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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하늘 아래 운동장 도는 아이들… 학부모 “미세먼지 속 야외 수업이 ‘웬 말’”

학부모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 참여하기도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세부적∙구체적인 기준 필요”

       조선일보 DB


#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장모(41·서울 송파구)씨는 요즘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열어 본다. 평소 기관지가 약한 딸이 학교 야외 수업 등에서 미세먼지로 고생할까 염려돼 마스크를 씌워 등교시켜야 할지 확인하려는 이유에서다. 장씨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 출입문을 열어 둔다는데, 아이 교실이 1층이다 보니 학교 복도도 야외만큼이나 안심할 수 없어 불편해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당부했다”며 “이달부터는 체육수업 등 야외 활동이 더욱 늘어날 텐데,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나라에 살다 보니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학교 밖 활동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선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엔 체육수업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 둘을 키우는 이모(39·경기 광명)씨는 “미세먼지가 ‘나쁨(81~150㎍/㎥)’이거나 ‘매우 나쁨(151㎍/㎥ 이상)’ 단계인데도 초·중·고 아이들 전부 야외에서 체육수업을 받으며 강제로 미세먼지를 마셔야 한다는 상황에 화가 난다”며 “유럽은 미세먼지 수치가 ‘80㎍/㎥’만 되도 휴교한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이보다 훨씬 웃돌아도 운동장을 돈다”고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오모(38·경기 수원)씨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13일, 자녀가 오래 달리기 수업 후 기침∙콧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 학교에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에요. 중금속과 화학물질 덩어리라고요. 학교 현장에는 아직도 이런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주위 엄마들 사이에선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려 광화문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주말엔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엔 가족 단위 참석자가 많았다. 이들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폐렴과 천식을 앓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씨는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미세먼지 수치에 대한 기준을 세워 심각할 때는 야외 활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지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세먼지 대책 기준이 헐겁다는 지적도 들린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24시간 기준 평균 80㎍/㎥ 이상이면 무조건 휴교령을 내리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2배가량 높은 미세먼지 주의보(미세먼지(PM10) 150㎍/㎥ 이상·초미세먼지(PM2.5) 9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지속될 때 발령)에도 학교 재량에 따라 야외 수업이 단축 또는 금지되거나 등하교 시간이 조정되는 정도다. 더욱 극심한 미세먼지 경보(미세먼지 300㎍/㎥ 이상·초미세먼지 180㎍/㎥ 상태가 2시간 지속될 때 발령)에는 휴교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사항일 뿐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40·인천 서구)씨는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세분화된 기준이 없고 단순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며 “매뉴얼을 따르고 있다는 무책임한 태도보다 학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 역시 애매한 기준과 야외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학교들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교육청이 보내는 공문이나 비상 연락을 토대로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교육청 지시가 없거나 자체 판단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가능한 야외에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을 만류하는 방법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거나 교육청으로부터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공문이 오면 이걸 근거로 야외에 나가자는 아이들을 말릴 수 있지만, 봄철 야외에서 뛰어놀고 싶은 학생들에게 '절대로 안 된다'고 붙잡아 놓을 수만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따라 교육 당국도 대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체적으로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실질적인 대안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교실 내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교육 당국은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고 전했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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