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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N포'하기 싫은데…” 낙인찍기 신조어에 상처받는 청년들

스마트폰 속 신조어 기사 쳐다보며 “내 상황이 이런가” 자조하기도

     취업난과 실업 등으로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빗댄 신조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한 가운데 청년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늘고 있다. /조선일보 DB


“내 인생에 ‘포기’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혼도, 아이도, 직장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N포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조차 욕심이 돼버리게 했죠.” (신인철·서울 관악구·28)

20대를 비롯한 청년세대를 그리는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생성돼 퍼지는 가운데 도가 넘은 자극적인 단어 조합에 청년들이 공감과 동시에 상처를 받고 있다. 

최근 신조어의 주인공으로 가장 언급되는 집단은 공무원을 선호하는 취업준비생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하면서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모여 있는 노량진과 신림 고시촌이 화제가 되는 동시에 이들의 일상들이 신조어로 그려지는 것. 

대표적인 예가 ‘공시오패스’(공시생+소시오패스)다. 공시오패스는 원래 사법·행정·외무고시 준비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시오패스’로 부르며 유래했다. 수년에 걸쳐 고시를 준비하며 성격이 예민해진 것을 어두운 언어로 빗댄 표현이다. 공무원 시험에도 수년씩 걸리면서 ‘공시오패스’가 탄생했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조어도 여전히 많다. 인턴만 거듭하는 인생을 자조하는 ‘호모인턴스’에 이어 ‘부장 인턴’ ‘티슈 인턴’ 등도 자주 쓰인다. 부장 인턴은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계속되는 인턴 생활로 부장만큼이나 풍부한 경험을 쌓은 취업준비생을 가리킨다. 티슈 인턴은 휴지처럼 쓰고 버려진다는 비판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러한 신조어에 공감하면서도 이들을 두루 묶어 맥없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드는 여론에 내심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공무원 준비생 김하영(서울 동작구·26)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신조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스마트폰 기사를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이 정도 상황인가’하고 더 우울해진다. 기사의 사례로 나오는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전부 공무원 준비생,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낙인찍기 신조어로 인해 기성세대에게 청년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으로 심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취업준비생 신인철(서울 관악구·28)씨 역시 “인사 담당자들이나 기성세대들이 신조어만 믿고 ‘요즘 젊은이들은 제대로 도전도 안 하고 쉽게 포기해’ ‘정신 상태가 글렀다’라는 생각을 가질까 걱정된다”며 “‘헬조선’임에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청년을 빗댄 신조어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론과 언론이 사회현상을 과장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뼈아픈 고통을 담은 최근의 신조어들이 출처와 근거가 없는 단어들은 아니다”라며 “다만 일부 젊은이들의 고통을 상품화·상업화해서 과장해서 반응해서는 안 되며 사실에 입각한 신조어를 만들어 대다수 청년의 공감을 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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