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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손안의 ‘알파고’ 시대

<나침반 36.5도> 2017년 2월호 발행인칼럼


자녀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바둑학원을 보내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창의력 개발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는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어이없게 패배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세계적인 바둑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이세돌은 겨우 한판을 이겼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세상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파고가 일부러 져 준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제 프로 바둑기사들은 앞다퉈 알파고의 바둑 기보를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의사는 창의적 인간이기보다는 고급 기술자에 가깝다. 최초로 치료법을 개발한 사람에게는 분명히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일반 의사는 기술을 전수받아 수술을 잘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의료계에도 AI가 여지 없이 손을 뻗쳤다. AI 엔진 '왓슨'이 등장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이처럼 직업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2025년에 로봇이나 AI가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직업을 분석했더니, 보건·의료 분야에선 약사와 한약사가 각각 68.3%, 66.2%, 일반의사 54.8%, 치과의사 47.5%, 한의사 45.2%, 전문의 42.5%로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용정보원이 논리적 분석, 창의력, 사람 파악 능력과 설득 능력 등 5가지 항목, 44가지 역량을 구체적으로 따져 분석한 결과다.

실제로 약사 업종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노동력 대체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대형 병원은 물론이고 동네 의원에까지 ATC(조제 자동화기기)가 등장해 복약 지도서를 출력해주고 있다. 미국·일본의 대형 병원에선 항암제 등 정맥주사를 만드는 조제로봇이 수년 전부터 상용화됐다.

1943년 IBM에서 만들어진 컴퓨터는 1980년대부터 PC로 본격적으로 활용되다가 이제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구글안경, 구글렌즈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로 혁신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몸 안에 넣는 바이오컴퓨터가 집중적으로 개발되는 중이다.

팀 캐논이라는 미국인 해커는 2013년 말 시르카디아 1.0이라는 칩을 자신의 팔 안에 직접 넣어, 자신의 생체신호를 외부장치에 전송하는 바이오컴퓨터를 완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30년 즈음이면 바이오컴퓨터가 보편화돼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칩으로 축소될 것이며, 바이오칩을 팔에 넣고 음성으로 공중에 홀로그램을 불러내는,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혁명적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현재의 인류에게 이제 단순한 지식 습득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머지않아 내 팔 안에 있는 바이오칩이 내가 모르는 모든 지식과 정보들을 언제 어디서나 가르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미래에 대비해 우리 학생들이 익히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컴퓨터가 대신 알려주지 못하는 의사소통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력 등 ‘4C’를 키우는 것이다. 핀란드는 지난해부터 교과목 성적대신 4C에 집중해 학생들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2020년까지 4C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이상 암기위주의 공부는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다.

2021년 교육과정 개정을 두고 우리 교육계에서도 미래 교육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수시를 대폭 줄이고 정시를 40%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미래와 이를 대비토록 해주는 진로교육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국영수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논리만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학업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암기학습의 블랙홀로 떠밀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고 필요한 능력을 갖춰 미래 인재로 성장토록 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가운데 진로를 결정하고, 필요한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해 가는 것이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7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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