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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아이, '괴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공감'하는 부모, 아이의 분노를 씻어준다


타인의 감정 속으로 들어가는 능력, 공감
아들이 학원문제를 상의했다.
“엄마, 나 고민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학원 바꿔야겠어요. 선생님이 별로야.”
“또? 벌써 몇 번째야! 이번엔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이야기좀 해봐!”.

말로 다그치는데 거북목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도 자세가 좋지 않아서 종종 지적을 해왔었다.
“준아, 목 빼지 마! 너 그러다 거북이 목 되면 어쩌려고 그래?”

갑자기 아들이 화를 낸다.
“엄마는 지금 내가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뚝 잘라먹고 목 뺀단 이야기예요?”
“목 빼니까 뺀다 그러지, 안 뺐는데 뺐다 그러냐?“
“내가 항상 이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언제 네가 항상 이렇게 하고 있다 그랬니? 지금 목 빼면서 말하고 있으니까 그러지.”

아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엄마는 왜 그렇게 편견이 많아요? 목 안 뺄 때가 더 많잖아요!”
“편견이 아니라 지적이지, 엄마가 이런 이야기도 마음대로 못 하냐?“
“그게 아니고요. 엄마는 내가 목 안 빼려고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그럴 때는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오랜만에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함부로 내 말 잘라먹고 주제하고 상관도 없는 잔소리 하니까 화가 났죠.”

아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들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온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한쪽 발을 내밀면서 눈에 힘을 준 채로 씩씩거리고 있는 그 모습은 SOS 구조요청 사인이었다.

“엄마, 도와주세요. 나 지금 많이 화나 있어요. 제발 화 좀 가라앉혀 주세요.”
몸으로 표현된 분노가 내 마음으로 전달됐다. 마음이 아팠다.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래, 화가 날 만도 하겠다. 미안, 엄마가 잘못했네.”
순식간에 분노는 가라앉았다. 아들은 평화를 되찾았다. 엄마와 아들은 친밀한 감정의 끈으로 다시 연결됐다.
 

  
▲ 강릉영동대학교 입학처 http://goo.gl/nHJN6o



공감은 분노의 뇌관을 제거하는 분노조절제
공감이란 영어단어 'empathy'는 타인의 감정(pathy=pathos) 속으로 들어가는(em=into) 능력을 말한다. 공감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귀로 듣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공감은 경청과도 다른 것이다. 경청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신중하게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공감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정서적인 부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울처럼 똑같이 따라하는 미러링(mirroring)은 아니다.

공감이란 함께 느끼는 것이다. '이해하다'(understand)는 아래에(under) 선다(stand)는 뜻이다. 진정한 공감은 내 위치에서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상황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공감은 비를 맞고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다.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해결책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쏟아지는 빗물에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불쾌감, 빗방울이 얼굴을 때릴 때의 따끔거림, 추워서 온몸이 후들거리는 한기를 함께 느끼는 것이다. 내 감정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공감이다.

때문에 공감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물줄기를 순식간에 잠재우는 평화의 언어다. 종종 자녀들은 화가 난다. 특히 부모의 부당함이나 부조리에 대해 신속히 알아차린다. 성장하면서 판단력도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이때 자녀가 화를 내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스스로 화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건강한 자녀일수록 화를 낼 줄 안다. 자녀가 화를 내면 부모는 최대한 신속하게 화를 가라앉혀 주는 것이 우선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화를 가라앉힌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화낸다고 시비 걸어 화를 증폭시키는 부모는 2차, 3차 분노를 유발해 분노를 폭발하게 만드는 가해자다. 공감은 분노의 뇌관을 제거하는 분노조절제다.

이 강력한 치유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여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김향숙 대표는 교육학 박사로 행복발전소(www.hifamily.net)와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MBA원장이며 부모교육 및 상담전문가이다. SBS TV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MBN <부부수업 파뿌리> 등 다수의 방송매체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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