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참으로 비협조적인 너란 색깔, 로열 블루

박형지 회화 프로젝트 ‘비협조적 블루’
18일까지 플레이스막2
 
“예전에 두 작품에 로열 블루를 써본 적이 있는데, 둘 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전시한 적은 없었다. 작업에 사용해 온 수많은 색 중 이 색을 어느 그림에 썼는지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로열 블루는 확실히 특징이 있는 색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전 유럽에서 청색은 안료 가격이 비싸 한정된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귀한 색이었다. 오늘날엔 일상 전반에 자주 쓰이는 색 중 하나가 됐고 믿음, 충성심, 건강, 청량감, 우울, 권위 등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중세시대 왕족이나 귀족은 야외 노동으로 피부가 그을릴 일이 없어 파란 핏줄이 두드러져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졌기 때문에 스스로를 푸른 피(Blue Blood)라고 불렀다. 반면,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군을 칭할 때 우리는 블루칼라(Blue-Collar)라고 한다. 두 용어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은 다르지만, 서로 상반되는 사회 계층을 같은 색이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박형지 작가는 파란색 중에서도 ‘로열 블루(Royal Blue)’에 주목하고, 이를 주제로 한 회화 프로젝트 전시 ‘비협조적 블루’를 가진다. 로열 블루는 18세기 영국 샬럿 왕비의 드레스를 만들기 위한 경연에서 창작된 색으로 전해지며 킹스 블루(King’s Blue)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감명은 보통 원료나 화학적 성질을 따르는데, 이 색은 ‘로열’ 혹은 ‘킹’이라는 계급이 파란색을 수식함으로써 색에 권위를 부여하는 듯하다.
 

 
박형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궁정화가가 그린 왕의 초상화, 불만에 찬 투덜이 스머프, 데님 셔츠, 한정 판매된 로열 블루 색의 나이키 운동화 등의 모든 이미지를 로열 블루로 표현해냈다. 시각적 또는 언어적으로 파란색에 연관된 이미지를 로열 블루, 검은색, 흰색만을 활용해 화면에 담았다. 제한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 로열 블루를 극대화함으로써 색채의 특징을 드러내고 고찰해 보려는 작가의 회화적 실험인 셈이다. 해당 작업 과정을 통해 박형지는 로열 블루를 ‘비협조적인 파란색’으로 정의했다. “로열 블루는 기묘하게 튀는 성격이 있어 내 그림 안에서는 어쩐지 다른 색과 잘 융화되지 않고 겉돌곤 했다. 그래서 참으로 비협조적인 색이란 생각이 들더라. 다른 색과 조화되지 않고 두드러지는 것이 로열 블루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1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플레이스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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