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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수포자를 위한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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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어렵다.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9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37%, 중학생의 46% 그리고 고등학생은 무려 60%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내용이 어려운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중학생의 50.5%, 고등학생의 73.5%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유독 다른 과목과 달리 수학의 경우 극단적인 호불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수업의 구성’이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비교했을 때, 개념 간의 연결이 매우 긴밀하게 이뤄져 있다. 즉,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는 내용을 알아야만 2학년 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2학년 내용을 알아야 3학년 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1, 2 학년 때 유리수의 개념에 대해서 배우는데, 이때 개념 정리가 안 되면 3학년 때 배우는 무리수를 이해하기 어렵다. 무리수를 이해하지 못하면 3학년 과정 중 일부인 제곱근도 놓칠 확률이 높다. 방정식도 마찬가지다. 1학년 때 배우는 일차방정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2학년 때 배우는 연립방정식과 3학년 때 배우는 이차 방정식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수학은 진도가 밀리더라도 핵심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선행 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필자도 초등학교 때 학교 경시반에 들어가면서 중1 과정을 선행학습한 바 있다. 마치 대단한 일인 것 마냥 주변에 자랑한 기억이 나는데 생각해보면 참 의미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초등학교 때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하면서 일부 개념을 잘못 이해했고, 중학교 진학 후 관련 내용을 다시 정립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특히 수학 공부는 더욱더 그러하다.

수포자가 많은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수학 교육이 ‘노잼(재미가 없다는 뜻의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니 내용 전달이 안 된다.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학 공부가 어렵게 느껴진다. 어려움은 결국 포기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교육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와 몰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초등·중등 수학 과정에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게임은 학습자의 몰입을 유도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교육용 도구다. 게임의 교육적 효과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콘텐츠 경영 연구소가 국내 및 해외 소재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조사로는, 게임을 적용했을 때 학습 효과가 약 30-50%가량 높아졌다. 미국 카우프만 재단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평점이 높은 강사가 제공하는 강의는 학습 효과를 17% 증가시켰지만, 강의를 게임 방식으로 바꾸면 학습 효과가 108%나 증가했다.

영국의 前 교육부 장관 마이클 고브(Michael Gove) 역시 게임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 마커스 드 사토이 (Marcus du Sautoy) 교수가 개발한 수학 교육용 게임을 예로 들며 "학생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을 효율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방정식 등을 사용하여 턴 수를 계산하는데, 이때 학생들의 몰입도는 놀랍기 그지없다. 논리적•수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에서 교육용 게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라고 이야기하며 교육과 게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자면, 게임을 직접 프로그래밍하면서 수학의 핵심적인 원리를 배우는 방법이 있다. 학습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학 원리를 배운다. 둘째, 습득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코드(code)를 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작성한 코드를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상에서 돌려봄으로써 앞서 배운 수학적 개념이 게임 그래픽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한다. 삼각함수를 예로 들어보자. 사인, 코사인, 탄젠트가 머리에 안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는 덧셈·뺄셈과 같은 단순 연산과 달리 시각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경험’ 하는 것이 어려우니 개념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된다. 개념 정리가 안 되니 재미 또한 없어진다.

게임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융합 교육은 수학 교육에 즉시성(immediacy)을 부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한다. 물론 필자가 언급한 교육 방법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한테는 적절하지 않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초등학생·중학생 그리고 전공과목을 위해 수학 개념을 기본부터 다시 잡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이다.

수학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고, 디지털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수포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상당히 혹독하다. 쉽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수학 교육,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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