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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비율 가장 높은 ‘학종’, 학업성적도 가장 뛰어나

수동적 인간형 만드는 금수저 전형은 '수능'

  

  ▲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 모의전형' [사진 제공=서울시립대]


학종 입학생이 학업성취도 가장 높고, 중도탈락률 가장 낮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수능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고 중도탈락률은 낮아 대학 적응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저소득층 입학생 비율도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전형보다 훨씬 높아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 받아온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4월 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김세연 국회의원과 함께 주최한 ‘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대교협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54개 대학의 2015∼2016년도 신입생 24만 2,790명의 출신 학교별 특성과, 이 중 46개 대학 신입생 18만 7천 명의 소득분위별 특성을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형 유형별 학업성취도 평균은 학생부종합(3.21) > 논술(3.14) > 학생부교과(3.13) > 수능(3.10) >실기(3.03) 순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수능전형 학생들보다 성적이 높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이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는 세간의 주장이 무색해 지는 결과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수능 성적은 암기와 문제풀이 반복형 학습으로 쉽게 올릴 수 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습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종 준비를 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업 습관을 갖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준비로 수동적 학습에 길들여진 학생들보다 관심사에 천착해 스스로 공부하는 학종형 학생들이 대학에서의 학습 방식에 보다 쉽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는 대학 적응력과도 연결된다. 입학생들의 전형별 중도탈락 비율을 살펴보았더니 수능(4.5%) > 실기(2.8%) > 학생부교과(2.1%) > 논술(1.6%) > 학생부종합(1.5%) 순으로,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탈락 비율이 가장 높았고 학종이 가장 낮았다.
 

  

▲ '학생부전형의 성과와 고교 현장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강기수 동아대 전 입학처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에듀진]


저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은 전형도 학생부 위주 전형
국가장학금 수혜 여부를 살펴봐도 차이는 극명해진다.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되는 국가장학금I 유형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학생부종합(4.3%) > 학생부교과(3.3%) > 수능(1.7%) > 논술(0.4%) 순으로 학생부 위주 전형이 수능이나 논술전형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4분위까지의 합산 수혜율도 학생부교과(34%) > 학생부종합(31.3%) > 실기(25.7%) > 수능(23.1%) >논술(20.1%) 순으로, 학생부 위주 전형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었다. 결국 저소득층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고소득층은 수능과 논술 전형에서 더 많이 합격한 것을 알 수 있다.

학종은 일반고, 읍면 중소도시 강세, 수능은 특목·자율고, 대도시 강세
또 다른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일반고, 읍면 단위와 중소도시 학생 비율이 높았고, 수능전형은 반대로 특목·자율고, 대도시 학생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출신 고교는 일반고(74.7%) > 자율고(9.8%) > 특목고(8.9%) 순이었고, 학생부교과는 일반고(86.7%) > 자율고(8.3%) > 특목고(0.7%), 논술은 일반고(75.5%) > 자율고(16.8%) > 특목고(6.6%), 수능은 일반고(73.9%) > 자율고(16.7%) > 특목고(7.1%), 실기는 일반고(58.3%) > 특목고(20.5%) > 자율고(10.0%)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율고와 특목고의 각 전형 점유율 차다. 자율고는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8~9%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논술과 수능에서는 16% 대로 2배 가까이 점유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가정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자율고의 학종 점유율이 수능과 논술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학종을 가리켜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특목고는 다른 세 전형과 비교해 유독 학생부교과 점유율이 0.7%로 대단히 낮은 반면, 실기 점유율은 20.5%로 대단히 높았다. 특목고 학생들은 학생부교과로 거의 진학하지 못하고, 실기에서 많은 수가 진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실기전형에서 특목고 점유율이 급상승한 반면, 일반고 점유율은 타 전형 점유율에 비해 급하락한 58.3%를 기록한 점도 주목된다.

또한 전형별 출신 지역 비율을 살펴보았더니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읍면·기타(35.5%) > 중소도시(23.4%) > 광역시(23.3%) > 특별시(20.3%) 순으로 많았고, 수능은 특별시(40.9%) > 광역시(38.6%) > 중소도시(35.6%) > 읍면·기타(26.3%) 순으로 많아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금수저 전형은 학종이 아니라 수능과 논술, 실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학종이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적극 나서야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조사결과가 지난 3월 30일 ‘학생부종합전형 3년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서울 지역 10개 대학의 지난 3년간의 대입 결과 분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30일에 발표된 조사 결과 역시 수도권 학생이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수능, 논술, 실기 전형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지방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으며, 대학생활 적응 면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이 다른 전형 입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적응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의 주장대로 수능 정시를 확대할 경우 지역적, 경제적으로 유리한 계층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더욱 유리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곧 사교육의 영향력 확대와 교육 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을 만들어낼 것이 자명하다.

사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교육 단체나 관련 이익 집단의 잘못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수시 확대와 축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여론 눈치 보기에 다름 아니다.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정확히 가려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론에 휘둘려 백년대계인 교육의 뿌리를 위태롭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일선 고교가 학종 중심 교육과정을 성실히 운영하도록 지도하며, 학종 중심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 가는 것이 바로 정치권과 정부가 할 일이다.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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