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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국립현대미술관 사상 최초 온라인 전시에 “현장관람만큼 좋다”

개관 이래 최초 서예전 ‘미술관에 書’,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선개막
전시가 통째로 80분 유튜브 영상에…
‘회화와 서예의 관계’ ‘디자인을 입은 서예’ 등
한국 근현대미술에서의 서예 의미 재조명
 
“정작 전시장에선 큐레이터님을 쉽게 만날 수 없는데, 이렇게 유튜브에서 큐레이터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좋아요.”
 
“그러게요. 저는 지금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보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이래 최초로 준비한 한국 근현대 서예전 ‘미술관에 書’가 ‘최초’ 타이틀 하나를 더 달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선개막한 것이다. 본래 3월 12일부터 열렸어야 할 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이 휴관에 들어가며 개막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일단 유튜브에다가 전시장을 차렸다.
 

 
3월 30일 오후 4시 녹화 중계가 시작됐다. 전시 담당자인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전관을 누비며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일화와 당시 시대적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해나갔다. 동시에 유튜브 라이브 채팅창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갔다. “뿌리를 건드려주는 듯한 설명이 좋다” “큐레이터의 차분한 목소리와 딕션에 어려울 수 있는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전시 중계라니 새롭다” 등 80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에도 관객들의 호응이 계속 올라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인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 Korea)을 통해 선공개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잠정 휴관 상태로 전시장 방문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온라인에서나마 작품을 둘러볼 수 있게끔 해놓았다. 전시 담당 큐레이터의 생생한 설명이 곁들여져 현장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몰입감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서예전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고루하지만은 않다. 이번 전시는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선전과 국전을 거치며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전후 나타난 현대서예와 디자인서예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 아트, 인쇄매체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에서는 서예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장르의 미술에 미친 영향들을 살펴봄으로써 미술관에서 ‘서’를 조명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예가 또 다른 형태의 미술임을 말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현대미술과 서예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첫 번째 ‘시詩·서書·화畵’에서는 전통의 시화일률(詩畫一律) 개념을 계승했던 근현대 화가들이 신문인화(新文人畵)를 창출하고, 시화전의 유행을 이끌어 갔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자추상’에서는 서예의 결구(結構)와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구축된 문자적 요소가 각각의 화면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됐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서체추상’에서는 서예의 모필(毛筆)이 갖고 있는 선질(線質)과 지속완급, 리듬, 기(氣) 등 재료의 특질이 실제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2부 ‘글씨가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에서는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통서예에서 변화된 근대 이후의 서예에 나타난 근대성과 전환점, 서예 문화의 변화 양상 등을 살펴본다. 12인의 작가는 근현대 한국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들로서 대부분 오체五體(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에 능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등 사회·문화예술의 격동기를 거치며 ‘서예의 현대화’에 앞장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립한 인물들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행보와 성정을 반영해 자신만의 특장을 서예로 발휘해 온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글씨가 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3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에서는 2부의 국전 1세대들에게서 서예 교육을 받았던 2세대들의 작품을 통해 그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 현대서예의 새로운 창신과 실험을 살펴본다. 서예의 다양화와 개성화가 시작된 현대 서단에서 서예의 확장성과 예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다시, 서예’에 주목한다.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세 가지 기준,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 ‘서예의 창신과 파격’ ‘한글서예의 예술화’에 따라 선정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서예가 문장과 서예의 일체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현대서예는 문장의 내용이나 문자의 가독성보다는 서예적 이미지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서예’가 아닌 ‘보는 서예’로서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 이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타 장르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순수예술로서의 서예를 보여준다. 
 
4부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는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상에서의 서예 문화, 현대 사회 속의 문자에 주목한다. ‘손글씨를 이용해 구현하는 감성적인 시각예술’로 최근 대중들에게까지 각인되며 일면 서예 영역의 확장이라 일컫는 캘리그래피와 가독성을 높이거나 보기 좋게 디자인한 문자를 일컫는 타이포그래피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내포하며 상용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별된 작품들은 서예의 다양한 역할과 범주, 그리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미술관은 4월 5일까지 잠정 휴관 중이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재개관 시기를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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