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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일찍 깨우치면 독해, 어휘 능력 더 떨어져

선행 사교육 받은 아이들, 사교육 받지 않은 아이들 보다 국어점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

  
 

한글 사교육을 통해 일찍 한글을 배운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독해력이나 어휘력 등이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과연 영유아기에 한글을 일찍 배우는 것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될까?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한번 쯤 한글 뿐 아니라 영어나 수학, 과학 등의 과목, 심지어 제 2 외국어까지 조기교육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 연구팀은 ‘문자 관련 선행 사교육을 받은 만5세 집단’과 ‘사교육을 받지 않은 만5세 집단’을 모집해 비교 분석하는 종단 연구를 실시했다.

두 집단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때 국어 시험 결과는 어땠을까? 독해력을 비롯해 논리력, 관련 단어 찾기, 오자, 맞춤법 등 총 5개 영역 모두 두 집단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선행 사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의 평균이 전체적으로 조금 더 높았다. 특히, 사교육 경험이 있는 집단과, 사교육 경험이 없는 집단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영역은 독해력이었다.

■ 만5세 유아의 언어 사교육 여부에 따른 초등학교 1학년 국어학력 점수



   *출처: 이기숙 외(2011), 유아기의 기본적인 언어능력이 초등학교 1학년 국어학력과 어휘에 미치는 영향

이들이 자라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됐을 때의 시험 결과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읽기 이해 능력이나 쓰기 등 선행 사교육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어휘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독해력 중 비판적 이해 능력 부분이, 사교육을 경험한 아이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사교육을 통해 한글을 빨리 배운다고 해서 아이의 읽기 능력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



*출처: 이기숙 외(2013), 만5세 읽기능력, 어휘력 및 개인·환경 변인에 따른 초3 읽기이해능력과 어휘력

외국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우샤 고스와미 교수 연구팀은 세 가지 문자를 대상으로 5살 무렵부터 글자를 익혀 책을 읽은 아이들과, 7살 무렵부터 글자를 익힌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했다. 결과는 글자를 일찍 배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훨씬 낮은 모습을 보였다.

유아기에 해당하는 만3~6세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뇌 과학자들은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 기능과 인간성, 도덕성 등을 담당하므로, 이 시기에는 인성과 도덕성, 집중력, 동기 부여 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학 교육, 문자 교육 등은 두정엽과 측두엽의 기능이 발달하는 만6~12세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유아기에 한글을 교육하는 것과 같이, 나이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하면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메리언 울프 교수는 ‘글을 읽는 ‘독서’ 활동은 다양한 정보원, 특히 시각 영역과 청각, 언어,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의존한다.’

  
▲ 진로 설계 필독서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https://goo.gl/SVmxY3

그리고 ‘시각, 청각 및 언어와 같이 정보를 빠른 속도로 통합시키는 능력의 기반이 되는 주요 뇌 부위는 7세가 돼야 발달 한다’고 언급했으며, 네다섯 살이 되기 전 아이들에게 문자를 통한 책 읽기인 독서 교육을 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경솔한 일이며 많은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에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창의적 사고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인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너무 이른 시기에 글자를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이 글자에 매여 사고가 한정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데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의진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조기 한글 교육에 대해 경고하며 ‘3세 이전에는 가급적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하고, 이미 만들어진 자극은 안 주는 것이 좋다. 끈, 냄비, 풀만 줘도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영유아 발달 단계를 고려해, 유치원·어린이집의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한글 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넣지 않았다. 과정의 ‘의사소통’ 영역에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내용 범주가 있으나, 이는 만 5세를 대상으로 ‘주변에서 친숙한 글자를 찾아 읽어 본다’, ‘말이나 생각을 글로 나타낼 수 있음을 안다’ 등 한글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유치원에서도 정식으로 글자 교육을 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는 취학 통지서 아래에 ‘귀댁의 자녀가 입학 전에 글자를 깨치면 교육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고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많은 전문가들은 조기 언어 교육은 학습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업체들이 조기 한글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일찍 할수록 좋다’는 속도 경쟁으로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상업적 의도로 해석된다.

  
▲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2013년부터 적용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을 보면 한글 교육을 위한 시간이 단 27시간뿐이어서, 아이들이 한글을 충분히 배우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문제 제기를 통해 교육부는 한글 교육을 최소 45시간 이상으로 확대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적용되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한글 교육 시간은 이전의 2배가 넘는 60여 시간으로 늘어나, 더 이상 한글 선행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아이들이 교과서로 한글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는 제도가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제도 정착이 미흡하다고 해서, 전두엽이 발달하는 6세 이전의 자녀에게 한글 교육을 시켜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녀가 조금 더 성장한 뒤에 가르쳐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천재교육과 한솔교육, 구몬 등 많은 영유아 사교육 업체들은 여전히 영유아 사교육 상품을 홍보하면서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기 한글 교육은 학습 효과가 없을뿐더러 뇌 발달 등의 영유아 발달 단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조기교육으로 인해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지만, 학부모들은 적어도 모든 아이가 뛰어난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좀 더 심사숙고해 올바른 자녀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에듀진 기사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0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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