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뉴스

올림피아드도 온라인으로?… 중학생·학부모 ‘혼란’

기사 이미지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물올(물리올림피아드의 준말)을 온라인으로 본다고 하니, 더는 올림피아드에 연연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올림피아드가 차라리 모두 취소되면 다른 계획이라도 세우겠는데, 일정을 연기한다고 해서 완전히 놓지도 못하고 답답합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장기화하면서 최상위권을 위한 경시대회인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시험 방식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과학고와 영재학교 등 고교 입시 준비 과정에서 올림피아드를 필수 관문으로 여겨온 중등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준비해온 시험을 포기하거나 향후 계획을 다급하게 변경하는 등 여러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수학·과학올림피아드, 온라인으로 전환 또는 검토 중 

중등 최상위권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한국중학생물리대회(前 중학생 물리올림피아드), 한국중학생화학대회(前 중학생 화학올림피아드) 등이 있다. 전국에 있는 대학 캠퍼스 고사장에서 치러지는 올림피아드는 매년 각각 수백에서 수천 명이 응시한다. 일명 ‘색깔 있는 상(금·은·동)’을 받기 위해 학원 올림피아드 대비반과 개인 과외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준비에 쏟아붓는 시간은 약 1년.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5월 KMO를 시작으로 연달아 시험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방역 부담이 커지면서 올림피아드 시험방식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한국물리학회 물리교육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함에 따라 응시생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한국중학생물리대회를 오는 9월 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주최 측이 이미 한 차례 개최일자를 변경한 뒤였다.

온라인으로 처음 실시되는 만큼 전년 대비 변경사항이 늘었다. 150분간 진행되던 시험은 1·2교시(1교시당 15문항)로 나눠 75분씩 진행한다. 다만, 문제유형은 30문항 모두 객관식으로 같다. 학생들은 시험에 앞서 인터넷 환경을 갖춘 데스크톱 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신분증, 수험표, 필기도구 등을 준비해야 한다. 전형료는 기존 6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었다.

주최 측은 시험 종료 후 당일 정답을 공개하고, 응시생 모두에게 학업성취평가표를 제공해 분야별 성취 척도와 종합평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정행위 방지책을 비롯해 자세한 온라인 시험 응시 매뉴얼은 내달 17~21일 중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한국중학생물리대회처럼 다른 올림피아드도 온라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초등 고학년과 중등 1학년이 주로 응시하는 한국주니어수학올림피아드(KJMO)의 경우, 내달 29일 예정된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시험 문항 수는 20개로, 시간도 2시간으로 줄었다. 시상도 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8월 이후로 연기된 KMO도 온라인으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KMO를 주최하는 대한수학회 관계자는 “온라인 전환을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KMO 운영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단, KJMO와는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동일 선상에 놓고 대책을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올림피아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가장 큰 화두는 공정성이다. 최근 대학에서 치러진 온라인 기말고사에서도 단체 컨닝 사태가 벌어졌는데, 수천 명이 응시하는 올림피아드 시험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색깔 있는 상’이 주는 의미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3과 초5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응시생 중 누군가가 부정을 저지른다면 결과를 봐도 얼마나 수긍이 가겠느냐”며 “의미없는 시험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온라인으로 전환되더라도 실력 점검 측면에서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는 입장도 있다. 장기적으로 교육에서도 비대면 방식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험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중학생물리대회에 응시할 예정인 중2 박모양은 “이번에 시험을 보지 않으면 실력 점검 차원에서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온라인 시험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1 자녀가 있는 홍보람(37·경기 부천)씨는 “오히려 고사장까지 가지 않고도 시험을 치를 수 있어 좋다”며 “단체부정행위가 우려되는 만큼 캠을 통해 엄격히 감독하고, 시상을 하지 않는 등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학원 막바지 특강 듣고 있지만… 기약 없는 시험에 지쳐

더욱이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주최 측이 시험 운영 방침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8월로 예정된 한국중학생화학대회 역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시험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중등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올림피아드 대비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당장 앞으로의 학습계획을 세우기가 난감해진 학생과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올림피아드 대비반이 모여 있는 학원가에서는 막바지 특강이 한창이다. 대치동 일대 학원의 올림피아드 대비반 수업료는 회당 6~8만원 선. 주 3회 수업 기준으로 한 달에 70~90만원 정도다. 시험을 한두 달 앞두고 파이널(Final) 특강을 듣거나 수업 횟수를 늘리면 학원비는 150만원까지 치솟는다.

특히 올해는 시험 일정이나 세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원가에서 파이널 특강을 시작하면서 학원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계속된 일정 연기로 ‘학원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예 응시 생각을 접고 선행학습으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치동의 한 대형학원에 중1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이번 달부터 올림피아드 대비반을 그만두고 다른 학원에서 진도를 빼려고 한다”며 “당장 아이의 학습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생각에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향후 올림피아드 응시 목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수상’을 목표로 한 올림피아드 응시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과학고 수학 교사 출신인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대표는 “학원 입장에선 올림피아드 시험이 하나의 커다란 상품이기 때문에 고교 입시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지만, 실제로 올림피아드 수상실적과 고교 입시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사라진 지 오래된 만큼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