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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울대’ 머릿속에서 지우라”던 총장님 머릿속엔 시흥캠퍼스만이…왜?

성낙인 서울대 총장 담화문 발표 불구 시흥캠퍼스 갈등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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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조감도.

“‘서울대학교’라는 단어를 여러분 머릿속에서 지우십시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지난달 초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대’라는 명문 타이틀을 벗어버리고 겸손함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4일 서울대 전체 학생총회에 참석한 신입생들은 “최근 학교 측의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면 총장님 머릿속에서도 이미 ‘서울대’를 지워버린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을 둘러싼 서울대의 학내 갈등이 재점화 됐다. 최근 성 총장이 담화문을 발표, 수습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을 철회할 것과 총장 퇴진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4일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전체 학생총회에서 참석자 2083명 중 2001명의 찬성으로 '성 총장 퇴진 요구안'이 가결됐다. 또한 1120명의 찬성으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흥캠퍼스 반대를 주장하는 학생관계자는 시흥캠퍼스에 대해 “아직도 구체적인 시흥캠퍼스 활용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뚜렷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에 대해 교육기관인 대학이 부동산 투기사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키즈 카페, 실버타운 등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무슨 교육 공간인가”라고 지적했다. 


◇시흥캠퍼스가 뭐기에…‘서울대를 품은 신도시’

시흥캠퍼스 추진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명문 대학들이 수도권 신도시와 세종시 등에 제2캠퍼스 설치를 논의했던 시기였다. 이에 이장무 당시 총장은 관악캠퍼스가 과밀화됐다는 이유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2007~2025년)’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캠퍼스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2010년부터 시흥시와 시흥캠퍼스 건설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는 66만㎡의 토지와 개발이익 수익금 4500억에 해당하는 건설 비용을 무상으로 얻게 됐다. 서울대 측은 시흥캠퍼스에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여 글로벌 명문대학 발돋움하겠다고 밝혔고, 시흥시는 ‘서울대를 품은 신도시’라는 홍보를 통해 도시 기반 확충을 마련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은 2014년 7월 성낙인 현 총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해 8월 22일 시흥시,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자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3자간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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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서울대 전체학생총회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요구의 건이 투표참여자 96%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진 = 서울대 페이스북

◇ 교직원·학생 간 무력 충돌까지 낳은 시흥캠퍼스 논란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시흥캠퍼스 밀실체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해 "학교 본부가 실시협약 체결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실시협약부터 맺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철회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올해 3월 11일까지 행정관 점거 농성까지 벌였다.

문제는 자발적인 행정관 점거 농성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터졌다. 지난달 11일 서울대 직원들은 행정관 이사를 명목으로 학생들이 점거한 행정관으로 진입했다. 결국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그러자 성낙인 총장은 지난 3월 31일 서울대 행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담화문을 발표, 직접 수습에 나섰다. 성 총장은 "행정관 이사 추진과정에서 점거 학생들과 교직원 간 매우 불행한 상황이 발생, 총장으로서 착잡한 심정"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직원과 학생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철회와 성낙인 총장 퇴진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총학생회는 이번 주 내로 총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날 의결한 '총장 퇴진안'과 '실시협약 철회 요구'를 실행할 행동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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