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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집중형 고교가 성공한다

수시로 대학 가면서도 수업은 왜 수능 준비에 올인하나

  
▲ '세계 고교생 토론대회'에 참가한 부산장안고 학생들 [사진 제공=부산교육청]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를 바꾼다
2018학년도 대입 수시 선발 비율이 73.7%를 기록했다. 이처럼 10명 중 7명 이상이 수시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일선 고교의 진학 대비 역시 수시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는 전국 고교 2,300여개 가운데 800개 이내 고교의 상위 1~2등급과 특목고, 자사고만의 전유물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고 3~4등급 학생들도 학종 준비를 시작하고 있고, 학종 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해 학생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학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몇몇 학교는 교육과정을 학종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상위권 학생들만이 아니라 전교생의 학생부를 계획성 있고 성실하게 관리해 수시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처럼 학종 집중형 고등학교가 출현하고, 학종이 상위권 학생들만이 아니라 일반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70% 이상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일반고와 달리, 특목고나 자사고, 일반고 중에서도 교육특구에 속한 상위권 고교에서는 여전히 수능 정시 위주로 대학 진학이 이루어진다. 이들 고교의 수시와 정시 진학률은 40대 60 정도로 정시 진학률이 수시를 웃돌고 있으며, 일부 특목·자사고 중에는 정시 진학률이 70%를 훌쩍 넘는 곳도 있다.

이들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재수생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수능 성적이 일반고보다 높다 보니 정시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n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수능 정시 선발 비율이 20%대에 머물면서 n수생의 숫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수능 최저 왜 폐지해야 하나
더욱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일선 고교의 수시 체제로의 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최저가 없다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수능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부분 수능 대비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교 수업 방식도 수시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최근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을 제외한 서울권 주요 대학은 학생부교과가 아예 없거나, 한양대처럼 교과가 있어도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종에서도 서울대(지균, 일반전형 예체능계), 연대, 이대, 서강대, 홍대 등을 제외하고는 이미 수능 최저를 폐지한 대학이 많다.

학종은 특히 서울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상위 12개 대학의 2018학년도 학종 선발비율이 43.7%까지 늘었다. 이제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준비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교과 1,2,3,4등급 학생들은 학종 준비만 잘해도 자신의 교과 성적보다 1~2단계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수능 정시로는 최상위권 대학 진학자를 거의 내지 못하는 지방 고교의 경우, 학종만 탄탄히 준비한다면 교과 상위권 학생들의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 결과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대는 수시 전체 모집인원을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하는데, 최근 3년 동안 서울대 합격생이 없었던 군 지역 6곳에서 합격생을 배출한 것이다. 또한 최근 3년 동안 서울대 합격생이 없었던 일반고 중 90개 고교에서 새롭게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한양대와 중앙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여러 곳의 진학 결과도 서울대와 유사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 울고 웃는 일선 고교의 생리상, 대학의 학종 선발 확대는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수시로 대학 가면서도 수업은 수능 정시 준비에 올인

  
▲ 부산 모 고등학교 3학년 수학 시간. 교사(녹색 원 안)가 전체 50분 수업 중 10분만 강의하고 나머지 40분은 EBS 인강(붉은색 원 안)을 틀어 논란을 빚었다. [사진=YTN뉴스 캡처]

학생들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중은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점점 커진다. 소도시 소재 고교의 경우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곳도 많고, 웬만한 중소도시 고교도 적게는 70%, 많게는 90%를 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충남 K고의 경우 지난해 전체 고3 수험생 190명 가운데 수능 정시나 수능 최저가 있는 수시 전형에 지원한 학생은 불과 5명이었고, 나머지 185명은 수능 성적이 필요 없는 수시로 진학했다.

이런 고교들 중 많은 수는 여전히 수능 대비 수업에만 올인하다가, 결국 전체 대입 모집인원의 40% 가량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 중심으로 중하위권 대학에 학생들을 밀어 넣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지방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학생부교과에서도 수능 최저를 없애고 있으며, 지방 국공립대도 서울권 대학의 뒤를 따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고교의 구태의연한 교과운영 탓에 학생들은 수시로 대학에 들어가면서도 학교에서는 수능을 공부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선 고교의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도 문제가 많다. 학종을 준비하는 데에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종을 잘 준비해 주는 교사와 학교를 만나야 학종에 합격할 수 있다며 학종을 두고 ‘복불복 전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학종 합격은 교사와 학교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교가 대학 진학은 수시로 하고 있으면서도 학교 수업은 수시가 아닌 수능 정시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어, 학교 수업이 수시 준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부산의 한 고교 수학 교사가 수업 시간에 EBS 인강을 틀어놓은 사진이 SNS에 퍼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교사는 평소에도 자주 EBS 인강으로 수업을 대신했다고 알려졌다. 수업에 대한 어떤 고민도, 교육과정에 대한 어떤 설계도 없이 순전히 시간 때우기 식 강제 학습을 학생들에게 강요한 것이다.

고교 교실에서 이런 식의 무책임한 수업이 용인되고 있는 것은 고교 수업이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 실력이 검증된 유명 강사의 인터넷 수능 강의를 틀어주는 것이 교사가 직접 EBS 교재를 풀어주는 것보다 수능 성적을 올리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교사의 무책임한 수업 농단이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용인돼 왔을지도 모른다.

학종형 수업을 새롭게 구성하라
학종형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수업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수능 대비용 문제풀이만 들입다 반복했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학생이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수업의 틀을 짜고 내용을 채워야 한다. 학생들도 그동안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받아 적기만 하면 됐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며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수시 학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시간을 학생들의 특성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핵심이 수행평가다. 지필고사와 수행평가의 반영비율, 수행평가의 실질적 내용, 수행평가의 성적 산출방법 등을 명확히 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수능 문제풀이형 수업으로는 교사가 학생의 성장 모습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고, 그 결과 학생부 기록은 틈이 많고 엉성해진다. 하지만 교사가 활동과 참여 중심 수업을 하고 성장 중심의 평가를 해간다면 학생의 성장 모습을 학생부에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문제는 수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체활동 상황도 학종 선발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평가 항목이다. 그 중에서도 동아리활동은 학생의 관심분야와 전공 적합성, 창의성과 자기주도 학습능력, 인성과 협업능력 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꼭 입시에 국한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깨치고 몸과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다. 동아리활동을 통해 키워지는 이런 역량들이 바로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필수 역량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고교가 학생의 동아리활동을 ‘시간을 죽이는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하고 있다. 동아리활동은 대충 하고, 그 시간에 수능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식이다. 정규 동아리의 정원이 넘쳐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자율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해도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수능 준비에만 올인하는 고교 중에 이런 학교들이 많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학교 교육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절대다수 학생을 수시로 대학에 보내는 고교가 정작 수업 때는 수능 정시용 문제풀이 학습을 하고 있으니 진학 실적 역시 좋을 리가 없지만, 이를 지적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별로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사실 학종형 수업을 구상해 이를 실천하는 것은 교사에게 몹시 성가시고 까다로운 일이다. 그래서 진학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많은 교사들이 그동안 해왔던 수능 문제풀이형 수업을 관성대로 지속하려 한다.

물론 수업을 혁신하고 교과과정을 학생 성장 중심으로 바꾸려고 하는 교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업 방식을 고수하는 교사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학교 관리자들 역시 변화에 소극적이라, ‘혁신파’ 교사들의 힘이 학교를 바꾸는 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의 경우 변화한 입시 환경을 제대로 알지 못해 과거 자신이 해온 것처럼 막무가내로 자녀를 수능 대비 교과학원으로 보낸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그려보며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능동적으로 찾으려하지 않고, 어른들이 인도하는 대로 의심 없이 따른다.

거기다 이런 교육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치권에서는 말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너도나도 수시 축소와 수능 정시 확대를 교육 공약으로 들고 나온다. 학교 교육에 대한 전국가적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행복한 학교, 성장 중심의 학교, 미래 사회변화를 대비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능 정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혁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런 변화는 학교장이 혼자 끌어갈 수 있는 것도, 몇몇 교사의 힘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수능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시 중심으로 변화하는 학교 환경에 불만을 품을 수 있어 학생과 학생, 학부모와 학부모 간에 갈등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이를 교육주체 모두가 공감하며 변화를 향해 함께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과 진학, 진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 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생을 대학에 진학시켰다고 해서 학교가 제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며, 진로를 생각하지 않은 묻지마식 대학 진학은 학생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목전에 둔 대전환의 시기에, 우리 교육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학교 수업을 학종형 수업으로 전환하고, 성장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일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28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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