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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능 확대, 교실을 죽인다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지 말라!

  
▲ 서산 서령고 3학년 문학 시간. 한 학생이 문학 작품과 연계한 진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최진규 교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이 있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시 70% 선발, 그 가운데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일선 고교가 정상적인 학교의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수능 정시의 축소 여파로 특목고·자사고의 프리미엄이 빛을 잃어가고 입시학원들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종 찬반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란 기사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교육 정책을 다듬고 공약을 마련 중인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교육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로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교육 관계자들이라면 다 알 만한 사실이다. 최근 학종에 대한 비판 기사가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과 학교, 더 나아가 우리 교육, 우리미래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종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씌우고 사실을 오도하는 보도들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서산 서령고 최진규 선생님도 그런 교사 중 한 분이다. <에듀진>은 일선 교사들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평가와 학종으로 인해 실제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최진규 선생님의 기고문을 싣기로 한다. 
-------------------------------------------------------------<편집자 주>

 

  
▲ 서산 서령고 최진규 교사

학생부종합전형은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는다
며칠 전 모 사교육업체에서 학종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가 기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기사 내용은 한마디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인데요.

이런류의 기사를 자주 보아 왔지만 그 진정성에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과연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해 본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어떤 사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했지만, 신기하게도 단 한 명도 학종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근무하는 친분이 있는 선생님들께도 여쭤봤지만 학종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다는 아이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나 학종 컨설팅에 사교육 요인이 있다는 말인데, 이런 인식에는 대단한 오해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들은 자소서를 평가의 보완자료로 활용하는 것이지, 자소서 자체가 평가의 핵심은 아니라고 누차 밝히고 있습니다. 

학생의 학업, 활동, 인성 등은 이미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소서는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래서 자소서 때문에 당락이 결정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또한 학종 컨설팅은 시장 자체가 작아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학종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지난주에 학교 교육과정설명회를 마치고 우리반 학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3인데도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부모님들 말씀은 한결같이 수능 때문이라고 합니다. 

담임이 볼 때는 우리 아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수능과 관련 없이 수시로 진학할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써먹지도 못할 수능에 그것도 사교육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어쩌면 학부모님들의 교육 관행과 대입을 앞둔 학생들의 불안이 교묘하게 얽힌 결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부산 모 고등학교 3학년 수학 시간. 한 교사(녹색 원 안)가 전체 50분 수업 중 10분만 강의하고 나머지 40분은 EBS 인강(붉은색 원 안)을 틀어 논란을 빚었다. [사진=YTN뉴스 캡처]


학종으로 살아나는 교실...수능 확대로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어선 안 돼
단언하지만, 적어도 제가 지켜본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은 사교육과 사실상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사교육과 결부 지으며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오는 저의가 무엇일까요?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교의 수업시간이 수능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수능 정시 비중을 지금보다 높인다면 EBS 교재를 놓고 주입식, 암기식 문제풀이를 하는 수업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 점수를 잘 맞기 위해서는 시종일관 문제풀이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학종이 있기에 그나마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왜 모르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며칠 전 고3 문학 시간에 아이들이 문학작품을 배우고 나서 자신의 진로와 연계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도 수능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수능이 더 강화된다면 이런 수업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능 예찬론자들께 묻습니다.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등이 교육의 가장 중심이 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91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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