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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마트엘리트인터뷰]개구쟁이 소년, 미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다

가딘미디어 강성욱 대표



선입견이 변화를 막는다
40년이 넘도록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을 보고 즐기는 저는, 콘텐츠 기획자이며 제작자입니다. 이런 콘텐츠를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요. 지금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추어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투자를 받아, 한국에서 만들고 전 세계에 방영하는 글로벌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 가딘미디어 강성욱 대표

무언가를 보고(See), 느끼면(Feel), 그것은 더 이상 자기 바깥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됩니다. 게임에서의 경험치랄까요? 여러분 자신이라는 캐릭터의 능력이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이죠. 이후의 ‘나’라는 캐릭터가 ‘뭔가를 만들면(Create)’, 이전의 ‘나’라는 캐릭터가 만든 것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 창조되겠죠?

문화콘텐츠의 본질과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정해진 것도 없고,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드높이는 일’이라는 것이죠. 아주 매력적인 일 아닌가요?

저는 유난히 개구쟁이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를 키운 8할은 장난과 놀이였어요.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도 심각하게 마음을 다잡고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일이나, 돈이 되는지, 나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내 커리어에 해가 되진 않는지 등을 고민한 끝에 했던 일보다는, 직관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나 작품에 소위 ‘단숨에 꽂혀서’ 시작한 일이 오히려 더 결과도 좋았고 저를 행복하게 했던 것 같네요.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일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대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주변에서 “대단하다”, “열심히 하더니 성공했다”라는 감탄을 하지만, 사실 그들에겐 성공, 실패라는 개념은 안중에도 없을 겁니다. 대단할 것도 없지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듯 한 것뿐이니까요.

초등학교도 가기 전, 저녁 때 친구들이 하나씩 집으로 소환되는 게 너무 싫어서, 친구 하나를 꾀어내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놀았죠. 그날 밤 늦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고요. 경찰까지 동원된 그 일로 이사를 가게 된 그 친구 얼굴은 다신 볼 수 없었습니다.

친구를 꾀어내기 위해 제 인생 최초의 그럴싸한 ‘판타지’ 스토리 한 편을 그 친구 앞에서 ‘피칭’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깨닫게 됐습니다. (영화, 방송업계에 주로 쓰이는 ‘피칭’이라는 용어는 원래 투수가 타자(포수)에게 공을 던진다는 뜻으로 재미있는 설정이나 콘셉트 등을 관계자에게 가볍게 ‘던지는’것을 뜻합니다. 모든 콘텐츠 제작의 시작은 바로 피칭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그때가 미래 콘텐츠 기획자, 제작자의 길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던 것이죠. 하하하!

하지만 혼자서 라면 지금처럼 큰 프로젝트를 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대학 때 만화를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나름 능력자라 대학원까지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 어렵다는 정부 산하 공기업에 특채로 취직까지 된 거예요.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친구는 오랜 고민 끝에 주변 사람들의 ‘미쳤다’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른 살의 나이에 사표를 내고 집 근처 만화학원에 등록했답니다. 그 친구가 지금 제 옆에서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저희 이사님이시지요.

 

  
▲ 김포대학교 입학처 http://goo.gl/inmn9g



어떤 일이든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라!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있는 일을 해라!’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대부분의 성인들조차 정말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 못하거든요.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경우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도대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는지 모를 선입견이나 뜬금없는 믿음, 과거의 습관에 얽매여 자신을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해놓은 것들을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난 국물 없이는 밥을 못 먹어’라든지, ‘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해’, ‘난 수학을 못해’ 같은 것들을요. 이러한 선입견이나 믿음은 보통 많은 경험 끝에 얻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펴본 결과 대부분 그렇지 않더라고요.

물론 어느 시점, 어느 상황에서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못할 때도, 수학을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 변화를 막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일찍 결론 내린 ‘잘못된’ 자기 인식이라는 것입니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 결론 내려버린 ‘나’를 이제껏 끌고 다닌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똑같은 이야기도 어느 감독, 어느 배우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이 자신을 다양한 상황에 내던져보고 내면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다른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를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을 때가 온다면, 비로소 자신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요? 그 다음엔 무슨 일을 해도 좋습니다. 성공이냐 실패냐의 개념 자체가 없어질 테니까요.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일,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그냥 하시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7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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