃었다. 우리는 레띠시아의 어릴 적 사진을 함께 보며 한참을 즐겁게 지냈다.


레띠시아 어머님이 손수 만드신 동티모르 전통음식. 어머니의 음식에는 선생님을 대접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레띠시아 어머님이 손수 만드신 동티모르 전통음식. 어머니의 음식에는 선생님을 대접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곧이어 어머니가 저녁밥을 내오신다. 음식을 내오시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괜히 집에 방문한 게 죄송스럽게 느껴진다.


구운 생선, 오이무침, 튀긴 두부, 감자와 콩을 섞은 수프 등 모두 동티모르 전통음식들이다.


동티모르 가정식은 향이 강하지 않다. 맛을 표현하자면 한식에서 고춧가루가 빠진 맛이다. 동티모르 사람들이 왜 건강하고, 뚱뚱한 사람이 없는지 가정식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접시에 반찬과 밥을 잔뜩 담아 아이들과 두런두런 앉아서 음식을 함께 먹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받고 있다.  선생님이 음식을 다 받을때까지 학생들이 기다려 준다. 선생님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하다.(사진=김인규 교사)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받고 있다. 선생님이 음식을 다 받을때까지 학생들이 기다려 준다. 선생님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하다.(사진=김인규 교사)

동티모르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정이 많다. 손님이 오면 음료와 음식을 정성껏 대접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왔다고 하니, 음식으로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다. 어머님이 만드신 음식에서 선생님을 진심으로 대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는 학생들과 소박한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싶다. 단순히 선생님과 학생으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다정한 이웃이면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존재이고 싶다.


“어머니, 레띠시아는 마음이 정말 착하고, 수업도 열심히 듣는 아이에요.”


“네, 선생님. 레띠시아는 집에서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을 걸면 살포시 웃음을 짓는 아이예요. 하지만 얼굴이 못생겨서 큰일이에요!”


어머니의 농담에 우리도 한바탕 웃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위해 이렇게 집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주셔서 저야말로 정말 감사합니다. 레띠시아는 정말 착한 학생이니 걱정 마세요 어머니.”


어머니의 진심 어린 마음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모님과 집만 간단히 보고 오자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준 것보다 받는 것이 너무 많아서, 어머니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다음날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나에게 말을 건다.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아이들과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 눈빛 안에는 우리만이 공유하는 무엇인가 담겨있다.


아이들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 속에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내 삶으로 가깝게 다가와 준 아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며, 아이들이 좀 더 나의 삶에 들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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