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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누구의 눈물일까… 무라노 유리로 만든 검은 눈물 조각

무라노 유리 조각가 ‘프레드 윌슨’,
물방울 모양부터 정교한 샹들리에 조각까지…
서울 이태원로 페이스갤러리 서울서 5월 16일까지
 
“제 머릿속에는 흑인은 검은 잉크통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잉크처럼 여겨지는 식의 여러 연상 작용들이 존재합니다. 검은 색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나타냅니다. 물론 빛이 없는 상태인 검은색은 실제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요.”
 

 
20여 년 전 처음 유리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무라노 글라스는 프레드 윌슨(Fred Wilson·64)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다. 그는 그동안 소외돼 온 역사를 재조명하고 정체성이나 전시가 가지는 정치성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오브제와 문화적 상징을 재구성함으로써 전통적인 해석에 변화를 시도하고 이로써 보는 이에게 사회적·역사적 내러티브에 대한 재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는 검은 무라노 글라스의 가능성을 탐구하면서부터 검은 유리 물방울 시리즈를 시작했다. 입으로 불어서 만든 유리 조각은 반사되는 표면과 눈물방울 같은 형태가 특징이다. 특히 잉크나 오일, 피, 타르 같은 액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붉은 유리를 세게 불어 검게 보이게 제작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물방울 형태의 작업을 이어가는데, 가나 아샨티족이 전통의식에서 사용하는 다산을 상징하는 인형을 본떠서 만든 검은 유리 조각 설치 <Akua'ba>도 그중 하나다. 벽에서 시작돼 퍼져나가는 유리 인형 밑으로 검은 물방울 여러 개가 마치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듯 보인다.
 
물방울이란 비교적 단순한 모양뿐만 아니라 샹들리에와 같이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의 작업에도 몰두해왔다. 2003년 열린 제5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국관 전시에서 그는 무라노섬 장인들에게 18세기 베네치아 레초니코 양식(Rezzonico Style)의 대형 샹들리에 제작을 의뢰했다. 이때 만들어진 <Chandelier Mori>(2003)는 베네치아 유리공예 역사에서 최초의 검은 유리 무라노 샹들리에로 기록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윌슨은 그 오브제와 오브제의 공공의 이용, 재료의 역사를 탐구하며 샹들리에와 다양한 검은색 무라노 유리 거울을 만들어왔다. “제 작업은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변화하는 제 생각들을 담을 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과 개념주의, 다양한 사회 이슈들, 인종이라는 개념, 소외와 부정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저의 지속적인 관심에 영향을 받습니다.”
 

 
작가는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오셀로의 대사, 인물, 무대 연출 등이 그의 작품 제목으로 사용되거나 작품 내에 인용되며 분열, 흑인다움(Blackness)에 대한 역사적 재현, 상실이라는 개념, 말소의 현실, 권력 정치를 표현하는 데 사용됐다. <I Saw Othello's Visage in His Mind>(2013) 등을 비롯해 대형 거울을 기반의 작품에서 장식 예술과 오셀로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정교한 검은 무라노 유리가 여러 겹으로 겹친 검은 거울과 이에 비친 얼굴은 마치 검은색 물감을 얼굴에 칠한 듯 보이는데, 이를 통해 흑인답다고 여겨지는 것 또는 검다고 여겨지는 것 그리고 그 재현과 정체성의 복잡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끔 유도한다. 오셀로의 주제는 샹들리에 최신작 <A Moth of Peace>(2018)에서도 이어진다. 작품명은 데스데모나가 오셀로를 전쟁터로 떠나보내고 남겨진 자신을 ‘평화로운 나방(Moth of Peace)'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차용해왔다. 
 
작가의 개인전 ‘Glass Works 2009-2018’이 마련됐다. 지난 10여 년에 걸친 작가의 근작과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로, 검은 유리 물방울, 화려하게 장식된 검은 거울, 레초니코 양식 샹들리에 등 대표작이 내걸렸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5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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