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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재학 칼럼] 중위권 실종의 의미...학습은 마라톤, 학교 교육은 어떻게?

[에듀인뉴스] 학교 역사에서 2020년은 온라인과 등교 수업이 병행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럼으로써 예년에 없던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바로 학생들의 학력에서 중간 그룹이 실종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1학기 중간고사의 결과가 산출될 즈음에 필자가 전하는 자체 분석 결과를 현장 소식으로 “[에듀인현장] 온라인 수업과 등교 중간고사 ‘중간그룹 실종’”(2020. 06.15.)이란 제목으로 에듀인뉴스에서 재빠르게 보도하자 이를 기점으로 각종 언론 매체에서 실종된 중위권 학생들에 대한 학력 보도가 마치 경쟁을 하듯이 인터넷과 신문 지상, 그리고 지상파 방송으로 확대되어 오르내렸다. 


이러한 관심은 그만큼 발 빠르게 움직인 현장에서의 분석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 후 언론에 오르내리는 제목의 공통점은 “실종된 중위권, 어디로 갔나?” “중위권 학생 사라지고 하위권 급증” 등등으로 기사를 다루며 모두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중간고사 전부터 조심스럽게 예견되던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2020년 4월 9일, 초중고등학교의 학사 운영이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되었을 때 고3 학생은 매일 등교, 1, 2학년 학생은 격주 내지 격일 등교로 굳어졌다. 이는 전체 학생의 2/3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는 등교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때부터 1, 2학년 각 교무실은 담임 교사들이나 교과 담당 교사들이 마치 콜센터를 연상하듯 늦잠을 자거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깨우고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전화 걸기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관리자로서 과연 이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우려와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서 과연 학생들에게 얼마나 수업의 효과를 ㄷ거두고 학력의 향상을 거둘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수업 참여에 대한 규정이 출석 수업보다는 다소 느슨해지는 관계로 학습의 시효성을 잃은 학생들과 그들의 학력을 관리하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예측하면서 평가에서의 결과가 우려되었는데 그러한 현실이 스멀스멀 찾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중간고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필자는 주지 교과를 비롯한 많은 수의 학생이 선택한 교과들의 결과를 담당 교사에게 직접 찾아가 문의한 바 그 결과는 예상대로 중간 그룹이 사라진 상하의 큰 격차를 보였던 것이었다. 


땅 꺼지게 걱정하는 일반고 교사들의 한숨을 뒤로하고 현장 소식을 기사로 작성하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20년 8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에서 한숭희 서울대 교수는 ‘하이브리드 학기가 주는 교훈’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러한 사실을 핵심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한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적분포는 종 모양의 정상분포곡선을 그린다. 중위권이 두껍고 상위권과 하위권은 얇다. 그런데 온라인교육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 분포가 M자 곡선으로 변했다. 중위권이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이동하면서 양극화된 것이다. 


특히 수학의 경우 두드러졌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강북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40점 미만 학생이 41.9%로 가장 많았고 70점 이상 상위권이 35.9%, 그 사이 중위권은 22.2%를 나타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수업을 착실히 들으며 중위권을 유지하던 아이들의 성적이 제일 많이 떨어진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특성상 상위권은 어쨌든 공부하고 하위권은 포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위권의 실종은 그동안 교사들이 애써 가르치고 끌어 올려놓은 학교 교육의 성과가 허무하게 사라진 결과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을 실행한 한 학기를 보내고 이제는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 중 다수가 나서 빨리 정상적인 교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면서 이젠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혼합형 학습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좌를 융합해 각각의 장점을 취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음)대한 보다 대비와 연구가 학교 현장에서 활성화되고 있으며 2학기에는 이를 좀 더 밀도 있게 실행하려는 움직임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엔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또 다시 아이들은 1학기 체제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들이 모니터와 TV 앞에 홀로 남아 자기 통제를 이루지 못하면서 자유분방하게 학습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학습에서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동기유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학기에 필자가 대화를 나눈 어느 1학년 학생은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몰라서 질문을 하고 싶어도 즉각적으로 할 수 없고, 또 시간이 걸려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어 답답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불편한 진실의 실체였다. 


이것이 지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실행되는 학교 교육의 한계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결과이다. 


다시 한숭희 교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중위권’이라고 불렀던 분포도는 스스로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니라 관리학습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교실에 붙잡아두고 만들어낸 공간통제, 시간통제, 행동통제의 성과물이었고, 그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곧 증발해버렸다면 이런 학습의 성과는 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결국 학교가 만들어낸 최대 성과가 일종의 신기루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동영상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탓할 게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교실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에 교육의 진정한 역할을 재고하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학교 교육의 가장 큰 효과는 아이들이 혼자서 학습하는 즉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 혼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열고 동영상을 찾아 학습하는 자기주도 학습력과 배움을 향한 호기심을 배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학생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숟가락만을 잡게 만든 것이었으며 학생이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교사가 고기를 잡아서 직접 요리를 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던 것이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 물가로 끌어다 놓았어도 스스로 물을 마실 줄 모르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미숙아를 키워, 소위 ‘마마보이’ ‘마마걸’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 교육의 후유증이듯이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기생충족,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족이 되어 살아간다. 과연 이들을 언제까지 측은지심으로 옆에 붙들어두고 관리해줄 것인가?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 흥미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말한다. 호기심과 자기주도 학습력 역시 OECD 최하위에 속한다. 


그동안 실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우리 교육이 토론, 실습 등 학생참여형의 수업으로 개선을 하여 평균 이하의 수준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학업 흥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남겼다. 


이는 곧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학습을 진정으로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파생되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학업의 흥미를 잃어가는 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매년 6만명 이상의 학교 밖 청소년을 배출하는 것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제는 인생 100세 시대이자 평생학습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교육은 아이들이 학습에서 작은 성취를 통해 기쁨과 호기심, 자부심을 느껴 평생에 걸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 의식을 높여주어야 한다. 


평생학습 시대의 학습은 혼자서 빨리 가게 하면 누구나 쉽게 지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함께 멀리 갈 수 있도록 단거리 경주 선수인 스프린터(sprinter)가 아니라 기나긴 코스를 호흡 조절하면서 즐겁게 학습하는 마라톤 선수(marathon runner)로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라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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