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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시각적사고와 비주얼씽킹] ⑰더 깊은 과학 탐구 역량 ... '비주얼씽킹으로 길러요'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장려하는 ‘과학캠프’에서 처음 만난 학생들과 비주얼씽킹 수업을 진행했다.


낯선 학생들과 과학 활동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일회성으로 딱 3시간을 만나는 학생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다양한 학년, 여러 학급에서 모인 학생들과 ‘천연치약’을 만든 후 실험의 과정을 돌아보며 비주얼씽킹으로 정리하는 수업으로 계획을 했다.


먼저 비주얼씽킹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그리고 표현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안내했다.


“나는 그림을 못그려요~ 그런 친구는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요. 그림 옆에 글을 써서 그림의 내용이 잘 드러나게 표현하는 것도 좋아요.”


이미지를 잘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실험 과정을 시각적으로 사고하며 이해하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비주얼씽킹’이란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고 했지만 결과물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실험한 순서가 잘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식도 다양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역시 이미지가 익숙한 비주얼씽커, 비주얼로 생각하는 세대였다.


 


활동 중심의 실험을 통해서 학생들이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면 좋지만 자칫 활동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실험 이후에 교사가 정리를 하면 강의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했던 활동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고 지루해한다.


비주얼씽킹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학생들의 작품.(사진=전은경 교사)
비주얼씽킹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학생들의 작품.(사진=전은경 교사)

그래서 실험 이후에 비주얼씽킹으로 실험 과정을 정리하고 배운 점을 쓰게 하면 학생들은 실험 과정을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고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초등 4학년 과학 혼합물 단원은 다양한 혼합물을 만들고 다시 분리하는 활동을 통해 과학탐구역량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탐구역량을 키우려면 혼합물을 분리하는 도구인 ‘채’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이미 준비물로 ‘채’가 제시되어 있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오히려 제한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재료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모둠별로 실험계획을 세우도록 안내했다.


이때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실험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실험 전에 시각화된 실험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학생들의 과학적 문제 해결을 도울 뿐만 아니라 모둠원끼리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험 계획을 세우면서 고체혼합물을 분리하기 위해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스스로 생각해보았고 ‘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둠은 스스로 ‘채’를 제작하였다.


혼합물을 분리하기 전 실험 계획을 세울 때, 실험이 끝나고 정리할 때 비주얼씽킹을 활용하는 모습.(사진=전은경 교사)
혼합물을 분리하기 전 실험 계획을 세울 때, 실험이 끝나고 정리할 때 비주얼씽킹을 활용하는 모습.(사진=전은경 교사)

일회용 종이그릇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채를 만든 모둠도 있었고 우드락 테두리에 꽃 철사로 격자를 만들어 채를 만든 모둠도 있었다. 정말 과학적 탐구심이 교실에 꽉 찬 순간이었다.


이후 소금물, 모래 등 분리 실험까지 진행하고 실험 과정을 비주얼노트로 표현하도록 했다.


과학적 탐구심이 활짝 꽃 핀 순간이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자칫 ‘채’ 만든 것에만 집중하면 어떻게 하나, 활동에만 집중하고 과학적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학생들의 비주얼노트(비주얼씽킹 활동 중 내용 정리 중심에 초점을 둔 활동)를 보면서 말끔하게 사라졌다.


혼합물의 분리 실험 과정을 표현한 비주얼노트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자신의 실험을 얼마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전은경 교사)
(사진=전은경 교사)

이렇게 비주얼노트로 정리하기까지 자신이 실험했던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을 것이다. 글로 정리하다보면 다양한 과정들을 생략해서 표현하지만 이렇게 비주얼씽킹으로 정리하다보면 자신의 활동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과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배우고 느낀 점에도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적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주얼노트는 학생의 이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평가 도구가 된다. 그리고 교사에게도 수업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준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펼쳐놓고 어떻게 활동을 설계해야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며 수업하고 학생들의 비주얼씽킹 작품을 보면 비주얼씽킹 작품에 학생들이 쓴 단어 하나 하나가 교사에게 살아있는 의미로 다가온다.


‘00이는 이렇게 배웠구나’, ‘△△는 이런 것을 느꼈구나’를 생각하며 수업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렇듯 비주얼씽킹은 형식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아니라 살아있는 배움을 이끌어내는 교육과정-수업-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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