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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임신하면 고용 불안? 우린 그런 거 없어요”

고용노동부 선정 ‘일·가정 양립 우수사례’ 엔키아 탐방

여성의 출산·육아 제도가 정착됨으로써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해다. 가정과 회사의 분위기는 선순환하는 구조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가 대기업에서만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면 두 번째 오해다. 중소기업도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오해를 풀어보자.


“임신을 안 하면 이기적이라고 수군거리더니 막상 임신을 하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더군요.”

“임신했더니 퇴사를 권했어요. 회사에 30대 여성이 별로 없어요.”

단지 ‘여성’이라는 것이 직장 생활의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20대의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비율로 입사하지만 30대가 되면 사내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 이와 같은 문제는 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하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기업 인사 담당자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중소기업의 8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대기업은 62.1%로 20%p 이상 낮았다.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불이익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45.6%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그 방식은  ‘퇴사 권유’(44.7%), ‘연봉 동결 또는 삭감’(28.5%), ‘낮은 인사고과’(25.1%), ‘승진 누락’(22.9%), ‘핵심업무 제외’(15.9%), ‘직책 박탈’(3.7%) 등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러니 직장인 여성은 출산을 쉽게 엄두내지 못한다. 임신과 동시에 머릿속에 ‘퇴사’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간다. 지난 2016년 경력단절 여성의 91%는 결혼·임신·출산·육아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IT 중소기업 엔키아의 김보나 씨는 1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최근 회사에 복귀했다. 산전후 90일의 유급휴가도 받았다. 대체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여성 선임들에 비춰봤을 때 엔키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경력에 차별받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임신으로 고용 불안을 느끼는  건 우리 회사에서는 남의 일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회사에서 해소하게 해달라?

다른 부서의 이유진(가명)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등교시키고 오전 10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 그는 퇴사를 고민하다 탄력근무제를 선택했다. 엄마의 역할도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엔키아에는 여성 직원이 연령대·직급별로 고루 분포돼 있다. 남성이 주를 이루는 직장 풍경과 다르다. 또 IT 회사의 특성상 이직률이 높을 법도 한데 직원 170여 명 중 55명이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동종업계 대비 연봉이 높은 편도 아니고 업무 강도가 낮은 편도 아니다. 직원들은 이와 같은 비결이 복지제도와 사내 분위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엔키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복지 혜택은 전용 휴양소다. 휴가철에 숙박업소를 잡지 못해 휴가에 제약 받는 직원들의 고충을 반영해 전국에 5개의 휴양소를 갖췄다. 이처럼 엔키아는 규정을 정하고 직원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복지 혜택을 만든다.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분기별 런치데이도 있다. 팀별 대표와 식사하는 자리로, 이것이 어떻게 복지냐고 반문하겠지만 직원들은 이날을 기다린다. 애로 사항과 업무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런치데이 때 한 남성 직원은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회사에서 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대표는 “심리상담사, 안마치료사를 정기적으로 초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장기근속자 포상금과 유급휴가 지급, 7인 이상 동호회 지원, 출산 배우자 5일 휴가 등 소소한 지원을 제공한다.

일은 양이 아닌 질로 하는 것

저출산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일터 문화가 중요시되고 있다. 여성의 임신·출산·육아로 직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방지해야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좋은 회사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전문가들이 내놓는 한결같은 처방이다. 남성의 일터 문화 역시 중요하다. 직장 생활이 즐거워야 가사일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100점짜리 아빠, 엄마가 되는 법. 회사와 가정의 분위기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00년부터 매년 5월 25∼31일을 ‘남녀 고용평등 강조 기간’으로 정해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에 기여한 유공자 및 우수기업을 표창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엔키아 외에도 우아한형제들, 엠브레인 등을 일·가정 양립 우수 중소기업 사례로 선정했다. 이러한 기업은 일·가정 양립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CEO의 의지와 제도의 도입·설계·운영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배달의민족 등 4개 푸드테크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제도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월요병’이 생기기 쉬운 월요일, 우아한형제들의 근무는 오후부터 시작된다. 5일제가 아닌 4.5일제 근무다. 자녀의 입학식, 발표회,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 아빠가 참여할 수 있도록 ‘우아한 학부모 특별휴가’도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일로 엄마에게 집중되는 휴가를 분산하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주 35시간 근무제, 남성 육아휴직 시 한 달간 월 급여 전액 지원, 임신부 단축 근무를 실시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일은 양이 아닌 질로 하는 것’임을 증명했다. 2016년 우아한형제들의 연 거래액은 2조 원을 밑돌았다. 중소기업임에도 구직자들의 입사 선호도가 높다.

또 다른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엠브레인은 리서치 그룹이다. 이곳 역시 직원들의 가족관계를 중요시한다. 직원들은 각자가 원하는 날 ‘패밀리데이’를 사용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엠브레인은 가정이 즐거워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정규직 직원의 61%가 여성인 만큼 사내에 수유실, 휴게실, 안마실을 운영하는 등 여성 복지에 신경 쓰고 있다. 5년 단위의 근속포상 및 7년 만근 시 안식년 휴가도 눈에 띄는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은 어디?



고용노동부는 2017년 남녀 고용평등 유공자 12명과 우수기업 24개소를 선정하고 5월 31일 기념식을 가졌다. 일·가정 양립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다음은 남녀 고용평등 유공자와 우수기업의 주요 사례다.

● 유공자 부문 철탑산업훈장 ㈜KT CS 이응호 대표

이응호 대표는 컨택업계 최초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육아로 고민하는 근로자에게 재택근무를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활용해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일터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또 최대 1년 난임휴직을 제도화해 직원의 출산을 장려하고, 감정근로에 따른 근로자의 스트레스 해소·치유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유공자 부문 산업포장 ㈜한화케미칼 김은영 과장

한화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되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기획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후 1개월 무급휴직 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선택 제도, 난임  지원 등 선도적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그룹 내 여성 인력의 경쟁력 제고와 기업 문화의 개선을 목표로 계열사를 대표하는 여성 인력을 선발해 TFT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우수기업 부문 대통령 표창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4.5일제(월요일 오후 출근), 지만가(기념일 오후 4시 퇴근), 우아한 아재근무(임신한 아내의 산부인과 검진 동행 시 재택근무), 우아한 학부모 특별휴가(자녀 학교 행사 시 특별휴가) 등 자사만의 독특한 유연근무 제도를 운영한다. 임신 근로자에게 ‘여신님’ 칭호 부여 등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제도를 선도하고 있다.

● 우수기업 부문 국무총리 표창 이케아코리아

다양한 근로계약시간 및 다양한 부서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180일 출산 전후 유급휴가를, 남성에게는 30일 유급휴가를 부여한다. 또 남녀평등을 토대로 다양성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전사 경영 임원진 남녀 비율을 일대일로 유지하는 등 남녀 고용평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위클리공감]

2017.06.16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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