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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공부머리 독서법]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책 읽기를 싫어할까?"

-책 싫어하는 학생들의 비밀
-‘어휘력’이 낮아서 책을 못 읽는 걸까? 
-책을 읽고도 내용 파악이 안 되는 학생들 
-어휘력 낮은 게 아니라 ‘추론능력’ 떨어지는 것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어휘력’이 낮아서 책을 못 읽는 걸까? 


자기 연령대의 이야기책을 읽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독서입니다. 이 초보적인 책읽기를 일주일에 2~3시간씩만 해도 언어능력을 금세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독서의 질이 높으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독서의 질이 기본만 되면 자기 연령 적정치의 언어능력을 갖추는 정도는 간단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초보적인 독서조차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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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도 내용 파악이 안 되는 학생들 


책을 읽었는데도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문장을 읽을 수는 있어도 의미 파악은 원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확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습니다만 수많은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전체 학생 중 적어도 20~30%가량은 심각한 읽기 열등 상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읽기 열등 상태는 책을 읽어도 읽은 게 아니기 때문에 독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서툴기 때문에 학습도 원활하게 할 수 없죠. 

읽기 열등 상태의 양상은 초등 저학년과 초등 고학년, 청소년에 따라 다릅니다. 먼저 초등 저학년 읽기 열등 상태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봅시다. 

초등 3학년 명빈이의 부모는 명빈이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원인으로 ‘낮은 어휘력’을 지목했습니다. 단어 뜻을 몰라서 책을 못 읽는다는 거죠. 책을 못 읽는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초등 저학년이 읽는 책은 주로 일상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어 뜻을 몰라서 책을 못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명빈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초등 2학년 수준의 책인 <오빠의 누명을 벗기고 말테야>를 읽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소리 내서 읽는 속도로 읽어도 30분이 채 안 걸리는 책인데, 명빈이는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명빈이가 책을 다 읽은 후 도입부를 다시 읽게 해보았습니다. 

“헤르미네 치펠은 일곱 살이에요.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는 헤르미네를 미니라고 불러요. 하지만 오빠 모리츠는 ‘콩줄기’나 ‘작대기’로 부르지요. 미니의 키가 워낙 큰 데다 삐쩍 말랐기 때문이에요. 모리츠는 미니보다 두 살이 많지만, 키는 똑같아요. 모리츠는 동생이라면 키도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몇 문장 안 되는 글을 다시 읽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저는 명빈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빠는 왜 헤르미네를 콩줄기 또는 작대기라고 부를까?”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기에 문장을 다시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명빈이는 글을 다시 읽고 나서야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콩줄기를 닮아서요.” 이 말을 들은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콩줄기를 닮았다는 게 무슨 뜻이야?” 명빈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콩줄기처럼 머리가 크다는 뜻?” 

이렇게 엉뚱한 대답을 하는 학생은 명빈이만이 아닙니다. 초등 3학년 아이 10명 중 2~3명은 이렇게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본문에 분명 ‘미니의 키가 워낙 큰 데다 삐쩍 말랐기 때문이에요’라고 버젓이 적혀있는데도 답을 말하지 못합니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의 정보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0명 중2~3명을 뺀 나머지 학생들은 좀 다를까요? 

“오빠는 헤르미네의 큰 키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라는 이 질문에 “싫어해요”라고 정답을 바로 말할 수 있는 아이는 10명 중 6~7명 정도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근거를 못 대거나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좋아할 것 같아요. 동생이니까요. 키 크면 좋잖아요.” 

자신이 읽은 글과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 거죠. 명빈이처럼요. ‘모리츠는 미니보다 두 살이 많지만, 키는 똑같아요. 모리츠는 동생이라면 키도 작아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라는 문장에서 모리츠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는 겁니다. 심지어 이 도입부 바로 뒤에 “너희 둘 중 누가 동생이니?”라는 사람들의 질문 때문에 오빠인 모리츠가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도요. 

이야기 속에 담긴 정보를 감정으로 변환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글 속에 담긴 정보들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정보 속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책을 읽을 능력이 없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같은 내용을 말로 설명해주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말로 들을 때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만, 글을 읽을 때는 머리가 굳어버립니다. 저는 명빈이에게 콩줄기와 작대기의 비슷한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명빈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작대기는 모르지만 막대기는 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작대기를 몰라서 벌어진 문제일까요? 


어휘력 낮은 게 아니라 ‘추론능력’ 떨어지는 것 


아닙니다. 책을 잘 읽는 아이들도 책 속의 모든 단어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수능 국어영역 만점을 받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난생처음 보는 전자공학 관련 지문의 어휘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지문을 정확하게 해석합니다. 

글속의 단어는 혼자 외따로이 존재하는 섬이 아닙니다. 단어는 문장 안에 존재하고, 그 문장은 앞뒤 문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 관계를 통해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위의 글을 읽을 때 ‘작대기’라는 단어를 모른다 하더라도 문맥상 콩줄기처럼 ‘가늘고 길쭉한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퍼뜩 비슷한 단어인 막대기를 떠올리고, 두 단어가 비슷한 뜻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명빈이는 이 기본적인 추론이 안 되기 때문에 작대기의 뜻을 모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휘력이 낮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이런 학생이 많기 때문에 초등 어휘 관련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지만, 정작 효과를 보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어휘의 뜻을 아는 게 아니라 문맥을 통해 어휘의 뜻을 추측해내는 능력이니까요. 

이 학생들은 지능이 낮거나 심각한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는 게 아닙니다.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학생들입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용을 술술 말할 줄도 알고, 피아노도 배운 대로 척척 치고, 과학 완구도 잘만 만듭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께서 “우리 애는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유독 책만 못 읽는다”라고 말씀하시죠. 

이 아이들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글을 읽는 훈련이 너무 안 돼 있어서 글자를 읽는 순간 사고가 멈춰버리는 것입니다. 책이 재미없다며 절대로 읽으려 하지 않는 학생, 책을 읽었는데도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 무턱대고 책을 읽으라고 종용해도 이 학생들은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책을 읽고 이해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학생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과 굳은 결의로 읽기능력을 끌어올리세요. 자기 또래의 이야기책을 읽고 이해할 능력을 갖추는 것. 이것이 학습을 할 수 있는, 진짜 독서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 <나침반> 4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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