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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NOW] 목소리 녹음, 영상 촬영 ... "숙제 지옥에 빠졌다"

-학생·학부모, 늘어난 과제에 불만 높아져
-교사들 “숙제 수준 대부분 낮춰 내준다”


기사 이미지

“과목마다 숙제가 쓰나미처럼 쏟아져요. 그것도 매일요. ‘숙제 지옥’에 빠진 기분이에요.”

23일 오후 경기 시흥에 사는 고 3 김모양이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그가 숙제를 받은 과목은 국어, 영어, 체육 등 다양하다. 김양은 “등교수업을 할 때보다 숙제량이 두배 정도 많아졌다”며 “숙제에 치여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대입을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으로 대폭 늘어난 숙제에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숙제 짐을 떠안은 건 학생들만이 아니다. 초등 저학년이나 고 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학교 숙제는 고스란히 엄마, 아빠 몫”이라고 토로한다.

학생들은 숙제량도 많은데 제출 방법도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고 2 최모군은 “영어는 주어진 문장을 소리내 읽고 녹음한 파일을, 국어는 원격수업 내용을 필기한 노트 사진을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육 과목에서 공 차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리라는 경우도 있더라”고 덧붙였다.

신모(18·충남)양은 “과제 중심 수업이 아니라도 출석을 인정받으려 숙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석 체크를 위해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 숙제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들도 숙제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온라인 개학 이후 ‘동영상이 계속 끊겨 강의를 기본 두 번씩 보는 와중에 숙제까지 당일에 끝내야 출석을 인정받으니 부모가 도와줄 수밖에 없다’ ‘대입 준비 부담을 덜어주려 숙제를 대신 해준다’ ‘퇴근하고 오면 쉬지도 못하고 아들 숙제해주는 데 서너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 민원 넣고 싶은 심정’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학부모 사이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수업 차시마다 숙제를 내라는 공문을 교사들에게 보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숙제 방식과 양은 각 학교에서 정한다”며 “교사들 간 회의를 거쳐 학생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숙제를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이에 동의했다. 원격수업에 활용하는 영상의 길이가 짧아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숙제를 내주고, 대면 수업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숙제 난도를 기존보다 낮췄다는 설명이다. 정해진 수업 시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끝낼 수 있도록 숙제의 양도 신경 쓴다고 했다.

다만 학교, 교사에 따라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숙제의 총량이 대폭 늘어나는 게 대표적이다. 인천의 중학교 교사 박모(40)씨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학교 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또 개별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영상 촬영을 시키는 등 기술적인 부담을 안기는 숙제는 가급적 지양하는 게 좋다”고 했다.

더불어 교사들은 학습과 숙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39)씨는 “일부 학생들은 실질적인 숙제의 총량은 많지 않은데 영상 시청 외의 활동을 모두 숙제로 인식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하던 활동을 혼자 해야 해 부담이 크겠지만 영상만 시청하는 데서 수업이 끝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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