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태아는 엄마 배 속에서 만 40주를 채우고 나서 세상에 나옵니다. 만약 여러 사정으로 배 속 아이가 임신 37주 전에 태어난다면 조산아로 간주하죠. 이렇게 조산아로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의 폐 대신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시키고, 관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키워야 해요.
물론 이렇게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현대 의학이 허락한 조산아 생존 가능성의 경계는 임신 23~24주입니다. 24주 아이가 살 확률은 55%, 23주는 15% 정도죠. 태어난 아이가 생명을 건지더라도 평생 만성 폐질환이나 뇌 손상, 뇌성마비 같은 병과 그에 따른 장애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아이의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임신 20~36주의 조산아입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서 살아야 해요.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해결하고자 세계 곳곳의 과학자와 의학자는 인공 자궁을 개발 중이죠.
예를 들어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의 에밀리 파트리지(Emily A. Partridge) 등은 인공 자궁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긴 ‘바이오백’(Biobag)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들은 어미 양의 배 속에서 (사람으로 치면 임신 23~24주에 해당하는) 새끼 양을 제왕절개로 꺼낸 뒤 곧바로 바이오백 안에 집어넣고 키웠습니다.
바이오백 개발팀은 이런 인공 자궁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임신 20~24주에 태어난 조산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전망합니다. 이들은 양의 새끼가 아닌 임신 20~24주에 조산한 인간 아기를 바이오백 안에서 키우는 임상시험을 허가해 달라고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요청했죠.
조산아와 그 부모의 안타까운 상황을 염두에 두면 인공 자궁 개발은 꼭 필요한 일처럼 보여요.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요.
여성의 삶에서 임신과 출산 및 양육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다 보니, 현재 여성과 가장 겹치는 이미지는 ‘어머니’입니다(모성 신화).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서 여성에게만 (전통적) 어머니의 역할, 예를 들어 돌봄노동 같은 일을 강요해 온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공 자궁으로 여성이 임신과 출산의 의무에서 해방되는 일을 반기죠.
하지만 일이 꼭 그렇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금도 여러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하는/않는 많은 여성이 있어요. 만약 인공 자궁이 상용화한다면, 이런 여성에게 ‘어머니’가 되라는 사회적 압박이 가해지진 않을까요? ‘어차피 자기 배 속에서 아이를 키울 것도 아닌데, 왜 아이 낳는 걸 거부해?’ 이런 노골적인 압력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처럼 과학기술은 과학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충격을 사회에 줍니다. 그런 충격에 반응하면서 사회 역시 바뀔 수밖에 없고요. 새로운 과학기술이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올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공 자궁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조산을 막고, 태아를 엄마의 자궁 안에 좀 더 붙들어 놓을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