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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 들을 돈도 없는데, 대입은…” 저소득층 청소년 스트레스·우울감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과 건강행태와의 관련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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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최근 말 못할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본격적인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생부종합전형용 '스펙(비교과활동)'을 준비해야 한다는 교사의 말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지만, 집이 가난해 방학 보충수업마저 들을 수 없는 현실에서 대학을 굳이 가야 하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김양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지 않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사실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며 “기술을 배울까도 생각해 봤지만, 자격증을 따려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하루하루 힘겹게 사시는 부모님께 말씀드릴 용기가 없어 점점 더 우울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집안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스트레스와 우울감, 자살 충동을 훨씬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과 건강행태와의 관련성'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5년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6만8043명이 참여한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조사에서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35.4%로 나타났다.

이런 스트레스 인지율은 자신이 속한 가정의 경제적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차이가 컸다. 가구소득을 ▲상 ▲중상 ▲중 ▲중하 ▲하 등 5개로 구분했을 때, 스트레스 인지율은 소득이 '상'이라고 생각한 그룹에서 30.4%로 가장 낮았다. 이어 '중상'(31.9%)과 '중'(34.2%)은 조금 더 높았다. 이에 반해 '중하'와 '하' 그룹은 스트레스 인지율이 각각 45.0%, 55.8%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양 끝단의 인지율 차이는 25.4%포인트에 달했다. 

이런 경향은 우울감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청소년은 23.6%였다. 가구소득이 중간 이상('상'·'중상'·'중')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의 우울감 경험률은 각각 ▲22.7% ▲21.6% ▲22.0%로 비슷했지만, 중간 미만('중하'·'하')이라고 생각한 그룹에서는 ▲29.1% ▲41.4%로 크게 높았다. 

자살 충동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청소년은 11.7%였다. 이 비율도 소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최저 10.2%, 최고 26.7%로 차이를 보였다. 

거주 형태에 따라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가족과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이 각각 ▲35.1% ▲23.2%였지만, 친척 집에 사는 경우에는 ▲45.1% ▲42.1%로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가구소득이 낮고, 친척 집 또는 보육시설 등에서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살거나 거주 환경이 불안정한 청소년은 정신건강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요소들을 고려한 개입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를 통해 흡연과 음주를 하는 청소년들도 정신건강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30일간 흡연 또는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스트레스를 느낄 위험이 ▲1.3배(흡연) ▲1.2배(음주) 높았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 생각을 할 위험 역시 흡연과 음주 그룹이 모두 1.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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