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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과 일반취준생 사이 반복하는 ‘공취생’ … “두 마리 토끼 잡다 지쳐”

새 정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기대


2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경기도 A 대학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김지연(25)씨는 올해 초 치른 일반행정직(국가직) 시험을 크게 망쳤다. 김씨는 “지난해 잠깐 일반 기업 하반기 공채 준비를 했던 탓”이라고 했다. “공부하다가도 공무원 경쟁률 기사만 나오면 공부할 의지가 뚝뚝 떨어지고 희망이 안 보여요.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게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일반 시사상식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2년 넘게 공무원 시험 준비에 쏟은 노력이 아까운 알면서도요. 그러다가도 실업률 기사가 나오면 ‘역시 공무원이 역시 최고’라는 생각에 공시생 모드로 돌아가요. 저는 공시생인가요, 일반 취준생 인가요?”

서울 B 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이칠현(27)씨도 김씨와 사정이 비슷하다. 이씨의 책상 한쪽에는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각종 행정 관련 문제집이 놓여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손에 든 책은 인성면접 및 구조화 면접 대비서다. 대기업·중견기업 등 취업을 준비하는 필수 서적이다. 지난달 모 기업 서류면접에 합격한 이씨는 “이전에도 한 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일반 취업 준비로 방향을 바꾼 적이 있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 동향에서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과 일반 기업 취업 준비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공취생(‘공무원 준비생’과 ‘일반 취업 준비생’을 합해 만든 신조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인사혁신처 발표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월 6일까지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응시 접수자는 22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공약의 하나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 이씨와 김씨 같은 공취생들의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찰공무원 1500명, 소방공무원 1500명,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1500명, 부사관과 군무원 1500명, 생활안전분야 일선 공무원 3000명, 그리고 교사 3000명 등 당장 공무원 1만 2000명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취생 고민규(서울 관악구 신림동·28)씨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는 큰 그림은 좋지만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또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민간기업도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공무원과 일반 기업의 취업 경쟁률 과열 현상을 하루빨리 해결해 달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시생이든 일반 취준생이든 개인의 직업 철학을 갖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해천 전국대학취업협의회 사무국장(호서대 취업인재개발처 취업팀장) “빨리 가기보다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며 “주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느리더라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을 대학 입학 때부터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백 경희대 취업진로처 팀장 역시 “공무원이든 일반 기업에 취업하던 기본적인 시간은 소요되기 마련”이라면서 “학생들은 자기가 준비하고 있는 직업에 대한 소신을 갖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