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나는 아침독서하는 선생님입니다.』

[독서교육신간] 초등교사 이세나의 독서교육 10년을 담은 책



책읽기를 시작하는 마음에 전하는 온기

나는 아침독서하는 선생님입니다

이세나 지음 / 176/ 12,000/ 행복한아침독서

 

 

나는 아침독서하는 선생님입니다를 읽기 전에 조금은 심드렁했다. 몇 년 사이로 독서 관련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더러는 내용이 깊지 않은 책들을 봐온 터라 그랬다. 몇 장을 넘길 때만 해도 경계심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이 넘어가면서 마음은 말랑해져 갔고 이세나 선생님을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일었다.

낡은 앨범 속 분교 선생님이 아이들과 어울려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시절이 떠오른다. 숙직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곱셈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보이는 듯하다. 선생님은 따뜻한 마음으로 독서지도를 했다. 그 마음이 아이들을 움직여 즐거운 책 세상으로 이끌었다.

 

독서교육 십 년을 담은 이 책은 낭만 가득한, 아름다운 교육서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저자가 아이들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과 사랑은, 교사가 스승이 아닌 직업인으로 전락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 시대에 아이들을 어떤 태도로 만나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책에서 저자의 낭만성과 낙천성이 돋보인다. 선생님은 봄을 찾으러 아이들 손을 잡고 교정 나들이를 한다. 교실로 불어오는 시월의 바람에 먼저 마음이 흔들려 아이들과 구름 구경을 나선다. 6학년 아이들과 캠프를 간 날 밤에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달구경을 나선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삶을, 자연을, 소소한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전하는 책의 향기 못지않게 선생님이 누리는 삶의 방식과 태도를 곁눈질하면서 배울 것이다. 열린 서재를 만들어 아이들을 책으로 물들게 하려고 애쓰는 저자의 마음도 아름답지만, 책과 삶이 어떻게 이어져있는지 몸으로 보여주며 교육하는 저자의 태도는 독서교육을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가장 큰 선물은 인생을 낙관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삼십 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오면서 깨달은 것이다. 나는 오십 대 중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과 함께했던 햇살 속 따스한 유년기가 무시로 떠오른다. 행복한 시간만 있던 것은 분명 아닐 터인데 유년기를 떠올리면 행복감으로 가슴이 뻐근하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 때문이다.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빵을 만들어놓고 기다렸다. 밤이면 귀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여름 밤에는 내 손을 잡고 달빛이 가늘게 떨어지는 우물가로 나가 우물에서 막 길어 올린 찬물을 온몸에 퍼부었다. 어머니는 늘 노래했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시절은 펼쳐질 어른 세계를, 이야기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그랬듯 저자는 아이들에게 책을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날마다 책 읽는 아침 분위기를 만들고 책을 읽어주는 일만 해도 값지고 훌륭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의 낭만성과 책읽기를 멋지게 직조해낸다. 시와 나들이, 책이 잘 어우러진 독서교육을 하는 것이다. 여행과 걷기, 멈추어 보기를 즐기고 그런 경험은 자연스레 책을 읽을 때 녹아들어 가고 다시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 삶과 책을 엮는 힘은 책을 고르고 읽는 방식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실천의 바탕은 저자의 운 좋은 유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어릴 적 행복한 책읽기를 경험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즐거움을 누린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오롯이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이 높은 의욕과 계획을 가지고도 번번이 독서교육에 실패하거나 지친다. 어쩌면 교사 자신이 행복한 책읽기를 하지 않은 데에서 생기는 어려움일지도 모른다. 독서지도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 책읽기를 가르쳐야만 한다는 무게감에서 벗어나 그림책 한 권을 온전히 즐기는 일부터 다시 해보면 좋겠다.

3월이 지났으니 학교마다 독서교육계획을 어느 정도는 마무리했을 것이다. 잠시 멈추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2‘3, 시작은 언제나 눈빛부터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읽기를 시작하는 마음에 따스한 기운을 줄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봄이다. (교사용




강승숙_강릉 주문진초 교사,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저자 / 2017-04-01

이 글은 행복한아침독서의 월간지 『초등아침독서』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러가기: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7/04/01/201704011016001415.html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