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대학

‘4말 5초’ 관태기 앓는 대학생, 황금연휴까지 겹쳐 “나 어떡해?

인간관계 고민 늘어…‘자발적 아웃사이더’ 택하기도


“‘조별과제 잔혹사’도 끝났겠다, 중간고사도 나름 잘 쳤겠다. 이젠 뭘 해야 하죠? 공강 시간에 사람들 지나가는 것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네요. 동기들도 학기 초보단 단체모임 횟수가 적어서인지 어색해졌어요.” (김해창·가명·19·경희대)

입학 후 황금연휴를 맞은 대학생들이 관태기에 빠졌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의 합친 말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회의적인 상태를 뜻한다. 2월말 3월초에 이뤄지는 OT·MT철이 지나고 악명 높은 조별 과제기간인 3월말 4월초도 지나, ‘관태기’의 계절인 ‘4말 5초'가 돌아왔다. 여기에 최장 11일에 달하는 황금연휴까지 겹치게 돼 대학생들의 생활 리듬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초·중·고는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한 반에서 생활하며 또래 친구들과 똑같은 과제, 식사를 하며 생활했는데, 대학은 스스로 시간표도 짜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니까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혼란이 찾아오더라고요. 중간고사 등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 지나 여유가 찾아오면 허탈감이 밀려와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강태연·가명·19·서강대)

실제로 최근 한 취업포털이 대학생 1417명을 대상으로 '관태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로는 42%는 현재 관태기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관태기를 겪는 비율은 남자 대학생(31.0%)에 비해 여자 대학생(41.9%)이 훨씬 높았다. 관태기를 겪는 이유(복수응답)는 '취업준비, 과제 등에 지쳐 인맥을 관리할(늘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44.7%의 응답률로 1위를 기록했다.

"적절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는 강씨는 “5월 초, 법정 공휴일과 임시 공휴일까지 황금연휴가 지나고 나면 밀려오는 과제와 시험에 제대로 된 인맥을 쌓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를 택할까도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 /손현경 기자


관태기를 앓는 새내기들과 함께 자발적 아싸도 느는 추세다. 과거엔 고학번의 학생들이 자연스레 학교생활에서 멀어지며 ‘아싸’가 됐지만, 최근엔 갓 입학한 강씨 같은 새내기들이 스스로 대인관계, 학내활동을 끊고 취업활동 등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며 생활하는 ‘자발적 아싸’가 되는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수준 높은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동기들과 어울리기보단 사교육에 의지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 이들을 겨냥한 ‘학점관리반’ 수업이 생겨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새내기들은 “고등학교 때와 달리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많아 부담이 크다”며 “교수님마다 수업방식도 달라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선 다른 거 생각할 겨를없이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직원은 “캠퍼스에서 동기, 선배들과 낭만을 즐기러 대학에 간다는 것은 ‘옛말’”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관태기를 앓는 대학생들은 ▲단체 활동보다 혼자 하는 활동이 편하고 좋아서(32.9%) ▲조별과제, 동아리 등 단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29.7%) ▲친구, 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며 자존감이 떨어져서(27.7%)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인맥을 관리할(늘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8.2%) 등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