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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시각적사고와 비주얼씽킹] 영화 '모아나'와 만나 아이들 마음 빗장 풀다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강형윤 서울 신도초등학교 교사
강형윤 서울 신도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비주얼씽킹을 수업에 들여오면서 누리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내가 비주얼씽킹을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글로 표현하는 공부는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하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가 많은데, 글이 아닌 이미지로 다가가면 경계가 풀어지고 무기력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눈을 빛내고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수업에 들여오게 되었다. 다른 이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결국 나와 너, 우리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긴 글 읽기를 버거워하는 아이들까지 같이 누리게 하는 데는 영화처럼 좋은 매체가 없다.


같이 영화를 보면 학급이 비슷한 정서에 푹 빠져 있는 딱 그 순간을 잡아 지체하지 않고 수업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에 아이들의 정서적 무장을 해제시키는 비주얼씽킹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으려나?


지난해에 우리 반은 거의 한 학기를 영화 ‘모아나’에 빠져서 살았다.


국어를 기반으로 도덕, 미술, 음악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모아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마음과 생각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고 함께 나눴다. 그중 비주얼씽킹과 함께 한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기 입장에서 찬반 토론과 의견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사진=강형윤 교사)
자기 입장에서 찬반 토론과 의견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사진=강형윤 교사)

비주얼씽킹으로 토론하기


주인공 모아나가 먼 바다로 나가 섬의 살길을 찾고자 하는 사명감과 딸의 안전을 우려해 절대 나가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까지 보고 “모아나가 섬을 떠나 먼바다로 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논제로 찬반 토론 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자기의 입장을 정하고, 그 이유를 비주얼씽킹으로 간단히 표현하게 한 다음 짝 토론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했다.


학생들이 서로 웃고 떠들면서도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른 차시에 같은 형식의 토론을 비주얼씽킹을 빼고 진행해보고 나서 비로소 비주얼씽킹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비주얼씽킹으로 진행한 토론에서는 학생들이 그림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활발히 대화가 오고 간 반면, 분명 같은 아이들, 같은 방법이었음에도 글로 간단한 입론을 쓰게 한 다음 토론할 때는 상대의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고 자기 글 읽느라 바빴다.


학생 간 상호작용이 비주얼씽킹으로 한 토론에 비해 턱없이 빈약했다.


영화 속 사물과 나의 삶을 연관해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사진=강형윤 교사)
영화 속 사물과 나의 삶을 연관해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사진=강형윤 교사)

비주얼씽킹으로 이야기 속 사물과 나의 삶 연결하기


‘모아나’에는 여러 의미 있는 사물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테피티의 심장부터 시작하여, 마우이의 갈고리, 모아나가 타고 떠나는 배, 파도, 화산, 닭 헤이헤이가 의미 없이 쪼아먹는 돌멩이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물이 인상 깊게 다가왔는지는 학생들의 삶에 다가가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학생들에게 이야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물을 고르고, 그것이 지금 나 삶의 어떤 부분과 닿아있는지 성찰하여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표현한 후에 자기 작품을 책상 위에 전시해 두고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격려 문장을 적어주는 동안 서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를 알게 되어 학급 안에 긍정적인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보던 사각형의 종이 대신 삼각형 색종이에 표현하니 종이 하나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아이들이 훨씬 더 정성스럽게, 새로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수업 후 교실에 장식해 수업 때 나눴던 정서적인 교류를 기억하기도 좋았다.


요즘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뭔가를 생각하게 하거나, 심지어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쓰게 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들 한다. 독해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더불어 생각하는 힘도 떨어진 까닭이라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이 수업에 자기 생각으로 참여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단순히 능력의 문제일까? 그보다 공부 피로감, 무력감 그리고 서로 간의 비교의식이나 패배감으로 참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작년 우리 교실에서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읽으면서, 여기에 소개한 활동 외에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빛낸 뜻깊고 감동적인 순간을 많이 경험했다.


아이들이 마음의 빗장을 스스로 내리고 수업으로 다가오게 도와준 비주얼씽킹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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