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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중심 학교 vs 수능 중심 학교' 어떤 차이 있을까

    ▲ 청주 양청고 동아리 발표회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수도권에 위치한 A고교와 B고교는 오래 전부터 라이벌 학교로 이름이 높았다. 10년 전까지 두 학교는 비슷한 진학 성적을 보였지만, A고교가 수능 중심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천명하고 '수능형' 학생들을 양성하면서, 몇 년간 A고교와 B고교의 진학 실적은 눈에 띄게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높은 진학 실적을 자랑하던 A고교는 몇 년 후 B고교의 신세로 추락하고 말았다. 진학 성적으로는 꼴찌를 달렸던 B고교에게 불과 수 년 만에 진학 실적 1위의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A고교와 B고교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공부 시키는 A고교가 왜 진학 1위의 영예를 B고교에 넘겨줘야만 했는지, 또 학생들을 놀리기로 유명한 B고교에서 왜 갑자기 상위권 대한 진학자가 쏟아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A고교와 B고교는 학교 외관도 입학생 성적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하나가 있다. 바로 교육과정이다. 

학부모들은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비슷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와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는 수업 방법과 평가, 학교활동, 진학 지도 등 학교생활 모든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학부모는 극히 드물다.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학부모나 학부모회 간부조차도 교육과정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체 대학 선발인원의 70% 이상을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지금, 두 학교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종 중심 고교와 수능 중심 고교에는 도대체 어떤 차이 있을까?

수능 중심 고교, 학습 노동에 신음하는 학생들
먼저 A고교와 같은 수능 정시 중심 고등학교를 먼저 살펴보자. 수능 정시 위주 고교에서 대학과 학과의 선택은 12월 수능 성적이 나오고 나서야 이루어진다. 학생의 수능 성적이 나와야 성적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철저하게 교사주도형으로 이루어진다. EBS 교재 중심으로 문제풀이를 무한 반복하는 지식 암기형 수업이 일반적이다.

학생에 대한 평가도 5지선다형 시험 중심이다. 수행평가가 있지만 대부분 암기중심으로 문제풀이를 많이 한 학생일수록 좋은 성적을 받는 구조다. 교과활동을 통해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 협업능력, 융복합능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수행평가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상은 암기 중심 평가로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수능정시 중심 고교의 진학 지도는 철저히 수능성적과 배치표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진로교육 차원의 진학 지도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이 설계한 진로 로드맵은 쓸모없는 것이 되며, 애초에 그런 것을 만들지 않는 학교도 많다. 오로지 성적에 맞춰 대학을 고르고 학과를 선택한다.

반면 수시전형을 준비하려고 하면 학교의 도움은 거의 받을 수 없다. 학교는 수능 시험만 강조할 뿐,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 운영이나 학생부 관리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한 채 학생들을 방임한다. 학생들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은 학력고사 세대가 다니던 20세기 학교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학교는 학교 운영자나 교사에게는 더 없이 안락한 환경을 제공한다. 오로지 교과지식 중심의 암기형 수업만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설계나 바람직한 수행평가를 위한 방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학생들은 최대한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지식주입식 학습에 열중하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습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가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책과 씨름하는 것이 자녀의 역량을 신장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사 주도로 지식암기형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능 정시형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학교가 여전히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다.
 

  
▲ 평택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8HF3S


학종 중심 고교, 진로 인성 중심 전인교육
반대로 B고교와 같은 수시 중심 고교는 어떨까.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 준비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그 학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곳이다. 학생부 전형은 크게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으로 나뉘는데, 학생부교과는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때문에 학교의 수시 대비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중심이 된다.

수시 학종 중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대학과 전공 결정을 가능한 일찍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지망 전공이 빨리 결정될수록 전공 적합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 흥미 분야를 찾아 진로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진로탐색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등 진로교육에 최선을 다한다.

수업 방식도 수능 중심 학교와 달리 학생주도형으로 진행된다. 교사는 독서와 토론, 글쓰기, 실험 등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업에 적극 도입한다. 그 결과 학생 평가도 지필고사가 아닌 수행평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수행평가 형태는 서술형이나 발표형, 포트폴리오형 등이 있다.

또한 수행평가는 결과만을 보지 않는다. 결과는 물론이고 수업이나 수행평가 과정에서 학생이 보여준 성장의 모습과 성실성, 인성, 협업능력, 창의력, 지적 호기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리더십 등이 모두 평가에 반영된다. 또한 교사는 이런 평가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오롯이 기록해, 대학이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진학 지도 역시 수능정시 중심 학교와 명확히 구분된다. 학생부 중심 학교는 성실한 진로교육을 기반으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 특기와 장점을 살려 진학 지도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성적에 맞춰 대학을 고르고, 그중 성적에 맞는 학과에 원서를 넣는 것이 아니라, 고교 3년 간 학생이 스스로 진로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게 하고, 학생이 수립한 진로 계획을 중심으로 진학 지도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시 전형 준비도 1학년 1학기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교과활동과 교과외 활동을 설계해 주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충실히 기록한다.

학종 중심 학교에서는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의 적극적인 연구와 참여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교육과정과 수업 방법에 대한 연구는 물론 학종 중심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부 중심 학교에서 학생들은 참여형 수업을 통해 성실하고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익히고, 관심 분야에 대한 학습과 다양한 활동 등을 이어가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이 학생부 중심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공부는 안 시키고 쓸데없이 인터넷 자료를 찾게 하거나 아까운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일방적인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 중에는 참여형 수업과 수행평가 등이 귀찮고 부담스럽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이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키워주고, 학종 등 진학 면에서도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54개 주요 대학이 전형별 입학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학생부 위주로 선발된 학생들이 수능정시 위주로 선발된 학생들에 비해서 학업성적이 높고 학교 적응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수능 정시 선발 학생이 학종 선발 학생보다 학업역량이 높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한양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서울 지역 10개 사립대학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서울 지역 10개 대학 입학처가 지난 3년간의 대입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대학 입학 후 학업성취도에서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의 학점이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 전문가인 이동우 교사(대구 청구고 교육과정부장)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학생부로 선발하는 학생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떻게 학교를 운영해야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점수 따기용 학습 노동을 시킬 것이 아니라, 진로와 인성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교육의 원칙이 바로 세워질 때 우리 교육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 적폐를 청산하고 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는 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76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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