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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프랑스로 읽은 오늘] SNS 속 자가(家)격리...우리의 눈은 무엇을 먼저 보는가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의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왼쪽부터 Leonardo da Vinci. Study of horses (circa 1490) 출처=//1boon.kakao.com/allthatart/5d392985ec5db05127c94c7b 청운 양영환, 말세마리 군마도 출처=//artpam.co.kr/home/shop/largeimage.php?it_id=1401110768&img=1401110768_l1
왼쪽부터 Leonardo da Vinci. Study of horses (circa 1490) 출처=https://1boon.kakao.com/allthatart/5d392985ec5db05127c94c7b 청운 양영환, 말세마리 군마도 출처=http://artpam.co.kr/home/shop/largeimage.php?it_id=1401110768&img=1401110768_l1

[에듀인뉴스] 두 그림은 말을 그렸다.


왼쪽 그림은 말의 형태를 세세히 묘사했다. 말의 근육, 유연한 허리라인 누가 봐도 말을 그렸다. 선의 씀씀이도 세세함을 느낄 수 있다. 말의 생김새를 그리는데 집중했다.


오른쪽 그림도 말을 그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말갈기와 굵고 투박한 선, 과감한 터치로 말을 묘사했다기보다는 말이라는 동물의 힘, 역동성, 움직임 등 생김새에 대한 묘사가 아닌 말의 특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말 그림이지만 표현의 차이로 우리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만약 당신이 말을 그린다면 ‘말의 무엇’을 그리겠는가.


노자는 ‘흙으로 꽃병을 빚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병이 아니라 병 속의 빈 공간이다’라고 했다. 우리의 눈이 봐야 할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먼저 바라보라라는 뜻이다. 


밥그릇에 꽃을 담을 수 없듯 꽃을 놓기에 적당한 형태를 생각해야 한다. 꽃병을 빚지만 꽃병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꽃을 생각하며 병을 빚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물을 짓지만 우리는 그 안에 담길 삶의 형태를 생각하며 설계한다. 건물의 모양을 그리고 있지만, 우리의 머리는 언제나 건물 안에서 생활을 할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다. 


이유 없는 형태는 없다. 삶의 모양이 다양할수록 건물 모양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건축의 형태는 무엇에 집중되어 있는가? ‘현상’이 아닌 ‘형상’에 집중되어있지는 않은가?


공터에 아이들이 논다. 아이를 위한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는 아이가 놀았던 공터를 떠올릴 것이다. 


건축의 역할은 기둥과 보와 슬래브를 이용해 그런 '현상'을 보호하고 보조하기 위한 '형상'으로 지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의 형태에 관한 건축가의 설명을 잘 들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단순히 건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갈 삶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건축을 통해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내가 일하고 있는 공간, 내가 쉬는 공간의 형태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의문을 가기려면 무엇보다 먼저 나의 삶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내 삶의 고찰을 위해서는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내가 속한 사회와 내가 사는 시대의 요구가 무엇인지. 나는 그 시대, 그 사회의 일원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사고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눈이다. 


시대정신에 충만하여 빛나는 눈으로 삶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은가.


주변에는 오롯이 삶의 형태만 가득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모습은 화려함과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무리해서 가져가며 묘한 우월함을 뽐내는데 여력이 없다. 나의 삶은 없고 남의 시선으로 가득한 삶이 진부하다.


이러한 삶이 넘쳐나는 지역의 건축도 뻔하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집. 유럽엔 있지도 않은 유러피안 모델들로 치장한다. 내 삶과는 전혀 관련 없는 장식으로 인테리어를 한다. 어떤 생각으로 지었는지는 중요치 않고 어디 제품인지를 먼저 따진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조치가 행해지자 제일먼저 도드라진 현상은 타인을 위한 협조의 모습이 아닌 집 자랑이었다. 행복을 과시하며 타인을 위해 집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집에 있는 자신을 자랑한다. 


자가격리를 하면 더 위험한 밀집된 지역의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정말 잔인한 모습이다. 


왼쪽부터 자가격리로 비어있는 프랑스 거리.(사진=유무종) 개발도상국을 위한 진료부스 디자인.(출처:  //www.auplab.com)
왼쪽부터 자가격리로 비어있는 프랑스 거리.(사진=유무종), 개발도상국을 위한 진료부스 디자인.(출처: https://www.auplab.com)

최근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개인 연구소를 차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나 지역을 위해 건축가와 정책가, 도시설계사 및 회사원이 모여 여러 보고서를 작성 후 각 나라에 배포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개인 돈을 써가며 작업을 했던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함과 함께, 소중한 것은 원하는 것보다 먼저 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하는 것은 보고서의 완성이었으나 그보다 더 소중했던 것은 보고서를 만들 때마다, 혹은 각 나라에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팀원들의 모습이었다. 


꽃병을 빚지만 꽃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건축을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건축가처럼, 우리는 이 시대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내 가족과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눈이 필요하다.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공부를 하는가? 일을 하는가? 그렇다면 그 과정을 즐기기를 바란다. 동시대와 그 사람들을 바라보며 함께 즐기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것보다 소중한 것들을 잔뜩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다. 아주 많이. 



유무종 프랑스 유학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재학중. 프랑스 파리에서 해외 인턴쉽을 마쳤다. 이후 그르노블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설계학 석사를, 파리의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Atelier Patrick Corda에서 Junior Architect로 근무 중이다.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좋은 건축에서 살아야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환경결정론적 해석이 아닌 건물에 담겨진 이야기를 중점으로 칼럼을 쓰고자 한다.


건축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봐도 그렇다. 이 집에 오기까지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연, 집에서 살면서 늘어가는 저마다의 이야기들, 우리의 삶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함께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또 하나의 건물을 중심으로 그 건물과 지역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 주변에 감추어있다. 그래서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건물은 부동산적 소유재산 이전에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담는 그릇이라 여긴다. 따라서 건물을 살펴봄으로 우리는 각 사람의 삶의 형태와 가치관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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