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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초등독서토론길잡이책]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초등학생을 위한 이야기 독서토론


생각을 넓히는 독서토론으로 통하는 길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권일한 지음 / 264/ 15,000/ 행복한아침독서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책 읽는 모습을 떠올린다. 독서가 혼자서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런 독서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주인공과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독서토론모임은 이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같이 모여 낭독하거나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고 공유하는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토론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독서토론현장에 나가 보면 성인뿐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독서토론을 경험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인의 경우, 초반에는 책을 중심으로 모였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다 모임, 정보공유 모임으로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학생의 경우는 책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고 일정한 답을 강요하는, 주입식 토론의 형태로 변질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여기서 우리는 독서토론의 목적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독서토론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거나 교훈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며 나의 생각을 넓히는 것이 독서토론의 목적이다. 바로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보기 위해서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은 그런 맥락을 잘 짚어내며 다양한 사례로 확신을 더해 준다.

먼저 독서토론 진행자의 역할과 태도를 짚어보자. 독서골든벨, 독서퀴즈대회, 디베이트, 하브루타 토론, 논술토론 등은 독서활동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승패를 가리고 등수를 매기는 경쟁 방식은 지식 습득과 논쟁 근거를 찾고 논리를 세우는 방법을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경쟁 과정에서 참가자가 상처받기 쉽고, 다양한 생각보다는 이기기 위한 뻔한 답을 유도하는 토론이 되기 십상이다. 토론보다는 정답 맞히기에 가깝다.

 

여기서 저자는 토론은 만남이다라며 독서토론의 목적을 상기시킨다. 독서토론 진행자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토론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리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도록 만드는 것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운다.

그 첫 번째 조건이 가능해야지만 좋은 토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토론은 무엇일까?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것이 꼭 좋은 토론은 아니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일률적인 대답보다는 좀 느리고 두서가 없더라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을 기다리고 받아주는 것이 진행자의 몫이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생각을 함부로 예측해서 말을 끊거나 쉽게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바로 진행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책으로 토론하느냐도 중요하다. 책에 따라 아이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토론에 참여할 마음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때 아이들의 마음에 말을 거는 책이 토론 책으로 베스트라고 말한다. 바로 토론 대상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다. 그는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 어린 몽실이의 고난과 성장의 이야기인 몽실언니를 예로 들며, 토론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나간다. 과연 아이들이 60년이 넘는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는 토론을 세 시간으로 나눈다. 첫째 시간에는 몽실이는 왜 도망을 갔을까?” 등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을 중심으로 질문한다. 아이들은 책 내용을 거의 파악하게 된다. 다음에는 몽실이의 행복 조건을 생각하며 등장인물에 몰입하게 한다. 바로 타인과 시대에 공감하는 인물탐구시간이다. 마지막 시간에는 몽실이의 가족은 누구인가?” 등 생각의 폭을 넓힌다. 이 질문으로 가족의 정의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책으로 교훈을 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도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위인의 교훈과 업적을 앞세우는 책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위인이 되거나 악인이 되는 과정, 또 그 인물에 대한 평가를 직접 해보는 것이 어떨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서토론 또한 그렇다. 누가 어떤 말을 하고 그 말에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은 다양한 독서토론의 준비부터 과정과 결과까지를, 사례를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독서토론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을 담고 있다. 독서토론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선생님, 이미 실행하고 있는 진행자들이 꼭 봐야 할 책이다. 지금 하는 토론이 정답을 강요하는 토론인지, 생각을 넓히는 토론인지 꼭 짚어봐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필수참고서가 될 것이다. (교사용)

 


 

정지연_생각정리 공부법』 『책으로 다시 살다공저자 / 2016-09-01 

이 글은 행복한 아침독서의 월간지 『초등아침독서』 2016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러가기: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6/09/01/2016090110190014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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