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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文 정부, 포스텍처럼 전라도에 ‘한전공대’ 세우겠다는데…


“광주·전남에 세계 최고의 에너지 전문 공과대학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주·전남 대표 공약인 '한전공과대학(가칭 KEPCO Tech·켑코텍)' 설립을 두고 지역사회와 인근대학 관계자, 학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에너지산업의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입지 선정으로 인한 시·도 간의 갈등과 설립 이후 인근 지역대학과 치열한 신입생 유치 경쟁 등 우려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광주·전남 빛가람 혁신도시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국가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빛가람 에너지밸리에 양질의 인재를 양성·공급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에 한전 측은 기존 수도권과 지역 소재 주요 대학과 차별화되면서 역할이 서로 겹치지 않는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전 관계자는 "광주·전남 지역의 에너지밸리가 성공하려면 영재배출을 위한 경쟁력 있는 공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한전공대 설립은 에너지산업 활성화는 물론, 충청권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남권의 포스텍(POSTECH·포항공과대학)을 잇는 지역 균형발전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전공대 설립이 구체화되면 입지를 놓고 전남도와 광주광역시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 측은 한전공대 설립을 전남의 공약이 아닌, 광주·전남 상생공약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인 입지·규모 등에 대해 한전·광주시·전남도 등 3자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전남도 안팎에서는 한전이 들어선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한전공대가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고, 광주시 측은 광주·전남 구분 없는 상생 사업으로 나온 공약인데도 전남도가 너무 앞서간다는 반응이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시와 도 모두 각자의 입장은 분명히 있겠지만, 이미 하나의 생활권처럼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설립 유치를 두고 크게 갈등이 생길 거라 생각지 않는다”면서 “젊은 인재 유출로 활기가 떨어지는 광주·전남에 인재 육성과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차원에서 ‘상생과 협력’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했다.

인근 지역대학들과의 관계설정도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다. 한전공대가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들어설 경우 호남지역 공대들과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한 공과대학 교수는 "먼저 한전공대 설립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일반 공과대학처럼 운영하기보단, 에너지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특화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인근 지역의 공과대학들과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대학 학생들도 비판하는 목소리다. 특히 그동안 국내 최초의 이공계 분야 융합과학 기술인재 양상을 표방해 온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미국 칼텍(Caltech·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등 선진 이공계 대학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며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에 앞장서 온 지스트를 두고 한전공대를 설립한다는 계획은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지스트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지스트 대나무숲’에는 한전공대 설립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한전공대를 세우기 전에 과학기술원인 지스트부터 키우는 게 순서 아니냐”면서 “애초 두 학교의 목적이 비슷한데, 기존의 지스트를 두고 왜 다른 대학을 더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 학생은 “지스트에도 ‘에너지 인재를 키우겠다’며 없던 교수들 모셔와 융합기술원에 에너지공학 전공도 만들었는데 정말 허무하다”며 “정치인들은 치적쌓기용으로 뭘 자꾸 만들 생각만 하지, 있는 곳에 더 지원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계획은 곧 있을 '국정과제' 선정과 동시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내부 검토 단계인 한전공대 설립은 국정과제 선정·결정에 따라 곧바로 착수될 예정이다. 당초 전남도가 제안한 한전공대 규모는 한전 본사 인근 부지 148만7603㎡(45만평)로, 165만2892㎡(50만평) 규모의 포항공대를 모델로 하고 있다. 대학 설립에는 2020년까지 약 5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늘(25일)까지 진행되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고 새 정부의 초대 총리로 이낙연 전남지사가 확실시되면, 설립 추진엔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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