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에듀인뉴스] 중학생들은 문법을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으로만 여겨 문법 시간을 싫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실제 언어생활과 문법을 별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문법은 문학과 달리 삶과 연계되는 지점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문법 수업 전에 어떻게 하면 어렵고 낯선 문법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과연 문법에도 비주얼씽킹을 활용해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어휘 단원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고 친숙한 단어를 선택하여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우선 교과서를 바탕으로 신조어의 개념과 특징, 단어 형성법 등 핵심 개념을 학습한 후 신조어의 의미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수업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비주얼씽킹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FORME 사이트에 탑재된 NIE 학습지를 활용하여 신조어에 관한 기사문을 읽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신조어의 유형과 신조어 사용의 장·단점을 분석한 기사문을 읽으며 언어와 사회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비주얼씽킹 활동에서 자신이 선택한 신조어에 반영된 사회 현상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안내하였다.
신조어는 우리 삶을 반영한다.
나는 ‘오렌지족’과 ‘야타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오렌지족’과 ‘야타족’은 물질적 풍요 속의 과소비 행태를 꼬집는 신조어였다.
요즘 학생들은 ‘소확행’, ‘탕진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 번뿐인 인생을 빛나게 살고 싶은 현실적인 욕망을 담은 신조어이다.
이렇듯 신조어에는 그 당시 사회상이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신조어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배경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신조어의 표면적 의미만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다.
어떻게 그 단어가 만들어졌는지, 왜 그 단어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지로 표현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아직은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만의 경험적, 구체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고,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신조어 생성 배경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수업 목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이야기를 적절한 이미지를 선택하여 표현하는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수업 속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식을 창조하는 경험을 했다.
우연한 기회로 비주얼씽킹을 알게 된 후 평범했던 수업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생각 재료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다.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학생들은 수동적인 지식의 수용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표현하고 나누면서 수업이라는 무대의 주연 배우가 된다. 어떤 무대이건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열정을 샘솟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교실에는 학생들의 깨어있는 눈빛과 활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