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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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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창의 심리학」

「떼창의 심리학」


-- 떼창의 문화적-교육적 의미를 밝힌 연구 --


 


떼창은 집단적 정서의 강력한 분출


미국의 전설적인 대중음악가의 한 사람인 에미넴(Eminem)은 공연시에 매우 파격적이고 괴상한 제스쳐로써 돌발적인 행동을 수시로 일삼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그는 2012년에 아시아 투어를 계획하고 일본과 한국의 무대에 나서는 공연 일정을 잡았다. 먼저 일본에서는 질서의 유지를 위해서 경찰 당국도 긴장해야 할 정도로 수개월 전부터 인파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공연에 나선 에미넴은 일본의 젊잖은 관객들이 보여 준 조용한 반응에 크게 실망하였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마치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관람하듯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진행된 한국 공연에서도, 에미넴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지라 그 이상의 분위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매우 절제된 행동으로 인사를 하고는 특별한 멘트도 없이 자신의 공연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충격적인 상황을 관찰하게 되었다. 관객 중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곡들을 외워 줄줄이 흥얼거리거나 소리내어 함께 부르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떼창이 시작된 것이다. 흥분한 에미넴은 하트를 그리기도 하고, 애교 섞인 제스쳐를 취하기도 하고, 한국을 떠나기가 싫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흥분과 열정을 쏟아 열창의 분위기를 함께 감당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에미넴 자신이 처음 경험한 현장이었고, 멀리 미국 본토와 세계의 많은 팬들에게도 충격적인 소문으로 전해졌다. 그 이후에 해외의 여러 유명 음악인들이 차례로 한국을 찾아 팬들과 함께 공연하기를 원하였고, 모두가 매우 감격스러운 체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팬들과 함께 그들이 경험한 “떼창” 때문이었다.


물론, 떼창, 즉 한 무리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아니라 서양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야구, 축구 등의 각종 경기장에서 모교나 고장의 팀을 응원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런 것도 일종의 떼창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응원가의 합창은 그 자체로서 즐기는 데 본질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승리를 위한 일종의 보조적 활동에 해당한다. 이와는 달리, 떼창은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 흥겨움, 정겨움, 혹은 한스러움이 자발적으로 표현되는, 즉 그 자체로서 발현되는 일종의 정서적 분출이기도 하다.


한 노학자의 학술적 저술, 「떼창의 심리학」


최근에 고령의 한 교육심리학자가 「떼창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판한 것이 학계와 예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저자인 이화여자대학교의 김재은(金在恩) 명예교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공연의 분위기로 자주 연출되는 떼창을 한갓 우발적인 사건이거나 유행성을 지닌 일시적 현상으로만 관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소위 한류(韓流)의 맥락에서 전개되기도 하는 한국적 대중문화의 장르에서 자연스럽게 발흥하는 떼창은 원천적으로 한국인의 민족적 정서 속에 심층적으로 잠재된 생명력이 상황에 따라 표출되는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여 설명하고자 하였다. 놀라운 것의 하나는, 떼창은 말할 것도 없고 한류를 주도하는 실질적 담당자는 젊은이들이지만, 이러한 학술적 작업이 현재 난청에 시달리기도 하는 90대 노학자에 의해서 최근에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통찰의 깊이와 폭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저술이다.


김재은 교수는 그 책에서 떼창 그 자체만으로 보기보다는 최근에 이르러 원근의 이웃 국가들로 확산하고 있는 소위 “한류”라고 일컫는 현상과 더불어 설명하고자 한다. 한류는 한반도의 사람들이 향유하는 “정태적” 생활양식(문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활양식이 한반도의 밖으로 흘러가는 “동태적” 확산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흐름은 일시적으로 표출되는 유행성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문화적 전이(轉移)의 과정으로 심화되면, 한민족의 심층적 정서를, 적어도 부분적으로, 세계의 여러 이웃 국가에 사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본래 문화란 영역을 넘어 전이되기도 하고 영역들 간에 서로 접변(接變)하는 현상을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국 문화의 고유한 요소란 전체 속에 다소 항구적으로 남아 있는 부분일 뿐이다.


우리의 민족적 떼창의 잠재성이 세계의 여러 곳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나타나는 현상은 주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일정과 더불어 진행된 것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인들에게 단순히 춤과 노래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달하는 독특한 메시지의 영향도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거기에 함께 분출되는 정서가 공감된다는 사실이다. 그 정서와 함께 그들은 한국어 가사도 익히고 노래도 부르며 춤을 즐기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정서의 전이현상은 K-POP이라고 일컫는 다양한 장르들이 순서에 차이는 있지만 여러 형태로 있어 왔다. 그리고 노래와 춤만이 아니라, 넓게는 “한류”라는 커다란 범주를 형성하였다. 여기에는 K-Beauty, K-Drama, K-Food, K-Trot, K-Cinema 등, 대중문화의 거의 전반이 영향권에 놓여 있다.


김재은 교수가 살아온 시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이러한 K-Culture의 확산은 기적에 가까운 현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썼다.


2011년 6월 11일과 12일 양일간 프랑스의 파리에서 있었던 K-POP 공연이 유럽에 한류의 물결을 크게 일으킨 사건 때문이었다. 한국 아이돌 대표기획사인 SM 엔터테인먼트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동방신기 등을 앞세워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하여 파리에서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하루 공연을 기획했다가 연장 요청으로 2회 공연을 했고 입장권은 15분만에 동이 났다. ... 다음날 <르 몽드지(Le Monde)>는 헤드라인에 “한국의 K-Pop 파도는 (파리가 아니라) 유럽을 삼켰다”라고 했으며, <르 피가로지(Le Figaro)>에서는 한국의 파도가 제니스를 덮치다“라고 쓴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너무나 감격하고 기뻐서 우리 국민의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70년 만에 최빈국에서 문명이 선진화된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이란 나라, 내 조국이 어떻게 해서 세계 문명사를 지배해온 유럽 대륙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파리를 문화의 파도로 삼킬 수 있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졌다.


내용의 요지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영화 이야기부터 떼창, 그리고 떼창의 뒤에 숨어 있는 한국적 복합 정서인 한(恨)·흥(興)·정(情)과 기질적 특성인 ”끼“가 우리의 대중예술 성취와 어떻게 관계되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였다. 지금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대중 예술적인 성취에 과연 우리의 문화 DNA라는 인자가 그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도 논의하였다. 그리고 흥행 중에 있는 트로트 열풍의 정신 치유력과 해한력(解恨力)에 대해서도 깊이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예술양식이 이런 치유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을 기록을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예컨대, 이집트 사람들은 음악을 ‘영혼의 약’으로 간주하여 임신을 위해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페르시아인들 역시 소리로 만병을 고쳤다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1대 왕인 사울은 음악으로 심신의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성경에 전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흥과 끼가 많은 것 역시 음악과 춤 등의 예술을 통해 고된 삶을 견뎌내려고 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예술과 엑스터시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된다. 즉,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지향하는 바가 행복이라면, 그 행복의 극치가 바로 엑스터시라고 할 수 있다. 황홀경이나 무아지경을 말하는데, 원래의 그리스어 어원을 보면, ‘ekstasis (밖에 서다)’라는 말에서 발전한 말이다. 즉 ‘영혼이 육체를 떠나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육체의 영향에서 벗어난 경지이다. 그것이 무아지경이다. 엑스터시를 종교적 용어로 사용할 때 종교적 신비를 체험하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법열(法悅), 기독교에서는 은총(恩寵)을 입은 상태나 성령이 강림한 상태를 말하고, 무교(巫敎)에서는 신내림을 받은 상태를 말한다. 신에게 사로잡혀야 그 신이 내려주는 신탁(神託)으로 고객을 위해 서비스할 수 있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에는 ‘새 하늘과 새 땅의 환상’이 그려져 있다. 이슬람의 수피파의 전통에서는 ‘회전춤’을 통해 신과 일체가 되고 황홀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그 밖에 선(禪)이나 요가, 신비 경험을 통해서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고, 반복된 춤과 노래나 동작, 주문(呪文) 외우기, 고행, 약물 복용 등을 통해서도 엑스터시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예술적 경험도 여기에 속한다.


저자와의 대담


전 세계를 휩쓴 방탄소년단(BTS) 뿐만 아니라, K-Pop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가 K-Culture라는 이름이 생길 정도로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BTS, 블랙핑크 외에도 영화 <미나리>, <기생충> 등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작품이고, 그러한 작품의 영향으로 인하여 농심 라면의 연매출이 처음으로 2조를 돌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문화는 학교교육의 중심내용도 아닌데, 어떻게 방탄소년, 블랙핑크 등이 생겨났는가는 새로운 관심거리로 검토해 볼 만도 하다. 이와 관련해 <떼창의 심리학> 저자인 김재은 교수(현재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떼창의 심리학> 저자인 김재은 교수님께서는 연세가 90세이신데 어떻게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K-Pop에 관심이 있으시며 젊은 감각의 소재로 글을 쓰셨는지요?


A. 나는 젊을 때부터 예술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스크랩 자료가 약 3000건에 이릅니다. 연극평론도 하고, 무용평론도 해 왔습니다.


Q. <떼창의 심리학> 책에서, 저자이신 교수님께서 가장 중점을 두고, 강조하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요? 즉, "이 내용은 꼭 강조하고 싶다"하는 내용은 어느 부분인가?


A. 4장, 5장, 6장이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흥·정·끼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우리의 문화 역량을 자세히 분석한 대목입니다.


Q. 책 49쪽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를 인용하시면서, "세계 제국을 건설할 DNA를 자각하자", "세계를 경영하는 능력도 물려 받았다", "조선인의 세계경영 DNA"는 감명 깊은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교수님 생각처럼 한국인의 DNA가 독특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각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할 정도로 강하고 세련된 나라가 되려면, 통일이 이루어지고 더욱 크고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세계경영 DNA"라는 독특한 것이 관점에서, 교수님께서는 한국 통일, 통일 후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전망을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 내 생전에는 통일을 볼 수 없을 것 같으나 남북인의 기질과 역량, 능력, 그리고 우리의 전통 문화의 강점 등으로 볼 때 우리는 문화대국이 될 것입니다.


Q. 방탄소년단(BTS)은 학교 교육이 키워낸 인재가 아닌, 방시혁 씨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키워낸 젊은이들입니다. BTS 같은 그룹을 키우기 위하여 초/중/고/대학교 등의 각급 학교교육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까요?


A. 배우는 젊은이들과 가르치는 학교, 양측 모두 "각자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여러 학습의 장에서 체계적으로 변별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연마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교육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습니다.


Q. 한류의 이면에는, 아이돌 중에는 잘못 적응하여 자살자가 나오는 등의 어두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K-Pop이 이러한 어두운 면을 "교육"으로 최소화 하고, 계속해서 BTS 같은 그룹을 배출하기 위해, 학교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A. 그런 개인의 불행과 좌절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있을 수 있습니다. 심리 카운슬링을 활성화하여 예방적 시스템을 구축하면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그런 불행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지요.


Q. 90년을 사신 교수님께서 "다음 세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요, 한 말씀 주시겠어요?


A. 우리는 잿더미에서 경제강국이 되었습니다. 이제 문화로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으니 자신감과 동시에 자존감을 지녀야 하지만, 또 한 편으로 겸손의 덕을 지녀야 합니다. 세계는 우리를 크게 질투할 수도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실력으로 나아 가야하고, 끊임없는 연마를 통해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남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Q. 떼창으로 분출되는 정서를 학교교육의 상황에서 지도할 때 어떤 점에 특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까? 적극적으로 즐기는 장에서, 혹은 다소 절제토록 지도해야 하는 장에서, 교사가 특별히 유의해야 하는 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A. 우선 교실이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 살벌합니다.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교실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생태 환경 속에서 개성과 독창성이 더 빛나게 됩니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다양화하고, 주말 체험학습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후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박진영씨가 아이돌을 훈련할 때 인성을 강조합니다. 우선 교사가 소통능력을 키우고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가요? 성숙된 자세와 판단력이 필요하지요.


교수님, 귀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을 누리시면서 오래 오래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