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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송민호의 집콕 학생 책읽기-교육] ⑳나쁜교육 "자녀가 고생하면 약해진다?"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사람의 변화를 이해하는 공식 중 하나는 ‘환경 vs 개인’이다. 즉 한 사람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 또는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관점이 ‘환경’적 관점이다. 


그리고 개인이 타고난 본성, 즉 성향이나 본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에 따라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관점이 ‘개인’적 관점이다. 


대표적으로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들은 ‘환경’적 관점에서 저술했다. 이에 비해 조너선 하이트의 저서에는 이 두 가지의 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책은 두껍고 어려운 내용이 많지만 한 단원만이라도 차분히 읽어보면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들어가는 글에 보면 필자가 한국에서는 생소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 책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사회에서 두루 퍼져 나간 것처럼 보이는 세 가지 ‘대단한 진실’(Great Untruth)에 대해 다룬다. 유약함의 비진실 : 죽지 않은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 : 삶은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사이의 투쟁이다.”


쉽게 풀이하면 대단한 비진실의 내용이 비진실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유약함의 비진실을 진실로 풀어보면, ‘인간은 실제로 고난을 겪으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명제가 중요할까? 필자가 일전에 쓴 칼럼을 보면 ‘멸균모성’이란 것이 나온다.(설 기획-'엄마'를 말하다 ①드라마에 비친 ‘모성멸균 능력’, 현상인가 문제인가 참조)


포인트는 자녀가 겪을 어려움을 엄마가 다 막아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자녀가 고생하면 자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인간의 내적 ‘단단함’이 더욱 단단해 진다고 한다. 특히 제대로 된 인지치료를 제안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여러 사회적 환경을 고려할 때 트라우마, 폭력 노출 등 사건사고는 사람들이 ‘안전주의’를 지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개인은 그러한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으며 이를 위해 사회정책조차도 안전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관련해서 ‘i세대’의 특성을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제까지의 청소년들보다 최근 인터넷 세대로 지칭되는 i세대는 가장 감시와 통제를 많이 받고 있는 세대라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우울증과 불안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엄마 친구의 아들이나 딸’의 근황이 실시간으로 엄마에게 전달된다. 그러면 그 날은 자녀와 전쟁을 벌이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즉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성취하고 나면 또 다른 기준이 엄마로부터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늘 자신이 한 노력은 누군가에 비하면 뛰어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피로사회>란 책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밝히고 있다. 신분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른 역할이 정해져 있어 서로 간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본가와 근로자가 등장함으로써 근로자는 기업가로부터 근로의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 개인이 스스로에게 자본가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게 됨으로써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사회를 진단하고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으로, 다소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말미에 제시한 해결책은 눈여겨 볼만하다. 


▲나의 정체성과 탐구의 자유를 하나로 묶기 ▲다양한 사람들로 최상의 조합 만들기 ▲생산적인 의견 충돌을 지향하기 ▲더 커다란 공동체의 원을 그려보기 등으로 대원칙이 제시된다. 


교육은 희망의 학문이란 말이 있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것에 굴복하거나 그것을 수용하기 보다는, 현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모습을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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