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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튜버가 된 학생, 세상과 소통하다

이민선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4학년 학생
이민선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4학년 학생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에듀인뉴스] 이 물음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30살에 편입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때는 2017년, 행복해지고 싶어서 발버둥치던 해였다.


지나온 나의 삶은 내가 생각하기에 ‘평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남들과 똑같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서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했다.


이제 결혼도 했으니 나에게 남은 일은 2세를 가지는 것으로 다른 여자들처럼 아이 낳고 살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식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사는 것이었다.


평소에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마음 한 켠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민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살아가는 건 끝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물론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도 누군가는 평생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고 나 또한 나중에 원하는 일이 될 것이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것만 하고 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난 아무것도 이뤄보지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남편도 여러 이유로 한국에서의 회사생활을 더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캐나다 이민이라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


제 2의 인생, 또다른 시작


창의적인 생각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정형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되기에 급급했던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을 리 만무했던 지난 날들로 인해 나에 대해 탐구하고 원하는 직업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치기공사라는 직업이었다. 치과기공사는 치과의사의 기공의뢰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재료의 치아, 치아장치, 교정장치 등 치과 보철물을 제작/수리하는 전문직업인이다.


전문적이라는 것만으로도 멋져 보였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도 알맞은 직업일거라고 생각했다.


결심이 서자마자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매 학기 전공 10과목을 공부했다. 다소 힘들었지만 평점 4점대를 유지하며 3학년의 학습을 무사히 마쳤다.


모든 전공강의가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강의는 총의치기공학이다. 신한대학교라는 곳에 와서 총의치기공학을 수강한 것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민선 학생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UBY KIM'.
이민선 학생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UBY KIM'.

모든 신한대 치기공학과 학생은 이 과목을 수강함과 동시에 개인 홈페이지를 부여받고 세계적 플랫폼인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개설하여 학습 영상을 업로드한다.


이 과정에서 치과기공 학문을 배우는 것은 물론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크게 키우게 된다. 유튜브는 보는 것으로만 알았던, 그저 치과기공 손기술만 배우러 왔던 내가 이를 통해 유튜버가 되었고, 전공관련 외로 치과기공의 손기술을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학생의 신분임에도 글로벌 치과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런 점은 내게 이제껏 다른 대학에서 느껴보지 못한 큰 보람과 학습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했고 앞으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런 용기를 발판삼아 지난 겨울학기엔 주도적으로 실습처를 찾아 캐나다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두 달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상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캐나다에서의 겨울학기 실습이 끝나고 2020년 2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날을 기대하며 개강 날짜에 맞춰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나를 기다리는 건 코로나19였다. 사회로 나가기 전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아 젖 먹던 힘까지 배우고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했었지만 슬프게도 신종 바이러스는 나에게 온라인 강의와 외출금지를 안겨주었다.


요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처음에는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다. 이유는 실습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교수님으로부터 오프라인 수업 못지않은 양질의 전공 이론 학습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는데다, 최근엔 실습 강의도 학교에 나와 배울 수 있게 되어 나름 아쉬움을 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실습 내용을 토대로 한 콘텐츠를 영상으로 꾸준히 제작해 나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전공 동아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적 기술인 3D 프린팅을 학습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치과기공사 그리고 유튜버 이민선


나는 어른이 되어 다시 한 번 사춘기를 겪은 것 같다. 막상 사춘기였을 어린 시절에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인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등등.


겉은 밝지만 낮은 자존감에 늘 자신을 괴롭혀오던 나였는데 그런 내가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만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테크니션이 되기 위해, 치과기공사 자격증만을 취득하기 위해 입학했던 신한대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나만의 것을 이루어 갈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나를 치과기공사만이 아닌 유튜버로서의 삶까지 확장시켜 주신 모든 학과 교수님들 덕분에 매일 매일이 새로운 대학생활을 보람차게 보내고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내가 만들어 놓은, 그리고 앞으로도 만들어갈 치과기공 관련 콘텐츠는 언택트의 글로벌 세상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나의 브랜드 확장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편입한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는 나의 꿈터라고 자부하며, 앞으로 남은 학기 동안도 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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