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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현장] 고3, 고2 나란히 등교...아찔했던 고열환자 발생

등교의 첫 관문, 발열화상기를 통과해야 교실로 들어설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정말 얼마 만인가? 손꼽아 헤어 보니 학사 운영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한 지 거의 3달이 되었다. 아니 겨울방학까지 치면 2월 초에 학생들이 등교한 사나흘을 제외하면 거의 5달 만에 학교의 주인들이 순차적으로 등교하고 있다. 


5월 20일 3학년의 등교에 이어 1주일 뒤인 5월 27일에는 2학년이 등교하여 학교엔 모처럼 전체의 2/3 학생들이 등교한 셈이다. 등교 수업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서도 교육 당국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학교는 정상화에 다가가고 있다. 역시 학교의 주인은 학생! 그들이 순차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너무나 답답했던 탓일까, 오늘 등교하는 2학년 학생들의 모습이 기대 이상으로 활기차 보였다. 


사전에 학생들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에서 아침 8시 이후의 등교를 요청했지만 일부 학생은 학교가 너무 보고 싶고 궁금했는지 7시 40분경부터 삼삼오오 등교를 시작했다. 


일부는 다소 긴장한 눈빛과 쭈빗쭈빗하는 행동이 살짝 엿보이곤 했다. 개중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얼굴이 익숙해서인지 올해 새로 부임한 일본어 선생님을 알아보고 반갑게 "곤니찌와~”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학생도 있었다. 


그는 성실한 학구파인가? 학교에 그런 학구파가 많을수록 더 좋다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욕심일까? 아프고 나면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비가 개인 후에 궂어지는 대지처럼 한층 성숙해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반갑고 고마웠다. 


하지만 청춘의 피는 끓는다고 했던가? 체온을 재고 발열화상기로 재검사를 하는 가운데 어떤 학생은 이상 없다는 기계의 녹색 반응에 “아, 아깝다. 아파야 하는데....”라고 끔찍한 농담을 하지 않는가. 


일찍이 WHO가 “젊은이, 코로나에 무적이 아니다”고 권고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쯤이야 가볍게 여기는 배짱과 호기엔 약간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무모함과 설마 하는 방심이 어떤 낭패를 가져올지 모르는 철부지 모습에 놀랍기도 하였다. 


3교시 수업 중에 39도의 고열환자가 발생하였다. 보건 교사에게 즉시 연락이 되고 일시적 관찰실로 이동해 증상 기록지를 작성하고 부모와 119에 연락해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이송했다. 뒤이어 37.5도의 학생이 또 나왔다. 1339와의 통화에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오늘 보건실을 찾은 총 6명 가운데 2명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렇게 하루의 긴장이 지나면서 항상 그렇듯이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되찾고자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반면에 오늘 3학년 학생들은 다소 여유가 베어 나왔다. 등교하면서 지도교사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성격에 따라서는 다소 느글느글하게 농담도 나누는 모습이 역시 짬밥이 말해주는 조직사회의 이치와 같았다.


중식 시간도 익숙한 동작으로 간만에 마쳤다. 오늘따라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이 폐부에 와 닿았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학교 모습은 역시 그대로 살아있다. 다수의 2학년 학생들은 아침 등교에서 무언가 발길을 재촉하는 듯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젠 학교에 왔다.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제대로 해야지”라고 새로운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공부, 또 공부에 찌들은 학생들이 제발 학교가 억압 속에서 불행한 생활을 하지 않고 끼를 발산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진정한 배움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생각일까? 


늘 그렇듯이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진학이라는 교육부 시계에 맞추어 돌아가는 학교생활은 아무리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라 교과 선택의 자율권이 크게 늘었어도, 내신 등급 산출에 대한 부담으로 결코 즐겁게 배우지 못하는 우리 학생들이다. 


어찌 측은지심이 발동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은 언제쯤 스스로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그 속에서 즐겁게 배우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우리 교육은 갈 길이 아직도 요원하다. 그런 까닭에 현재로서는 학생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이따금 석고대죄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는 못난 어른들이 수시로 변심을 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고 교육이 정치에 예속당하는 꼴이 되어 결국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심적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 교육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수행(修行)중이다. 우리 교육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지배하는 ‘초연결사회’에서 ‘나 하나쯤이야’ ‘승자독식’이라는 개인주의와 경쟁을 ‘나와 가족, 친지, 이웃을 위하여’라는 사회적 연대, 공생하며 살아가는 지혜로 전환하고 이를 행동화하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br>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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