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꿈, 소중한 생명, 따뜻한 나눔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합니다. 저마다 태어난 환경은 다르지만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는 보람들로 채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정작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에게 보람과 위로가 되는 찰진 토막을 찾아내기란 저 역시 그리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초가 많이 난다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 약산초등학교 섬마을 선생님으로 교직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 후 11개 학교를 거치며 올해로 34년째. 지금은 용인 서천초에서 생생한 꿈, 소중한 생명, 따뜻한 나눔이 있는 행복한 배움터를 지향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학교장 비전케어’와 책읽어주는 ‘리딩파파’
아이들의 성품과 꿈 교육을 위해 매일 아침 교장실에서 ‘학교장 비전케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4년째인데 한 번에 6~7명씩 1년에 걸쳐 전교생과 만나 꿈과 12성품에 관한 얘기를 나눕니다.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며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기 원하는지를 들어보는 소통의 시간입니다.
목요일에는 책읽어주는 ‘리딩맘’ 어머니들과 함께 각 학급에 들어가 동화책 읽어주는 ‘리딩파파’ 역할을 6년째 하고 있습니다. 동화라는 문학이 아이들 정서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무한한 상상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감성교육에도 그만이거든요.
‘교육은 사랑으로, 사랑이 희망입니다’
가을에는 교육과정 축제 마지막 날 음악회를 열어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회란 곧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자율과 협력에 기반 한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학교를 꿈꾸며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겁니다.
또한 어린이 자율동아리, 학부모・교사 합창단을 운영하는데 평소엔 점심시간에 학교 로비에서 공연을 하고 가을에는 교내 오케스트라와 함께 ‘교육은 사랑으로, 사랑이 희망입니다’를 함께 노래합니다.
학부모들까지 함께한 체험캠프 기억 생생
전남 영광 시골 6학급 삼덕초(현 법성포초)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아 반 아이들과 학교에서 1박2일 캠프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모닥불 캠프를 하며 교실에서 함께 잠을 자고, 마을 봉고차를 빌려 다음날 바닷가에서 조별 활동으로 즐겁게 모래성을 쌓고 함께 했던 기억이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용인 보라초에서는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문화체험 평생교육동아리 반을 3년 동안 운영했는데 매월 1회씩 유적지를 답사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원화성 탐방을 시작으로 융건릉, 남한산성, 경복궁, 창덕궁, 강화도, 여주 등 점점 권역을 넓혀갔어요.
처음엔 두 가족이라 제 차로 시작했는데 점점 참가 가족이 늘어 2년차에는 아버지들 차까지 동참하고 3년차에는 대형 관광버스를 빌려 문화탐방에 나섰어요. 영월 1박2일 탐방 때는 온가족이 함께 청령포, 주천강, 동강 생태 탐방 후 래프팅까지 했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몇 년전 지연이란 제자가 학교로 저를 찾아왔어요. 1991년 용인 서룡초 5학년 담임 시절 제자였는데 여기저기 수소문해 찾아왔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런데 지연이 하는 얘기가 “선생님, 저 국제변호사가 됐어요”라고 하더군요. “정말 잘됐구나,수고했다”라고 칭찬해주었더니 지연이가 “제가 5학년 때 선생님께서 ‘지연이는 변호사 하면 참 잘 하겠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그 뒤로 변호사가 되기까지 한 번도 꿈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해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교내웅변대회와 춘향전 연극 연습 때 지연이에게 격려해줬던 말이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에 살아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끝으로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늘 생각해 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아울러 생생한 꿈을 꾸기 위해 내 꿈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해 보라는 얘기도 권하고 싶습니다.
추천해준 분=류외순 용인 현암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