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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캠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의 〈승리호〉

매달 개봉하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더 재밌게, 더 뜻깊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우리.

교양도 쌓고 인문학적 소양도 쌓을 수 있는
영화 어디 없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고교독평이 소개하는 이달의 영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를 향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개봉한 〈승리호〉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영화 순위 1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죠.

승리호를 관람한 관객들이 펼치는 실시간 반응 또한 흥미로워요. 근래 이토록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한국영화 대작은 없었어요. 누군가는 한국형 스페이스오페라(우주 모험담을 다룬 SF)의 등장에 눈물짓고, 누군가는 유치한 클리셰의 연속이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이런 양날의 평가 사이에 놓인 승리호는 대중성과 작품성의 균형 잡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독특한영화입니다.
〈승리호〉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승리호가 세간의 주목을 그러모은 이유와 넷플릭스에서 재생 아이콘을 누른 관객들의 기대는 일치해요. 그것은 바로 한국형 SF의 시각적 구현과 성공 여부입니다. 한국영화에서 여태 한 번도 제대로 시도된 적 없는 우주의 구현은 자연히 승리호를 시각적 특수효과(VFX)의 신기원으로 이끌었어요. 지옥이 된 지구, 위성궤도에 자리한 인공의 유토피아, 우주쓰레기를 거두어 두는 위성, 거대한 숲으로 이루어진 스페이스콜로니 등 등장하는 공간마다 빈틈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야심으로 미술·컴퓨터그래픽 효과를 꼼꼼히 채워 넣었죠. 우주공간을 쏜살같이 내달리며 레이싱 기질을 뽐내는 승리호의 속도감 또한 빛나고요.

이처럼 승리호의 시각적 설계는 결코 허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할리우드 영화의 완성도에 익숙한 관객에게 한국영화로서 새롭기에 의미 있다는 평가가 심정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승리호는 대중성이 뚜렷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스페이스오페라 장르를 표방해요. 꽃님이를 구원하기 위해 다 함께 약속이나 한 듯 고군분투하는 착한 선원들과 그들을 무너뜨리려는 고집 세고 단순한 악당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분)의 대결 구도는 동화 수준의 쉽고 친절한 설정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승리호를 바라보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시각적 특수효과를 칭찬하는 평가가 나오지만, 익숙함과 뻔함 혹은 유치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도 적잖아요. 승리호에서 장르적 혁신이나 세계관의 깊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해요. 하지만 만약 승리호가 안기는 아쉬움이 이야기를 견인해 나가는 인물들 때문이라면, (허술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착하거나 나쁜 면모 때문이라면 우리는 승리호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를 다소 조정해 볼 필요가 있어요.


순수함이 뻔하게 느껴진다면

조성희 감독은 착한 사람들의 모험담과 미덕에 집요할 정도로 매달려 왔습니다. 그의 영화에서 착한 인물은 종종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순진하고, 반대로 악역은 자신의 잔혹함을 낱낱이 드러내요. 선악이 선명히 구별되는 우화의 세계와 비슷하죠.

승리호속 인물들의 동력은 다음 세대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명감이에요. 강한 주인공, 복수하는 주인공, 세계를 구하는 주인공은 빈번히 등장해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타인과 공생하기 위해 무조건적 호의와 희생을 추구하는 승리호의 선원들은 결코 뻔하지 않은 존재예요. 조성희 감독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방향을 고려할 때, 승리호착함을 안이한 주제 의식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죠.

좋은 사람은 강자가 되기 어려운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우리는 착한 것과 순수한 것을 뻔한 것, 단순한 것, 취약한 것으로 자주 혼동합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지닌 힘을 그만큼 간과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고도로 발달하고 세련된 이 지구에서, 조성희 감독은 우리의 기원인 우주로 돌아가다시 단순히 착해지자고 제안해요. 승리호〉를 감상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의와 순수를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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