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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은밀하게 위험하게 아이들의 ‘랜덤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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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조성하는 환경은 엄청난 파급력으로 아이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킵니다. 미디어 세계에서 아이가 만나는 ‘낯선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도덕적이고 선한 사람일 확률은 비교적 낮습니다. 오히려 무서운 늑대의 털을 숨긴 채 아이가 있는 인터넷 방문 사이로 상냥하게 손을 내밀죠. 그러고는 아이의 눈과 귀 그리고 신경을 조종하여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집요하게 착취합니다. 만약 자신이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시간을 끌지 않습니다. 가면을 벗고 무서운 늑대의 본 모습으로 위협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속에서 온 신경을 잃은 아이는 굴복당한 채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지요.

이번 글은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을 굴복시키는 ‘랜덤채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부모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누구와 대화하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대화하는 상대는 대부분 친구 정도로만 알고 있죠. 하지만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생각보다 많은 낯선 사람과 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랜덤채팅’에서 한 중학생 남자아이를 알게 돼 인터넷에서 교제 중이었습니다. 평소 동생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고등학생 언니의 상담으로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밝혀진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죠.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교제했던 중학생 남자아이는 학생이 아닌 30대 남성으로 밝혀졌고, 성적 목적으로 접근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랜덤채팅’이 우리 아이를 심각하게 위협할 거라는 예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임기관과 업체들은 지나친 ‘침범행위’라며 딴지를 걸었고, 그럴싸한 여론까지 만들어 냈죠. 결국,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랜덤채팅’ 앱을 유해 매체로 고시하는 발표를 통해 ‘랜덤채팅’ 앱에 「본인 인증 프로그램」을 깔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 수많은 아이가 ‘성 착취’라는 폭력에 희생됐고. ‘n번방’ 괴물까지 등장시켰습니다.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 매체로 고시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익명’이라는 장치를 통해 아이를 대상으로 각종 인터넷 성범죄의 온상이 되었던 ‘랜덤채팅’ 앱이 드디어 청소년 유해 매체로 고시된 것입니다. 앞으로 앱 스토어에서 진열 중인 ‘랜덤채팅’ 앱들은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11일부터 청소년 유해표시 즉, 19금 표시를 명시해야 합니다. 실명 또는 본인인증 기능과 대화 저장, 신고라는 3가지 기능을 갖추지 못한 ‘랜덤채팅’ 앱들은 더 이상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19금’ 표시를 하지 않을 시 ‘랜덤채팅’ 사업자는 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되고, 사업자가 성인인증 절차를 두지 않고 앱을 계속 운영하는 경우에는 최대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부모는 12월 11일까지 남겨진 시간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느긋하게 장사해왔던 ‘랜덤채팅’ 앱 업체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대비해 이전보다 더 많은 광고를 쏟아내고 있고, 실제 아이들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전보다 더 많은 ‘랜덤채팅’과 ‘참교육 챌린저’라는 무차별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오늘 뉴스에서는 얼마 전 실종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사흘 만에 제주도에서 발견돼 가족에게 인계되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범죄 피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기에 경찰 조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초기 ‘랜덤채팅’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수줍고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역할과 더불어 아이들이 가진 상상과 현실의 불만을 개운하게 틀어놓기에 ‘랜덤채팅’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제기능을 갖추지 못한 ‘랜덤채팅’은 오히려 범죄 도구로 전락해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아이들은 ‘랜덤채팅’ ‘비대면’이 가진 ‘안전성’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 기회가 된다고 말합니다. ‘익명’과 ‘비대면’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본능을 마음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용기를 준다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계정을 탈퇴하고 사라지면 되니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보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요. 정작 범죄자들의 속임수 수준은 아이들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니까요.

기억해야 할 건, 지금 ‘랜덤채팅’은 아이를 단순히 희롱하고 장난치는 범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태롭게 해서 영혼을 파멸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죠.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도 ‘랜덤채팅’에서 부모의 통제권을 벗어나 마음대로 활보하고 있고, 이전보다 더 은밀하고 더 위험한 대화를 낯선 사람과 나누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온갖 뉴스에서 드러나는 ‘랜덤채팅’ 관련 성범죄 사건들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더구나 법이 개정되고 ‘랜덤채팅’이 유해 매체로 고시되었다 하더라도 범죄자들은 포기하지 않죠. 범죄자들에게 범죄는 생업이니 생계를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법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게임이나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아이에게 접근을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범죄 동향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범죄를 주목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오프라인 범죄가 줄은 대신 가정폭력과 인터넷 범죄 같은 「가정 내 범죄」가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 도박’과 ‘인터넷 성범죄’와 같은 구체적인 유형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책임기관의 예방이 쉽지 않습니다. 당장 교사나 경찰이 아이의 스마트폰을 뺏어 안전한지 확인했다가는 큰일 날 일이죠. 어쩌면 범죄자들은 이러한 책임기관의 한계와 부모의 무관심을 잘 알고 있어서 뻔뻔한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당장 아이를 붙잡고 다음과 같이 약속해주세요. 아이들은 유효기간이 긴 걸 싫어하니 ‘코로나 방역 기간’만으로 한정해서라도 일단 약속을 지켜보자고 말이죠.

하나, ‘낯선 사람’과 절대 채팅하지 않는다.

둘, 아는 사람이라도 인터넷에서 절대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지 않는다.

셋,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부모는 야단대신 걱정할 테니 꼭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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