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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현장] '순수한' 고1 등교수업 첫날, 불안한 동거의 완성

첫 등교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사진=지성배 기자)
첫 등교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오늘 드디어 고1 등교수업이 이루어짐으로써 고등학생의 순차 등교가 마무리됐다. 


불과 1주일 전에 등교한 고2 학생들이 아쉬움을 안고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면서 대신 2/3 학생 등교의 기본원칙에 따라 고1 학생이 바톤 터치를 한 것이다. 


이미 등교수업이 정착된 고3 학생들은 먼 나라 이야기인 듯 학교생활에 익숙해졌고 이젠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여유마저 배어 있다. 


학교에서는 한 지붕 한 울타리 안에서 불안한 동거가 진행되면서 학년이 다른 학생들끼리는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동선(動線)을 정해 놓았다. 


이는 마치 오늘날의 우리네 가정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 가족이어도 모두가 밥상 앞에 앉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매일 직장과 업무, 학습에 따라 함께 하는 시간과 이별하며 사는 가족이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도 학교는 말로만 한 지붕 한 가족일 뿐 교사, 학생, 직원이 서로 함께하지 못하고 식탁에서 한 줄로 앉아 덩그러니 혼밥을 먹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아침 등굣길에 마주친 고1 학생들은 순수했다. 실질적인 등교 입학과 같은 오늘인지라 다소 긴장되고 낯가리는 것 같은 모습이 역력했다. 비교적 머리를 짧게 자른 학생들이 많았고 앳된 모습이 반쪽이나 가린 얼굴 가장자리와 눈가에 걸쳐 언뜻언뜻 드러나 보였다. 


이미 교과서 배부가 드라이브 쓰루와 워킹 쓰루를 통해서 이루어진 관계로 학교에 등교한 사실이 있지만 실질적으론 오늘이 수업을 받으러 정식으로 등교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의 신분이 변화된 까닭인지 다소 복합적인 느낌을 주었다. 


큼직한 가방(backpack)은 각종 교과서와 실내화, 개인용 물병, 기타 체육복 등이 포개진 까닭에 보기부터가 묵직해 보였다. 진입로 곳곳에 설치된 손 세정제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사용하면서 손을 비비는 모습은 감염에 대한 우려를 은연중에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칠 때는 다소 숙연한 모습이며 고2, 고3과는 달리 “아~ 안타깝다. 아파야 하는데....”와 같은 철부지 농담을 하는 학생은 없었다. 


교실에 입실해서도 전원 마스크를 쓰고 눈동자를 정면을 향해 응시하며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에서 한두 해 먼저 입학한 선배들보다 훨씬 성실하고 진지하게 보였다.


말 그대로 순수하다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일부 2, 3학년과는 달리 간격을 띄운 책상의 공간이 널찍하게 벌어져 교실의 모습은 후레쉬(fresh)한 느낌마저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다시 인솔 교사 지도로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갈 때는 입영 훈련소 신병처럼 일사분란하게 지나쳐 지도하는 필자에겐 모처럼 딴 세계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은 한 해 두 해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7교시 후에 하교하는 신입생의 뒷모습에서 우리 교육은 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또 그 속에서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변화해 갈 것인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다. 


오늘도 수업 중에 2명이나 울렁증을 호소해 보건실을 찾았다. 보건 교사는 학생이 열은 높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압박감에서 오는 일시적 증상으로 맥박 수가 갑자기 증가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보건 교사는 필자의 확인 전화에 “오늘 같으면 할만해요. 이런 정도는 가볍게 넘어가지요”라며 다소 톤이 높게 기쁨을 표현했다. 


오늘도 18명이나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학교를 등교하지 않은 3학년 학생에 비하면 1학년은 입원 환자 1명을 포함해 등교를 하지 않은 3명이라는 숫자는 최근 고등학생의 등교 상황으로 보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상황으로 학교에선 매일 같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모든 학생과 교사, 그리고 직원이 방역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조심하고 경계하며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타인의 건강이 한없이 고마운 시기다. 이제 감염병 예방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준수하는 습관화된 행동과 이를 지키려는 합리적인 생각을 견지하는 한 이 또한 다 지나가면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학교는 당분간 매일 불안한 동거를 이어 가면서 아픔 뒤에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할 앞날에 기대를 걸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br>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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