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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그림책 수업사례] 마음 순화하는 '글쓰기', 내면 정서 깨워 누구나 시인으로

[에듀인뉴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선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은 마치 마법처럼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관계 형성을 통한 수업에서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의 삶, 교사의 삶, 학생의 삶을 연결시켜준다.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작가, 교사, 학생이 동행하는 그림책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진소정 배곧해솔중학교 국어교사
진소정 경기 배곧해솔중 국어교사

[에듀인뉴스] 그림책 수업의 시작은 ‘동화책 만들기’였다. 그림책과 동화책의 경계도 알지 못했던 시절, 동학년 선생님들과 무작정 시작했던 교과 간 융합 수업이 처음으로 그림책과 수업을 만나게 했다.


일본 전래동화를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해 입체 그림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예상 독자를 유아로 설정하고 글보다는 그림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정성껏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


“국어 시간이니까 그림책을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지 않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국어책에는 훌륭한 문학적 텍스트가 가득해 그림책이 들어갈 자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림책을 글쓰기 수업에서 자주 사용한다.


그림책의 글과 그림이 만들어내는 상호텍스트성과 그림 해석의 다양성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다채로운 글감을 제공해 준다.


또한, 그림책의 간결한 서사구조는 누구나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준다.


그림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표지.(곤살로 모우레 글, 알리시아 바렐라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6)
그림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표지.(곤살로 모우레 글, 알리시아 바렐라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6)

첫 번째 소개할 그림책은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이다.


표지에는 분명히 곤살로 모우레 글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 그림책에는 글이 없다. 대신 어떤 공원의 풍경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열두 장면으로 펼쳐진다. 그림 속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고,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 그림책을 이용해서 글쓰기 수업을 해보자.


1) 그림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넘기며 감상한다.


2) 첫 장으로 돌아와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을 골라 주인공으로 정한다.


3) 그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그림책을 다시 한번 읽는다.


4)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야기를 글로 적는다.


5) 모둠 혹은 반 전체와 공유한다.


6) 그림책의 맨 뒤에 붙어 있는 작가의 글 7편을 읽고 소감을 나눈다.


학생들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일고 창작한 그림책 표지들.(사진=진소정 교사)
학생들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일고 창작한 그림책 표지들.(사진=진소정 교사)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에는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 스웨덴에서 온 시인, 걸으면서 왠지 늙었다는 느낌이 드는 여인, 사소한 다툼을 한 어린 연인, 두더지와 숨바꼭질을 하는 소년, 비를 몰고 다니는 소녀 등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붉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공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기적을 만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읽고 쓴 학생들의 글도 따뜻하다. 학생들 각자의 글을 활용해서 새로운 그림책을 만드는 활동을 이어서 할 수도 있다.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 표지.(리즈 가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0)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 표지.(리즈 가튼 스캔런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0)

두 번째 소개할 그림책은 『온 세상을 노래해』이다. 시적인 메시지와 서정적인 그림으로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장과 장 사이에도 서사적 여백을 두어 그 빈 공간을 메우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어느 여름날, 해변에는 한 가족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돌멩이, 바위, 자갈, 모래 등 그들을 둘러싼 소소한 자연이 서로 어우러져 넓은 해변을 이루고 또한 깊은 세상을 이룬다.


가족과 아이들이 하루의 삶 속에서 얻게 되는 평범한 기쁨을 노래한다. 다양한 세대와 경험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작은 존재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세상 속에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있으며, 우리 모두가 바로 세상이라는 주제를 전달한다. 이 그림책으로 글쓰기 수업을 해보자.


1) 그림책의 글을 지우고 그림만 제공한다.


2)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넘기며 그림의 연결성을 발견해 본다.


3) 의성어나 대화 등 그림마다 연상되는 소리를 찾는다. 아이들은 소리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장면을 구체화하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 사건 등을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4) 그림, 발견한 소리를 바탕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5) 모둠 내에서 발표하고, 모둠 대표작을 뽑는다.


6) 모둠 대표작을 발표하고 잘된 점을 중심으로 짧은 비평을 나눈다.


7) 글이 있는 원작은 다음 시간에 함께 읽거나, 교실에 그림책을 두고 자유롭게 읽는다.


학생들이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의 그림만 보고 쓴 글.(사진=진소정 교사)
학생들이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의 그림만 보고 쓴 글.(사진=진소정 교사)

요즘 학생들은 사랑, 그리움, 희망과 같은 단어들을 잘 사용하려 들지 않는다. 회색빛 도시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봐서인지 학생들이 쓴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비정한 것들이 많다.


글쓰기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순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나 『온 세상을 노래해』처럼 서정적인 그림책은 아이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정서를 일깨워 멋진 작품으로 완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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