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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자녀에게 추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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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는 한 주간지에서 추석 때마다 겪어야 하는 기성세대의 ‘오지랖’에 대해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송곳 같은 칼럼을 연재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명절 때만 되면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친척들에게 추석의 근본적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해보자는 제안을 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이후 성장이란 무엇인가, 위력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 칼럼을 읽고 나서 저는 김영민 교수의 열혈팬이 됐습니다. 또 배운 걸 공유하기 위해 부모에게 “자녀는 무엇인가, 아이의 안전은 무엇인가”라는 유사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요. ‘OOO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장은 어쩌면 정체성에 대한 물음일 겁니다. 부모는 평상시 내가 누구인지, 자녀는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보다 나는 무엇을 하는지, 자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등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사춘기처럼 부모의 존재를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야 부모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립니다. 중요한 건, 지금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근본적인 답을 할 때이고, 김영민 교수의 말처럼 아이가 행복해지는 걸 고민하기보다 아이가 더 불행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정체성이 완성되면, 저절로 부모를 ‘선택’한 사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의 선택을 두고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우리는 결혼할 때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마음 한곳에는 좋은 부모도 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부모를 선택한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이라도 가족들이 모인 저녁 식탁에서 뜬금없이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대가족 질문을 외쳐보는 건 어떨까요. 주의할 점은 외치고 나서 가족 반응이 썩 안 좋을 수도 있으니 그럴수록 당황하지 말고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석’이 코앞인데 사정이 많이 안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추석에는 그리웠던 고향을 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매일 100명을 웃돈 덕분에 군대에서 첫 휴가 나온 저의 막내아들도 마음 놓고 친구 한번 만나지 못한 채 집에서 드라마 몰아보기만 하다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정부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다가오는 추석에 고향 방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또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고향 방문을 줄이려 벌초 대행 비용을 지원하는 공공 서비스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러다 추석 당일에는 가족 친지들이 인터넷 단체방에 모여 절하는 사진을 올리며 ‘인터넷 차례’를 지내는 진풍경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추석을 빼앗기게 된 아이들은 한마디로 심란합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딴청만 부린다고 부모에게 미운털이 박혀 고민인데 추석을 집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할 수밖에요. 아이들은 이번 추석을 통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고 싶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여느 집에서나 아이들은 새해가 되면 새 달력을 집어 들고 가장 먼저 빨간 숫자가 그려진 공휴일을 확인하곤 하지요. 그래서 빨간 숫자가 많은 추석과 설날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합니다. 아이들이 명절을 좋아하는 건 단순히 학교에 안 가도 되는 통쾌함도 있지만, 부모 말고 또 다른 ‘나의 편’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추석은 무엇인가”에 관해 물었더니 다양하고 근사한 답들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추석’을 가리켜 ‘회복과 반전의 시간’이라고 하더군요. 회복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기분이 회복된다는 뜻이고, 반전은 어수선했던 마음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추석을 가리켜 ‘마음을 꾸미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추석날 시골로 향하는 길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미술관과 식물원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파란 하늘과 밤색 나무들은 지나는 곳마다 아이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고요. 또 할머니 집이 보이는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코스모스가 아이의 언어로 말을 건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아이들은 명절을 마치 인문학의 향연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아이는 할머니 댁에 도착하면 마치 전쟁을 호되게 치른 병사가 아군의 성 안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죠. 특히,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부모의 눈총인데 할머니 집에서는 온종일 스마트폰을 해도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답니다. 설령 부모가 눈치를 주면 할머니, 할아버지 등 뒤로 숨으면 안전하니까요. 그렇게 숨어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으면 할머니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또 한 아이는 사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추석 명절에는 할머니 집에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사촌 형제를 만날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사촌들과 나누는 대화는 지루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대화에 빠지다 보면 슬기로운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을 한 번에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요. 사촌들끼리 나누는 대화에는 아이가 가진 고민과 해결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그러면서 아이는 “추석은 보름달이 있어서 좋다”라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아이에게 추석은 한 편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추석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회복하고 다음을 노려보려는 반전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추석은 그러지 못해 비상이 걸린 것이죠. 동화 같은 추석을 집에서만 보낸다고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하얘진다고 합니다. 일단 추석이 사라진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해보지만, 딱히 묘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일반 뉴스를 이해하는 건 힘들어도 코로나 뉴스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아이는 부모의 추석계획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이번 추석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하는지가 지금 아이에게는 최대의 관심사죠.

일단,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번 추석의 중심은 자녀입니다. 캠핑과 낚시를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 부모가 원하는 것인지 이번 연휴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호텔 바우처를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는 스파와 호텔 음식을 엄마처럼 즐길 생각이 없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비록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법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이가 원하는 연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부모는 계획을 짜기 전 아이를 위한 추석이 될 거라는 확신을 심어 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의견을 끌어내도록 도와서 아이와 부모가 다 같이 동의하는 연휴 주제를 결정하는 겁니다. 아이가 망설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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