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김하늘(가명·43·서울 양천구)씨는 자녀가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부터 대입 제도가 크게 바뀌고, 그 연쇄 효과로 고교 제도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아이를 어떤 식으로 공부시켜야 할지 걱정스럽다. 구체적인 도입 방안은 7월 중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시행 이후 고교 현장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 ‘수능 전(全) 과목 절대평가', '고교 내신 절대평가' 등이 시행되면 수능과 내신 중 도대체 어디에 비중을 두고 아이를 공부시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당장 어느 고등학교에 가야 유리할지도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개혁 본격화를 앞두고, 고교 현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도입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어고·자사고 폐지는 당장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및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당장 7월에 결론이 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먼저 새 정부는 일정 점수를 넘으면 모두 다 같은 등급을 받는 수능 절대평가를 주요 교육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열된 입시 경쟁 체제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입시전문가들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반짝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응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당장 수능에 대한 부담이 줄어 사교육비 경감엔 효과가 있겠지만, 3년 내내 성적 경쟁을 해야 하는 등 내신 부담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상위권 대학은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져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지금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정시 모집인원을 유지할 경우 정시에서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대학별 고사가 부활하게 되면 이전보다 고가의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들이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또 다른 시험을 도입하게 되면, 고가의 사교육이 더욱 성행할 수도 있어요. 또한 수능의 변별력 약화는 사실상 정시의 기회를 없애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학생들의 다양한 대학 입학 기회를 줄인다는 부정적인 효과도 줄 수 있습니다.”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도 주요 교육공약 중 하나다. 일종의 절대평가인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는 성취수준에 따라 A∼E등급으로 성적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내신성적은 성취평가제 점수와 상대평가인 석차 9등급제 점수가 병행 표기되고 있다. 새 정부는 성취평가제가 내신 석차에 대한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학교 현장에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평가 제도라고 여기고 도입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성취평가제 도입은 등급 걱정 없이 자유롭게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행 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자칫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해 평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고, 대학별고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특목고 존치 여부와 맞물려 특목고가 유지된다면, 자사고·특목고 진학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연구원은 A~E형식의 성취도로 내신이 반영될 경우 전기모집 고교에서는 50~70% 가까운 학생들이 A 성취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들은 내신 절대평가 적용 시 교과성적으론 변별이 불가능해져,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을 더욱 늘릴 수 있어요. 또 어려운 일반선택, 진로선택 과목들의 이수 여부와 전공관련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화될 상황을 예상해보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중3 학생들은 입시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는 7월까지 방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학생 선발의 주체가 ‘대학’이라는 것”이라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이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에 반영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해법은 간단해진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제도에 따라 고입 결정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현재 자신의 역량과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하라”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입시체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대학이 높은 학업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을 선호한다는 점은 변함없을 거예요. 고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뀌는 제도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학업이 무엇인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어디인지’입니다. 일반고와 특목고의 유·불리에 대한 섣부른 예측보다, 현재 나의 역량과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고려해 고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