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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미성년자·재벌 손자인데…” 면죄부 주는 사회


최근 미성년자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처벌 문제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0대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찍어 공유한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이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았다.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학생 A군(19), 고등학생 B군(18) 등 3명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 등은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11시쯤 충북 청주시 한 술집에서 10대 여학생과 이튿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다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만취한 여학생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당시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이용 등 촬영)도 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범행 당시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었다는 점을 인정해 선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만히 합의가 이뤄진데다 소년이었을 때 범행이 이뤄져 개선의 여지가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불이익·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면제했다.

초등 동급생 간 학교폭력 사건을 축소·무마하려 한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기업 총수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도 포함돼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 20일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진행한 1박2일간의 수련회에서 발생했다. 이날 3학년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집단으로 구타했으며, 사건 처리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가운데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담요로 씌운 채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렸고, 물비누(바디워시)를 강제로 먹였다”며 “아이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전화했으나 교사는 ‘심한 장난이었을 뿐’이라고만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피해 학생은 근육세포가 파괴되고 녹아내리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 숭의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고 징계 대신 화해하고 사과하라는 의미의 권고로 사건을 황급히 마무리했다. 가해자 측의 의견을 반영해서였다. 이후 피해 학생 부모의 제보로 사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교육청에 "초등생간 있을 수 있는 심한 장난 수준이며, 학교폭력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쌓여 있던 이불 아래 사람이 깔렸는지 모르고 장난을 쳤으며, 야구방망이는 플라스틱 장난감이었다"며 "바디워시도 피해 학생이 먼저 맛보자 다른 학생들이 이를 말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 총수 손자가 가해자에서 빠진 것은 다른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당시 현장에 없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숭의초에 특별장학반을 파견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특별장학은 학교 관계자와 관련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듣고 학교 측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21일 서울시교육청은 기자회견을 열어 “숭의초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학교 쪽이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교육청 보고와 전담기구 조사를 지연하고 피해 학생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특별장학에 이은 후속 조치로, 사건의 진상 파악과 함께 학교 쪽이 학교폭력을 고의로 은폐, 축소했는지 집중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하다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피해자를 고려해 학교폭력은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리꾼은 “피해자가 내 자식이라도 저런 판결을 할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이런 미성년자 관련 법안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가해자 중에서도 갑을 관계가 또 나뉜다는 현실에 어이가 없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불공평한 세상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소년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소년범죄자는 2010년 8만9776명, 2011년 8만3068명, 2012년 10만7490명, 2013년 9만1633명 등으로 해마다 10만명 안팎을 기록 중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 사건은 4만3035건으로 2004년의 2만2810건과 비교해 거의 10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른 제도 손질이 필요하되, 성인 범죄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환 민후 대표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청소년들의 인지 능력이 높아지면서 현재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재조정하자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청소년 범죄는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혹한 법의 잣대를 들이밀기보다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18세 이하 범죄자는 ‘소년범죄자’로 분류해 따로 관리한다. 이 가운데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 미성년자로 간주해 처벌하지 않는다. 형사 미성년자 가운데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이라도 받지만, 9세 이하는 그마저도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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