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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속 135km로 달리며 1000분의 1초를 다툰다

평창올림픽 메달 획득 목표 경기도청 루지팀 주세기·박진용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의 ‘삼총사’는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이다. 그 가운데 루지는 최대 시속 135km로 얼음 트랙을 질주하지만 선수가 탑승하는 썰매에는 안전장치가 없을 만큼 위험한 종목이다. 지난 4월 3일 경기도는 국내 최초로 루지팀을 창단했다. 경기도청 루지팀은 주세기 코치와 독일에서 귀화한 아일렌 프리쉬, 박진용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됐다.

박진용 선수(왼쪽)와 주세기 코치.
박진용 선수(왼쪽)와 주세기 코치.

지난 4월 3일 경기도청이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썰매 종목 루지팀을 창단했다. 

아일렌 프리쉬(25) 선수는 2013년 23세 이하(U-23) 세계선수권 여자 1인승에서 금메달을 딴 실력파다. 그는 2003년 독일 루지 유소년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청소년 국가대표,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 2016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원래 프리쉬 선수는 독일에서 주목 받는 기대주였다. 독일은 역대 동계올림픽 루지 종목에서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따낸 전통의 강국이다. 그런 독일에서 그는 연령별 대표를 차례로 거쳤다. 20세였던 2011~12 시즌엔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주니어 유럽선수권에서 내리 여자 싱글(1인승) 및 팀 릴레이(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그렇지만 프리쉬 선수는 주니어에서 성인으로 올라온 뒤 치열한 경쟁에서 조금씩 밀렸다. 현재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예전 기량을 회복하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박진용(24) 선수는 조정명 선수와 함께 2016년 23세 이하(U-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 루지의 간판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한국루지연맹에서 주세기(31) 코치와 박진용 선수를 만났다. 주 코치와 박 선수 모두 상체 근육이 발달한 역삼각형 몸매였다. 루지는 다른 종목과는 달리 상체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코치와 선수의 관계지만 인터뷰 내내 서로에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코치와 선수 이전에 이미 전북 무주의 설천중학교 루지팀 선후배 사이였다. 동계스포츠 종목 가운데 선수층이 얇은 루지 팀은 선후배 사이가 매우 끈끈한 편이다. 경기도청 루지 팀은 올해 초부터 4월 13일까지 이어진 훈련을 마치고 2주간의 휴가를 얻은 상태다. 5월부터 훈련을 재개한다. 프리쉬 선수는 모처럼 휴가를 즐기기 위해 독일로 출국하는 바람에 이날 함께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단한 루지 팀원이 된 소감을 들어봤다. 주세기 코치는 “아무래도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루지는 지원이 약해서 전문적인 지도를 받기도 힘들었고 훈련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실업팀 창단으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팀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박진용 선수는 “안정적으로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돼 평창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실업팀 창단을 계기로 루지가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 선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루지 2인승 부문 18위를 기록했다. 당시 루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던 박 선수는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직전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면서 “당시 2인승으로 함께 출전했던 조정명 선수와 호흡을 맞춘 게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두 선수는 2016년 U-23 세계선수권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진용 선수의 실력은 갈수록 향상 중이다. 주세기 코치는 박 선수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현재 박 선수는 스타트가 취약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하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코너링은 매우 뛰어난 편이라 스타트만 극복하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으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줄 선수라고 자신한다.”

루지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이므로 초반 스타트가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일렌 프리쉬.(사진=조선DB)
아일렌 프리쉬.(사진=조선DB)

마의 9번 코스 공략이 관건, 홈 트랙 이점 살리겠다

루지는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는 거친 종목이기도 하다. 루지는 약 1.2m의 썰매에 몸을 의지하고 800~1300m의 트랙을 최고 135km의 속도로 활주하는 경기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조지아의 루지 선수가 연습 중 썰매에서 튕겨 나와 사망한 경우가 있어 매우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생겼다.

박 선수도 2014~15년 U-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스타트를 위해 빙판을 손으로 밀다가 팔이 탈골된 것이다. 그 이후 박 선수 역시 경기에서 스타트할 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고 했다. 박 선수가 스타트가 느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박 선수는 “지금은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많이 벗어났다”면서 “부상의 위험도 높고 실제 코너링을 할 때 중력의 몇 배 이상의 압력을 느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운동이지만 그런 만큼 매력도 상당히 큰 종목”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루지 종목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슬라이딩센터의 9번 코스는 악마의 코스라 불린다. 9번 코스는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코너링을 하기가 매우 까다롭게 설계돼 있어서다. 주세기 코치는 “스타트는 말할 것 없고, 9번부터 12번 코스를 완벽하게 도는 선수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며 “10월부터는 홈 트랙을 충분히 타볼 수 있으니 해당 코스 부분을 집중 공략해서 연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경기도청 루지 팀의 목표를 들어봤다. 박진용 선수는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다. 더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국민이 루지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루지를 알리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썰매를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세기 코치는 “비인기 종목이 인기 종목이 될 수 있으려면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금메달을 목표로 달리는 루지 팀을 향해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위클리공감]

2017.04.25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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