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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교육] "전혀 다른 원격수업을 상상하라"

[에듀인뉴스] 나는 1980년, 그 해를 살았다. 그게 역사가 된 것은 훨씬 뒤에 알았다. 나는 2020년을 살고 있다. 올해가 새로운 역사가 되리라는 예감이 강렬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BC 70년~BC 19년). 로마의 국가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로 로마의 시성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시인으로 추앙받는다.(사진출처=//blog.naver.com/nadri97/221189640246)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BC 70년~BC 19년). 로마의 국가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로 로마의 시성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시인으로 추앙받는다.(사진출처=https://blog.naver.com/nadri97/221189640246)

[에듀인뉴스] 베르길리우스라고 아는가. 고대 로마의 시인이다. 동양에서 두보를 시성이라고 부르듯이 서양에서는 그를 시성이라고 부른다.


그가 죽은 지 1200여 년이 흐른 뒤 베르길리우스의 조각상이 고향 만토바에 세워졌다. 책상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교회법 학자와 같이 근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뒤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베르길리우스의 모습은 달라졌다. 책상에 앉아 있던 그가 광장으로 나와 웅변가와 같은 자세로 청중을 향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세’와 ‘르네상스’의 차이라고 미술 사학자 파노프스키는 말했다.


똑같은 시인이지만 중세인이 생각한 베르길리우스는 방 안에 있었고, 앉아 있었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인이 생각한 베르길리우스는 밖에 있었고, 서 있었고, 말을 하고 있었다. 중세의 베르길리우스는 혼자 있었고, 르네상스의 베르길리우스는 청중과 함께 있었다.


중세인이 만든 베르길리우스는 폐쇄적이었지만, 르네상스인이 그려 낸 베르길리우스는 개방적이었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 인간상을 나름대로 조각하고 있다. 중세인과 전혀 다른 인간상을 르네상스인이 조각하였듯, 우리도 우리 시대의 인간상을 나름대로 조각해 왔다.


중세를 신 중심의 폐쇄적 언택트(un-tact) 사회라고 한다면, 르네상스가 몰고 온 근대는 인간 중심적인 콘택트(contact) 사회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중세의 부정적 특징인 가난과 무지, 종교적․정치적 박해 등이 르네상스 말기인 16세기에 더 심해졌기 때문에, 르네상스를 중세적 폐쇄 사회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역사는 진퇴를 거듭하면서, 17세기 시민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정보혁명을 거쳐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개방적 세계를 건설하였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우리의 모습은 '온라인'



그런데 2020년 지구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지구촌의 인류에게 강제하고 있다.


14세기 흑사병이 휩쓴 자리에 르네상스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타한 자리에 포스트코로나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려내는 세계는 그저 골방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신’만 찾던 중세의 자폐적 사회도 아니고, 자본의 광장에 끌려나와 ‘과잉접촉’으로 고통당하던 근대의 비인간적 사회도 아니다.


우리가 그려내는 세계는 비접촉 비대면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할 수밖에 없지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언제라도 누구와도 접속하고 대면할 수 있는 초개방적 사회이다.


그래서 정부 일각에서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언택트(un-tact) 사회라고 규정하기보다는, 비접촉의 오프라인을 넘어서서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온택트(on-tact) 사회라고 규정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진정한 21세기는 2000년이 아니라 2020년에 시작했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2020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현대가 시작되는 원년이라고 해도 좋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의 현주소 '원격수업'



코로나19의 강력한 방역 조치는 필연적으로 원격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했고, 그 결과 원격수업이 교육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원격수업을,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임시방편으로 메꾸는 한시적 교육방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라앉아도 우리가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원격수업을 새로운 교육의 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뉴노멀’이라고 한다면, 원격수업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미루어 생각하는 것을 ‘상상’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사회학자 밀즈가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펴낸 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것을 꿈꿀 때 빌려다 쓰는 표현이 되었다.


개념만을 강조하는 ‘거대 담론’과 미시적 방법만을 강조하는 ‘추상적 경험주의’를 각각 비판하면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추동력을 얻고자 한 그의 성찰적 태도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시대다. 인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사회학적 상상력을 견지하기 위해서 익숙한 일상에서 자신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우리 사유를 거대 이론에도 함몰시키지 말고, 기존의 미시 이론에도 묶어 두지 말며, ‘숲과 나무’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를 위해 숲을 보아야지, 숲을 위해서 나무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자주 언급되어 왔지만, 그동안 우리 교육의 실패를 비판할 때 이처럼 자주 언급되는 말은 없다.


“나를 따르라”하고 깃발을 든 사람을 따라갔더니, 그가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더욱 험한 길로 접어들어 낭패를 본 경험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세심한 디테일이 전제된 완벽한 스케일, 숲을 보되 나무를 통해 다시 숲을 보는 변증법적 안목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우리가 가야 할 시대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아이들은 배려하고 환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의사는 아무리 바빠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청진기를 댄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고 살려내야 하는 교사도 그러해야 한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그런 ‘시대의 의사’가 되어, 섬세한 배려와 환대의 디테일을 통해 교육적 상상력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구현해야 할 것이다.



온오프라인 병행 블렌디드수업, 현장에서는 어떻게?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의미 있는 기사를 만났다.


“온라인 수업은 교과를 뛰어넘어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온라인 선행학습 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수업), 온·오프라인 병행 블렌디드수업(Blended learning) 등 혁신적이고 창의적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수업 혁신방안 마련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었다. 도교육청 간부회의를 통해 이루어진 장석웅 전남교육감의 발언이다.


아이들에게 “온라인수업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봤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이나 할 것 같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방법을 말했다.


교사가 수업내용을 수업 전에 온라인 클래스룸에 미리 탑재해 아이들이 형편에 맞게 자유롭게 예습을 한 뒤, 본 수업은 특정 시각에 시작하여 20분 정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게 잘 다듬어지면, 장 교육감이 말한 거꾸로 수업이 된다.


그러면서 1, 2학년은 “‘온라인의 장점을 살리는 수업’을 학기당 과목별로 한두 번은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전라도의 한 학생이 자기 집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국어 시간에는 경상도의 다른 교사의 공동수업에 참여하고, 수학 시간에는 충청도의 다른 교사의 공동수업에 참여하고, 영어 시간에는 경기도의 다른 교사의 공동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아니 다른 지역의 아이들과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학습하고 토론하며 더불어 배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이겠냐”면서.


그러면서 “음운변동을 공부할 때는 지역 방언과 관련해 수업이 진행되면 얼마나 재밌겠느냐”는 예를 들기까지 했다.


이게 장 교육감이 말한 프로젝트 수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이들은 “지필고사는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온라인수업과 오프라인수업을 각각 내용에 맞추어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서 “학교는 꼭 필요한 아이들이 최소한만 등교해 필요한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제대로 거리두기도 할 수 없으면서 이 좁은 교실에 학생들을 몰아넣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감염사태에 벌벌 떠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지역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서 괜찮은데, 수도권 아이들 정말 불쌍하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말한 이게, 장 교육감이 말한 온·오프라인 병행 블렌디드 수업이다.


세계는 지금, 아무도 길을 모른다. 예전에는 미국을 바라보았는데, 가끔 일본도 바라보았는데, 그러면서 중국도 돌아보았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이 낸 길이 ‘K-방역’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교육 또한 그렇다. 아니 그래야 한다.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 한 번도 교단에 서 보지 않은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주무르면서, 얼마나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가.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분들만 탓할 것도 없다. 그분들도 길을 모르니 헤맬 수밖에.


이런 즈음에, 장 교육감의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교사 출신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 부탁한다. 아무도 길을 모르니 새 길을 내 달라. 이것은 대한민국 아이들의 열망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교 수업은 장거리 마라톤..."서두르면 훅 간다"



거기에 몇 마디 덧붙여 보겠다.


첫째, 교사들은 컴퓨터보조교육(Computer Assisted Instruction/CAI)의 활용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간 ‘나’도 매우 헤맸다. 지금은 전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


얼마 전, 젊은 교사에게 들은 말이다. 원격수업을 제대로 해 보려고 필요한 장치가 되어 있는 노트북을 사려고 갔더니, 자기 평상시 받는 월급보다 많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기 직원들은 그 컴퓨터를 30% 할인해 구입할 수 있다는데, 그런 방법이로라도 현장지원이 안 되겠는가 푸념했다. 이런 작은 문제, 누군가 나서야 한다.


둘째, 거꾸로 수업처럼 좋은 수업이 없는데, 왜 그게 잘 안 되는지 아는가.


수업내용을 온라인으로 먼저 학습한 뒤 수업시간에는 문제를 풀이하거나 토론하며 이미 학습한 지식을 적용해 보는 거꾸로 수업! 수업 중의 수업이다.


하지만 그 수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거꾸로 수업’을 하는 분들을 ‘존경’은 하지만 ‘따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학교수업은 전력 질주하는 100미터달리기가 아니라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학교에서 8시간 근무하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정말 천천히 그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다. 안 그러다간 훅 간다.


그러면 방법은 없는가. 있다.


교육청이 공동수업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진행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플랫폼으로 제 기능을 다 하면 된다. 다양한 매체수업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중매쟁이 노릇을 세심하게 해 주면 된다.


쉽게 말해 필요한 교사들을 묶어, 수업자료를 몇 분의 몇으로 나누어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으면, 그러면 된다. 이러면, 온라인수업은, 내용 면에서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그런데 신문사에서 A4 두 장을 넘기지 말라고 했는데, 벌써 석 장을 넘겼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 다음 달에 보자.


박용성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저자. 대한민국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는 ‘대한민국 교사’다. 지금은 여수에서 고교 3학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새로 발령을 받으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1·2)’,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으로 피어나다’ 등 열 몇 권의 책을 썼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는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영상강의로 올라가 있다. ‘시에서 꺼낸 토론수업주제 30’과 ‘대한민국 국어수업 시리즈’(가제)로 ‘대한민국 문법’, ‘대한민국 문학’, ‘대한민국 독서’ 등 또 다른 책을 쓰고 있으며, 유튜브 탑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박용성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저자. 대한민국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는 ‘대한민국 교사’다. 지금은 여수에서 고교 3학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새로 발령을 받으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1·2)’,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으로 피어나다’ 등 열 몇 권의 책을 썼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는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영상강의로 올라가 있다. ‘시에서 꺼낸 토론수업주제 30’과 ‘대한민국 국어수업 시리즈’(가제)로 ‘대한민국 문법’, ‘대한민국 문학’, ‘대한민국 독서’ 등 또 다른 책을 쓰고 있으며, 유튜브 탑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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